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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00은 ‘성장 없이도’ 간다는데, 정작 내 계좌는 왜 자꾸 불안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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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증권사 리포트를 보면 낙관과 비관이 한 지붕 아래서 싸우는 느낌입니다. 지수는 이달 초 7천 선에서 5천 중반으로 주저앉았는데, 한쪽에서는 “내년엔 8천 회복”을 외치고 있으니까요. 그중 가장 눈에 띄는 숫자가 한화투자증권이 22일 내놓은 2027년 목표치, 코스피 8,500입니다. 이 숫자를 믿어도 될지, 먼저 어떤 가정 위에 서 있는지부터 뜯어보겠습니다.

이 전망이 흥미로운 이유는 ‘기업 이익이 계속 늘 것’이라는 전제를 깔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보통 목표 지수는 PER, 즉 이익의 몇 배를 쳐줄지로 계산하기 마련이죠. 그런데 한화는 이익 변동성이 유독 큰 한국 시장의 특성을 감안해 PBR을 골랐습니다. 순자산 대비 몇 배를 줄 것인가를 보는 방식이고, 12개월 선행 기준 1.32배를 적용했습니다. 논리는 이렇습니다. 앞으로 이익이 더 커지지 않아도, 지금 한국 기업이 벌어들이는 효율(ROE)이 한 단계 높아진 사실만 시장이 인정해 주면 8,500까지 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상 밴드는 6,000에서 9,300까지로 넓게 잡았습니다.

월급쟁이 입장에서 번역하면 이렇습니다. “연봉이 더 오르지 않아도, 이미 오른 연봉 수준을 회사가 인정해 주면 몸값은 유지된다”는 이야기에 가깝습니다. 성장 기대에 기대는 낙관보다 보수적으로 들리죠.

하지만 여기서 반전이 있습니다. 가정이 단출하다고 해서 약점이 없는 건 아닙니다. 첫째, ‘높아진 ROE’가 지속되는가의 문제입니다. 지금 한국 기업의 ROE를 끌어올린 주역은 사실상 반도체입니다. 지수 비중이 쏠려 있으니 평균 ROE도 몇몇 업종의 호황에 얹혀 있는 셈이죠. 반도체 업황이 꺾이면 이 가정은 뿌리부터 흔들립니다. 실제로 증권가 일각에서는 반도체 쏠림과 이익 증가율 둔화를 경고하는 신중론이 만만치 않습니다.

둘째, 같은 달 시장이 보여준 모습을 떠올려야 합니다. 22일 코스피는 3.52% 내린 5,533.77에 마감했고, 시가총액의 약 47%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4~5%대 하락하며 지수를 끌어내렸습니다. 한쪽 업종이 흔들리면 지수 전체가 휘청이는 구조라는 뜻입니다. 8,500이라는 목표가 하필 이 쏠림 구조 위에 서 있다는 점은 짚어야 합니다.

셋째, 수급 문제입니다. 지난 6월 말 이후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80조 원이 넘게 순매도했고, 그 물량을 받아내던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도 마무리됐습니다. 아무리 밸류에이션이 그럴듯해도, 사줄 사람이 얇으면 주가는 이론값에 도달하기 전에 자꾸 미끄러집니다.

그럼 개인 투자자는 이 전망을 어떻게 써야 할까요? 저는 ‘목표가’가 아니라 ‘조건표’로 읽으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8,500은 약속이 아니라 “ROE가 유지되고, 반도체가 버텨주고, 수급이 돌아온다면”이라는 조건부 시나리오입니다. 그렇다면 확인할 지표도 분명합니다. 앞으로 이어질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발표에서 이익 가시성이 확보되는지, 외국인 순매도가 잦아드는지, 지수 쏠림이 조금이라도 완화되는지 말이죠.

밴드의 하단이 6,000이라는 점도 기억해 둘 만합니다. 낙관 전망의 설계자조차 지금보다 높은 바닥을 그려놓았지만, 반대로 그 하단에 닿을 수 있다는 여지도 인정한 셈입니다. 내 월급으로 적립식 투자를 하고 있다면, 이 전망 때문에 한 번에 몰아 넣기보다 조건이 하나씩 확인될 때마다 나눠 대응하는 편이 마음 편한 선택일 수 있습니다.

결국 ‘내년 8천 회복’이라는 말의 진짜 무게는 숫자가 아니라 그 밑에 깔린 가정의 튼튼함에 있습니다. 가정이 단순하다는 건 장점이지만, 그 가정이 한두 업종에 기대고 있다면 그건 가장 큰 약점이기도 합니다. 헤드라인의 큰 숫자보다 각주의 조건을 먼저 읽는 습관, 이번 변동 장세가 남겨준 가장 값진 교훈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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