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당 높은 사람은 ‘소주 2~3잔’도 피하세요… 447만 명 9년 추적 결과, 당뇨병 환자는 적당히 마셔도 대장암 위험 48%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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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혈당 이야기를 하다 보면 “술은 딱 한두 잔만 하니까 괜찮죠?”라는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많이 마시지만 않으면 문제없다는 생각은 꽤 널리 퍼져 있습니다. 그런데 공복혈당이 이미 정상 범위를 넘었거나 당뇨병 진단을 받은 분이라면 이 생각을 다시 따져봐야 합니다. 최근 국내 대규모 연구에서 혈당이 높은 사람은 소량만 마셔도 대장암 위험이 눈에 띄게 높아진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국민 447만 명의 9년을 들여다본 연구
삼성서울병원과 숭실대 공동 연구팀은 2012년 국가건강검진을 받은 성인 447만5492명의 자료를 분석했습니다. 혈당 상태와 음주 습관이 대장암 발생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살폈고, 결과는 국제학술지 ‘미국국립암연구소 저널(JNCI)’에 실렸습니다. 추적 기간의 중앙값은 9.3년이었고, 그동안 5만1592명이 대장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연구팀은 참여자를 공복혈당에 따라 나눴습니다. 100mg/dL 미만은 정상, 100~125mg/dL는 당뇨병 전단계인 공복혈당장애로 분류했습니다. 공복혈당이 126mg/dL 이상이거나 당뇨병으로 1년에 한 번 이상 약을 처방받은 경우는 당뇨병으로 봤습니다.
혈당만 높아도 이미 위험은 올라갑니다
술을 따지기 전에 혈당 상태만 비교해도 차이가 있었습니다. 혈당이 정상인 사람과 비교하면 공복혈당장애군의 대장암 위험은 11%, 당뇨병군은 26% 높았습니다. 혈당 문제가 혈관이나 신장만이 아니라 장 건강과도 관련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적당한 음주’의 기준과 그 결과
연구팀은 하루 알코올 섭취량이 남성 30g 미만, 여성 20g 미만이면 적당 수준 이하의 음주로 정했습니다. 소주로 따지면 20g은 2~3잔, 30g은 3~4잔 정도입니다. 많은 분들이 “이 정도면 가볍게 마신 것”이라고 여기는 양입니다.
술을 마시지 않고 혈당도 정상인 사람을 기준으로 삼았을 때, 이 정도로만 마신 경우에도 공복혈당장애군은 대장암 위험이 23%, 당뇨병군은 48% 높았습니다. 과음하면 차이는 더 커졌습니다. 혈당이 정상인 과음자는 17% 높은 데 그쳤지만, 공복혈당장애가 있는 과음자는 41%, 당뇨병이 있는 과음자는 77%까지 올라갔습니다. 같은 양을 마셔도 혈당 상태에 따라 몸이 받는 부담이 전혀 다르다는 점을 보여주는 수치입니다.
1+1이 2가 아닌 이유, ‘상승작용’
이 연구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두 위험 요인이 겹칠 때 나타나는 효과입니다. 혈당이 높은 사람이 술을 마시면 고혈당의 영향과 음주의 영향을 각각 더한 값보다 대장암 위험이 더 커지는 ‘상승작용’이 관찰됐습니다.
연구팀은 그 이유 중 하나로 산화스트레스와 염증이 겹치는 현상을 꼽았습니다. 고혈당이 오래 이어지면 체내 활성산소가 늘고 만성 염증이 생기기 쉽습니다. 알코올도 대사 과정에서 세포를 손상시키는 물질을 만들고 염증 반응을 부추깁니다. 이미 염증이 생기기 쉬운 상태에 술이 더해지면 장 점막 세포가 받는 손상이 커질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다만 이것은 아직 가설 단계이고, 정확한 기전은 추가 연구로 확인해야 합니다.
결과를 읽을 때 기억할 점
이 연구는 건강검진 자료를 바탕으로 한 관찰 연구입니다. 음주와 고혈당이 대장암을 직접 일으킨다고 증명한 것은 아니고, 둘 사이에 뚜렷한 연관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입니다. 음주량도 검진 당시 자기 보고에 기반했기 때문에 실제보다 적게 응답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400만 명이 넘는 국내 성인을 9년 넘게 추적한 자료라는 점에서 가볍게 넘길 결과는 아닙니다. 대장암은 2023년 한 해에만 3만2610건이 새로 발생해 전체 암의 11.3%를 차지했고, 국내 암 발생 순위 3위입니다.
혈당이 높은 분들께 드리는 실천 지침
첫째, ‘조금은 괜찮다’는 기준을 버리세요. 공복혈당이 100mg/dL을 넘는다면 이 연구에서 말하는 ‘적당한 양’도 안전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가능하면 술을 줄이고, 끊을 수 있다면 끊는 편이 가장 좋습니다.
둘째, 약을 드시는 분은 저혈당도 함께 조심하세요. 알코올은 간이 포도당을 만드는 기능을 방해합니다. 인슐린이나 일부 혈당강하제를 쓰는 분이 빈속에 술을 마시면 저혈당에 빠질 수 있습니다. 대장암 위험뿐 아니라 당장의 안전 측면에서도 음주는 신중해야 합니다.
셋째, 대장 건강 검진을 미루지 마세요. 당뇨병이나 공복혈당장애가 있고 술을 자주 마셨다면, 국가 대장암 검진 대상이 되었을 때 꼭 받으시기 바랍니다. 혈변, 배변 습관 변화, 이유 없는 체중 감소 같은 증상이 있다면 나이와 관계없이 진료를 받아 보세요.
넷째, 혈당 관리 자체가 암 예방의 일부라는 점을 기억하세요. 혈당만 높아도 대장암 위험이 올라간다는 결과를 보면, 혈당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노력이 합병증 예방을 넘어 암 위험을 낮추는 데에도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국내 30세 이상 성인 7명 중 1명이 당뇨병을 앓고 있고, 전단계까지 합치면 약 2000만 명이 혈당 관리가 필요한 상태입니다. 그만큼 이 연구 결과는 많은 분들에게 해당됩니다. 술자리에서 “한 잔쯤은 괜찮겠지” 싶을 때, 내 혈당 수치를 먼저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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