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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 성장 없이도 54% 오른다는 계산…’PBR 1.32배’로 그린 내년 8500, ROE가 버텨줄지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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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선 초반까지 밀린 지수를 두고 증권가에서 강세 전망이 나왔습니다. 한화투자증권은 22일 내놓은 ‘2027년 주식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코스피 목표치를 8500포인트로 제시했습니다. 같은 날 지수는 5533.77에 장을 마쳤습니다. 목표치에 도달하려면 약 54% 더 올라야 합니다. 6월 22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 9114.55와 비교하면 지수는 이미 40% 가까이 내려온 상태입니다.

눈여겨볼 대목은 숫자 자체보다 숫자를 산출한 방식입니다. 한화는 미래 이익 증가를 반영하는 주가수익비율(PER)이 아니라, 현재의 자본 대비 가치를 따지는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 1.32배를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이익이 더 늘지 않더라도, 높아진 자기자본이익률(ROE)만 시장에서 인정받으면 8500이 가능하다는 논리입니다. 예상 밴드는 6000~9300포인트입니다.

◆ 왜 PER을 버리고 PBR을 택했나

한국 증시는 이익의 진폭이 큰 시장입니다. 메모리 업황에 따라 상장사 순이익이 한 해에 수십 퍼센트씩 오르내리다 보니, 이익 전망치에 멀티플을 곱하는 PER 방식은 추정이 조금만 어긋나도 목표치가 크게 흔들립니다. 반면 순자산은 이익보다 훨씬 완만하게 움직입니다. 그래서 PBR을 잣대로 쓰면 이익 사이클의 소음을 어느 정도 걸러낼 수 있습니다. 이번 하락장에서 오픈AI 매출 추정치 하향, 메타의 잉여현금흐름 적자 전환 같은 소식이 나올 때마다 이익 전망이 출렁였던 점을 생각하면, 보수적인 접근을 택한 것으로 읽힙니다.

목표치를 거꾸로 풀어보면 현재 시장의 상태가 드러납니다. 기준이 되는 순자산을 같다고 단순 가정하면, 5533선은 선행 PBR로 대략 0.86배 수준입니다. 밴드 하단인 6000은 약 0.93배, 상단 9300은 약 1.44배에 해당합니다. 지금 지수는 증권사가 제시한 밴드 하단보다도 8% 넘게 아래에 있다는 뜻입니다. 한화의 시각에서 현재 시장은 장부가치조차 온전히 인정받지 못하는 과매도 구간이라는 주장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 ‘ROE 인정’이라는 전제의 무게

문제는 이 방법론이 이익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는 점입니다. ROE는 결국 순이익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입니다. 이익이 꺾이면 ROE도 함께 내려가고, 시장이 인정해 줄 적정 PBR도 낮아집니다. 이익 성장을 전제하지 않았다는 말은 이익이 줄지 않는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여기서 반도체 쏠림이 핵심 변수가 됩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이 코스피 시가총액의 약 47%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지수 전체의 ROE가 사실상 메모리 업황에 묶여 있는 셈입니다. 중국 CXMT의 서버용 DDR5 진입 예고,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설비투자 가이던스 공백, 미국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의 지연과 철회 보도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2027~2028년 메모리 이익률이 지금 수준을 유지할지는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신중론자들이 이익 증가율 둔화를 경고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익 성장이 멈추는 정도라면 한화의 논리가 버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익이 역성장하는 구간에 들어서면 PBR 1.32배라는 전제부터 흔들립니다.

금리도 따져봐야 합니다. 이론상 적정 PBR은 ROE가 자본비용을 얼마나 웃도느냐에 따라 정해집니다. 금리가 높게 유지되면 투자자가 요구하는 수익률이 올라가고, 같은 ROE를 내더라도 정당화되는 PBR은 낮아집니다. 금융당국 긴급회의에서 미국 금리 인상 전망이 변동성 요인으로 꼽힌 만큼, ‘고금리를 버티면’이라는 단서는 결코 가벼운 조건이 아닙니다.

◆ 투자 시사점: 밴드 하단을 믿되, 목표치는 조건부로

정리하면 한화의 8500은 ‘반도체 이익 유지’와 ‘금리 안정’이라는 두 조건이 함께 충족될 때 성립하는 조건부 시나리오입니다. 그 점에서 이 전망의 실질적인 가치는 상단보다 하단에 있다고 봅니다. PBR 0.8배대는 과거에도 극단적인 비관이 반영됐던 구간이고, 장부가치 아래에서 거래되는 지수는 중장기 투자자에게 분할 매수의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추세 전환의 신호로 받아들이기는 이릅니다. 외국인이 6월 고점 이후 80조원 넘게 순매도했고, 이를 받아주던 대형주 자사주 매입도 끝난 상황입니다. 장부가치 대비 할인이 해소되려면 결국 외국인이 돌아와야 합니다. 그리고 외국인의 복귀는 다음 주부터 이어질 미국 하이퍼스케일러와 국내 반도체 기업의 실적에서 ROE가 지켜지는지를 확인한 뒤에야 가능할 것입니다.

따라서 다음 세 가지를 순서대로 점검할 것을 권합니다. 첫째, 메모리 3사의 내년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하향되는 속도. 둘째, 미국 장기금리의 방향. 셋째, 외국인 순매도가 둔화되는지 여부. 이 세 신호가 함께 개선된다면 8500은 낙관이 아니라 정상화 목표로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이익 추정치가 먼저 무너진다면 PBR이라는 안전장치도 함께 낮아진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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