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일 만에 당화혈색소·체중이 약물군보다 더 줄었다…중국 연구진의 ‘식이섬유 식단’ 임상, 당뇨약을 대신할 근거로 읽기엔 이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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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이섬유를 충분히 먹은 제2형 당뇨병 환자가 약을 먹은 환자보다 혈당과 체중 지표가 더 좋아졌다는 임상 결과가 해외 의학 매체를 통해 알려졌다. “음식이 약보다 낫다”는 식의 제목으로 퍼지기 쉬운 내용이지만, 연구 설계를 살펴보면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대목이 여럿 있다.
◇ 상하이교통대 연구진, 신규 진단 환자 48명 84일 추적
미국 건강·의학 매체 메디컬뉴스투데이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교통대와 허난성인민병원 공동 연구진은 제2형 당뇨병을 처음 진단받은 성인 48명을 대상으로 84일간 시험을 진행했다. 참가자는 모두 과체중이거나 비만이었다. 연구 결과는 이달 초 국제학술지 ‘프런티어스 인 마이크로바이올로지(Frontiers in Microbiology)’에 실렸다.
연구진은 참가자를 두 집단으로 나눴다. 36명은 혈당강하제를 쓰지 않고 식이섬유 위주로 식사했다. 이들에게는 밀·귀리·보리에서 뽑은 식이섬유와 이눌린 등을 담은 제품을 제공했고, 채소·콩류·버섯·과일을 챙겨 먹도록 식사 지도도 함께 했다. 나머지 12명은 제2형 당뇨병의 1차 치료제로 널리 쓰이는 메트포르민을 복용했다.
시험이 끝났을 때 식이섬유 집단의 당화혈색소(HbA1c)와 체질량지수(BMI)는 메트포르민 집단보다 더 큰 폭으로 내려갔다. 당화혈색소는 적혈구 속 혈색소에 포도당이 얼마나 붙어 있는지를 재는 수치로, 지난 2~3개월 동안의 평균 혈당 수준을 보여준다. 하루 동안 혈당이 오르내리는 폭도 식이섬유 집단에서 상대적으로 작았다.
장내 미생물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식이섬유 집단에서는 시험 시작 4주 만에 비피도박테리움, 락토바실루스 같은 유익균이 늘었고, 염증과 관련된 일부 세균은 줄었다. 연구진은 식이섬유가 장내 세균의 구성과 대사 활동을 바꾸면서 혈당 조절과 체중 감소에 기여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 ‘약보다 효과적’이라는 해석을 가로막는 세 가지 한계
결과만 보면 인상적이지만, 이 연구로 식이섬유 식단이 치료제보다 우월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걸리는 부분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표본이 너무 작다. 전체 참가자가 48명이고 비교 대상인 메트포르민 집단은 12명뿐이다. 집단 규모가 3배나 차이 나는 데다 약물군 인원이 이 정도로 적으면, 참가자 몇 명의 반응만으로도 평균값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통계적 결론의 신뢰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둘째, 출발선이 같지 않았다. 식이섬유 집단은 시작 당시 BMI가 상대적으로 낮았고, 시험 기간에 섭취한 열량도 더 적었다. 체중이 줄면 인슐린 저항성이 개선되고 혈당도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관찰된 개선이 식이섬유 자체의 효과인지, 덜 먹어서 생긴 열량 제한의 효과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영양 지도와 보충 제품까지 받은 집단과 약만 먹은 집단을 비교한 것이라, 관리를 받은 정도의 차이가 결과에 섞였을 수도 있다.
셋째, 기간이 짧다. 84일은 당화혈색소 변화를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정도의 기간이다. 당뇨병은 수년에서 수십 년 이어지는 만성질환이므로, 식단의 효과가 1년 뒤, 5년 뒤에도 유지되는지, 사람들이 이런 식단을 실제로 계속 지킬 수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망막·신장·심혈관 합병증 예방처럼 치료의 궁극적 목표에 대한 근거도 이번 연구에는 없다.
정리하면, 이 연구는 식이섬유가 혈당과 장내 환경에 의미 있는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초기 근거다. 치료제를 대체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기에는 부족하다.
◇ 전문가 “약을 대체하는 방법으로 받아들이면 안 돼”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영양학자 모니크 리처드는 식이섬유가 당뇨병 관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인정했다. 다만 처방받은 약을 대신하는 수단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이미 약을 먹고 있는 환자가 이런 보도를 보고 스스로 복용을 중단하면, 혈당이 다시 오르고 장기적으로 합병증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이 문제는 국내 환자들에게도 가볍지 않다. 대한당뇨병학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 30세 이상 당뇨병 환자는 500만 명을 넘는다. 식단 조절과 약물 치료는 어느 하나를 고르는 관계가 아니다. 두 가지를 함께 할 때 효과가 커진다는 것이 진료 현장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 식이섬유, 이렇게 늘려보자
연구의 한계와 별개로, 식이섬유를 충분히 먹는 것이 혈당 관리에 도움이 된다는 점은 여러 연구에서 꾸준히 확인됐다.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 주식을 바꾼다. 흰쌀밥 일부를 귀리·보리·통곡물로 바꾸는 것부터 시작한다. 연구에서 쓰인 섬유 원료도 이런 곡물에서 나왔다.
· 반찬을 늘린다. 매 끼니에 콩류, 나물, 버섯 반찬을 한두 가지씩 더하면 별도의 보충제 없이도 섭취량을 꽤 늘릴 수 있다.
· 과일은 통째로 먹는다. 주스로 갈면 섬유질 구조가 깨지고 당이 빠르게 흡수되므로, 껍질째 먹을 수 있는 과일은 통으로 먹는 것이 좋다.
· 천천히 늘리고 물을 충분히 마신다. 섬유질을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복부 팽만, 가스, 변비가 생길 수 있다. 몇 주에 걸쳐 조금씩 늘리면서 수분을 함께 보충해야 장이 적응할 시간을 가질 수 있다.
· 보충제는 의료진과 상의한다. 섬유질 보충제는 일부 약물의 흡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복용 시간 간격 등은 의료진이나 약사와 상의하는 것이 안전하다.
이번 연구의 의미는 ‘약 대신 식이섬유’가 아니라 ‘약과 함께 식이섬유’라는 메시지에서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규모를 키우고 조건을 맞춘 장기 연구가 나오기 전까지는, 식단을 바꾸더라도 치료 계획은 주치의와 상의해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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