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쇄 벗은 ‘보수 1위’ 오세훈의 극적 귀환…’최장수 대표’ 눈앞에 둔 장동혁의 딜레마

오세훈 서울특별시장이 사법 리스크의 최대 고비였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화려하게 기사회생했다. 지난 1심 판결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한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재판장 구회근)의 판결이 내려지자 법정 안팎은 지지자들의 환호로 뒤덮였고, 국민의힘 지도부 역시 공식 환영 논평을 쏟아내며 반색했다. 그러나 당 차원의 표면적인 환호 이면에는 보수 진영의 대권 지형과 당내 역학 구도가 통째로 뒤흔들리는 거대한 지각변동이 시작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번 판결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정치적 명암을 극명하게 갈라놓았다. 2020년 9월 미래통합당에서 당명을 변경한 이래 단 한 명의 당대표도 임기를 온전히 채우지 못했던 징크스를 깨고, 장 대표는 이준석 전 대표의 재임 기록을 넘어서며 당 역사상 ‘최장수 대표’ 등극을 눈앞에 둔 시점이었다.
지방선거 패배와 한동훈 의원의 원내 입성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외부 정국 변수와 반사이익에 기대어 자리를 지켜온 장 대표였지만, 가장 위협적인 당내 대권 잠룡인 오 시장의 생환은 그의 ‘2027년 연임 및 2030년 대선 직행 플랜’에 심각한 차질을 빚게 만들었다.

오 시장의 무죄 판결은 원내·외 비당권파 의원들에게 강력한 대안의 등장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서울시장 5선에 성공하며 수도권 경쟁력과 중도 확장성을 이미 검증받은 오 시장은, 최근 발표된 한국갤럽 등 주요 여론조사 정치인 호감도 지표에서도 30%대를 기록하며 10%대 초반에 머무르고 있는 장 대표를 오차범위 밖에서 압도하고 있다. 그동안 당원 중심의 강성 노선을 앞세운 장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품으면서도 뚜렷한 구심점이 없어 관망하던 중도·비당권파 의원들이 급속도로 ‘오세훈계’로 집결할 수 있는 물리적 명분이 완성된 셈이다.
반면 장 대표의 당 장악력은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원내 협상과 현안 대응의 실권은 정점식 원내대표가 주도하는 반면, 장 대표는 올림픽공원 장외집회 등 강성 원외 지지층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설상가상으로 ‘당원주권’을 표방하며 밀어붙였던 전 당협 당원 직선제는 현역 의원들의 반발로 축소됐고, 경기 용인갑 첫 경선에서 발생한 ARS 투표 오류 잡음과 최고위 내부의 이견으로 리더십에 적잖은 흠집이 났다. 여기에 당대표 경선 전 사석에서 나눈 욕설 녹취록까지 공개되면서 당내외 신뢰 기반이 한층 취약해졌다.
더욱이 장 대표를 지탱해 주던 강성 보수 지지층 내부에서도 독점적 입지가 위태로워지고 있다. 원내에서 이진숙, 김태규, 주진우 의원 등이 선명한 대여 투쟁을 주도하며 강성 지지층의 스포트라이트를 흡수하고 있고, 보수 유튜브 생태계 역시 계파별로 갈라지며 한때 장 대표를 적극 엄호하던 채널들이 등을 돌리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원내 지지기반이 미약한 상황에서 지지층의 파이마저 분산되자, 장 대표로서는 당 안팎의 협공을 방어해 낼 물리적 ‘우군’이 턱없이 부족한 사면초가에 몰리게 됐다.
오 시장의 부활은 당 밖에서 복당의 기회를 노리며 영향력을 유지해 온 한동훈 무소속 의원과의 3자 구도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정치권 분석가들은 장 대표가 당내 잠룡들의 공간을 통제하기 위해 한 의원의 복당 문턱을 더 높이려 할 가능성을 제기하면서도, 이번 판결로 인해 오히려 ‘장동혁도, 한동훈도 부담스러운’ 원내 세력의 무게중심이 오 시장 쪽으로 빠르게 기울 수 있다고 분석한다. 팽팽했던 ‘오세훈·한동훈·장동혁’ 3자 축에서 오 시장이 사법적 족쇄를 가장 먼저 풀어내며 주도권을 쥐게 된 셈이다.
장 대표가 차기 전당대회를 앞두고 자신의 생존을 위해 당원 투표 비율을 높이는 룰 개정에 나서거나, ‘아스팔트 보수’ 세력까지 끌어안는 무리수를 둘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오 시장의 복귀가 당장 장 대표 체제를 와해시키는 파국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현실론도 제기된다. 국회 밖의 강력한 대권 대안인 오 시장이 건재함을 입증한 만큼, 비당권파가 굳이 지도부를 흔드는 모험을 감행하기보다 각자의 이해관계 속에서 현 체제를 용인하며 다음 전당대회까지 관망하는 ‘불안정하고 이상한 균형’이 당분간 유지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결국 오세훈 시장의 벼랑 끝 생환은 단순한 개인의 법적 면죄부를 넘어, 국민의힘 내부의 차기 권력 지형을 정면으로 흔드는 방아쇠가 됐다. 수도권 행정을 진두지휘하며 중도 공략에 나설 오 시장과, 최장수 타이틀 뒤편에서 조직 불안과 대안 부상이라는 복합 위기를 마주한 장 대표의 신경전은 향후 전당대회 규칙과 공천권의 향방을 둘러싸고 한층 치열하게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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