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약 먹어도 널뛰는 혈당, 의지 탓만은 아냐”…인슐린과 1대1로 분비되는 ‘C-펩타이드’로 췌장 기능 확인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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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 진단을 받고 약을 꼬박꼬박 챙겨 먹는데도 혈당이 좀처럼 안정되지 않는 환자가 적지 않다. 식사량을 줄이고 운동도 거르지 않았는데 아침 공복혈당과 식후혈당이 날마다 크게 오르내리고, 몇 달 뒤 확인한 당화혈색소(HbA1c)가 생각만큼 내려가지 않는 경우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환자는 관리가 부족했다며 자신을 탓한다. 그러나 의료 현장에서는 혈당이 흔들리는 이유를 생활 태도보다 몸속 대사 상태에서 먼저 찾아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 같은 고혈당이라도 원인은 두 갈래
제2형 당뇨병에서 혈당이 오르는 경로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인슐린이 분비되더라도 근육이나 간 같은 조직이 이에 제대로 반응하지 않는 ‘인슐린저항성’이다. 다른 하나는 췌장 베타세포가 혈당 변화에 맞춰 인슐린을 충분히 만들어내지 못하는 ‘분비능 저하’다. 겉으로 보이는 혈당 수치가 비슷해도 어느 쪽이 주된 원인인지에 따라 대응 방법이 달라진다.
베타세포의 중요성은 여러 연구에서 확인됐다. 2003년 미국당뇨병학회 학술지 ‘다이어비티스(Diabetes)’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비만한 제2형 당뇨병 환자는 체중이 비슷한 비당뇨인보다 췌장 베타세포 부피가 63% 적었다. 당뇨병 유병 기간이 길어질수록 인슐린을 만드는 능력이 점차 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혈당이 잘 잡히지 않는다면 췌장이 현재 얼마나 일하고 있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 ‘C-펩타이드’가 내 몸의 인슐린 생산량을 알려주는 원리
췌장의 인슐린 분비 능력을 가늠하는 대표적인 검사가 C-펩타이드(C-peptide) 검사다. 당봄한의원 종로점 이혜민 대표원장은 “C-펩타이드는 췌장에서 인슐린이 합성될 때 인슐린과 거의 1대1 비율로 함께 생성·분비되는 물질”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인슐린을 직접 재지 않고 C-펩타이드를 측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원장에 따르면 인슐린은 혈액으로 나온 뒤 간을 거치면서 상당량이 먼저 분해된다. 반면 C-펩타이드는 간의 영향을 비교적 덜 받고 주로 신장을 통해 몸 밖으로 빠져나간다. 따라서 혈중 C-펩타이드 농도를 보면 몸이 스스로 만들어내는 인슐린, 즉 ‘내인성 인슐린’의 분비량을 추정하는 데 유용하다. 인슐린 주사를 맞는 환자도 외부에서 넣은 인슐린과 자기 췌장이 만든 인슐린을 어느 정도 구분해 판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수치 하나로 단정은 금물…함께 따져야 할 다섯 가지 조건
다만 C-펩타이드 수치 하나만 보고 췌장 상태나 치료 방향을 결론 내려서는 안 된다. 해석할 때는 최소한 다음 조건을 함께 살펴야 한다.
첫째, 검사 당시의 혈당이다. 혈당이 높을 때와 낮을 때 췌장이 내보내는 인슐린 양이 다르므로 같은 C-펩타이드 수치라도 의미가 달라진다. 둘째, 공복 상태에서 채혈했는지 여부다. 식사 직후에는 분비가 자연스럽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셋째, 신장 기능이다. C-펩타이드는 신장으로 배출되므로 콩팥 기능이 떨어진 사람은 수치가 실제보다 높게 나올 수 있다. 넷째, 당뇨병을 앓아온 기간이다. 다섯째, 인슐린 주사 사용 여부다.
대한당뇨병학회 공식 학술지 ‘Diabetes & Metabolism Journal’에 게재된 리뷰 논문도 제2형 당뇨병의 치료 방향을 정할 때 혈당 수치에만 의존하지 말고 인슐린저항성과 베타세포 기능을 함께 평가해 환자마다 전략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견해를 밝혔다. 결국 검사 결과는 숫자 하나가 아니라 환자의 전체 상황 속에서 읽어야 한다는 의미다.
◇ 유형에 따라 달라지는 생활습관 조정법
검사로 자신의 대사 유형을 어느 정도 파악했다면 생활습관도 그에 맞춰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인슐린은 비교적 잘 나오지만 몸이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저항성’ 쪽에 가깝다면, 남는 에너지를 줄이는 데 무게를 둔다. 한 번에 많이 먹는 습관과 늦은 밤 야식을 피하고, 저녁 식사는 되도록 이른 시간에 마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식사할 때는 채소와 단백질 반찬으로 먼저 배를 채우고 밥이나 면 같은 탄수화물은 마지막에 먹는 순서를 지키면 식후 혈당이 급격히 오르는 것을 줄이는 데 유리하다. 허벅지처럼 큰 근육을 쓰는 근력운동으로 근육량을 늘리는 것도 방법이다. 근육은 혈액 속 포도당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단, 간헐적 단식처럼 식사 시간을 제한하거나 공복을 오래 유지하는 방식은 복용 중인 혈당강하제와 겹쳐 저혈당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반드시 주치의와 먼저 상의해야 한다.
반대로 C-펩타이드 수치가 낮아 인슐린 분비 자체가 부족하거나 근육량이 적은 경우라면 접근 방식이 달라진다. 혈당을 낮추겠다는 마음에 식사량을 지나치게 줄이거나 몸에 무리가 갈 정도로 운동을 하면 오히려 근육이 빠지고 저혈당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이런 환자는 단백질을 포함한 균형 잡힌 식사로 영양 상태를 유지하면서,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운동 강도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분비 능력이 많이 떨어진 경우에는 생활습관만으로 한계가 있을 수 있어 약물 조정 여부를 의료진과 논의해야 한다.
◇ “탓하기보다 원인 찾는 것이 우선”
대한당뇨병학회 ‘당뇨병 팩트시트 2024’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30세 이상 성인 당뇨병 환자는 533만 명으로, 7명 중 1명꼴이다. 환자 수가 많은 만큼 같은 약, 같은 식단 지침이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통하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전문가들은 치료를 열심히 받는데도 혈당이 계속 흔들린다면 스스로를 다그치기보다 췌장 기능 검사 등을 통해 원인을 먼저 확인하라고 조언한다. 내 몸이 인슐린을 얼마나 만들고 있는지, 그리고 그 인슐린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아는 것이 맞춤형 혈당 관리의 출발점이 된다. 검사 결과의 해석과 치료 변경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함께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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