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봉 당시의 성적표와 지금의 평가가 전혀 다른 영화들이 있습니다. 수상 실적에 비해 관객이 들지 않았거나, 혹평을 받았다가 한참 뒤에 다시 불려 나온 경우들이죠. 세 편을 골랐습니다. 공통점은 지금 다시 보면 이야기할 거리가 더 많아졌다는 점입니다.
칸이 인정했지만 43만에 그친 영화
첫 번째는 2002년 개봉한 ‘취화선’입니다. 임권택 감독은 이 작품으로 칸 국제영화제 감독상을 받으며 한국 영화 최초로 칸 경쟁부문 수상이라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조선 말 화가 장승업의 치열한 삶을 그린 작품이죠. 그런데 국내 관객은 43만 4108명에 그쳤습니다. 국제영화제의 평가와 국내 흥행이 따로 간 대표적인 사례로 지금까지 자주 인용됩니다.

5억으로 346만을 모은 영화
두 번째는 2012년 1월 개봉한 ‘부러진 화살’입니다. 순제작비는 5억 원이었는데 전국 346만 명을 동원했고 극장 매출만 259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제작비 5억짜리 영화로서는 유례를 찾기 힘든 성적이었습니다. 안성기는 노개런티로 출연을 결정했다가 흥행 덕에 생애 최고 출연료를 받게 됐습니다. 정지영 감독과는 20년 만의 재회이기도 했습니다.

19년 만에 해외에서 역주행한 영화
세 번째는 2007년 개봉한 ‘디 워’입니다. 개봉 당시 연출을 두고 거센 혹평이 쏟아졌던 작품이죠. 그런데 19년이 흐른 올해, 넷플릭스에 공개되면서 유럽 주요 국가에서 영화 부문 2위에 올랐습니다. 같은 기간 넷플릭스 글로벌 영화 차트에서도 7위와 8위까지 치솟았습니다. 심형래 감독은 작품이 공개된 사실조차 몰랐다고 밝혔고, 후속편 제작에 대한 관심도 다시 커졌습니다.

평가는 고정된 것이 아니다
세 작품이 보여주는 것은 영화에 대한 평가가 고정돼 있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개봉 시점의 시장 상황과 관객의 기대치가 성적을 크게 좌우합니다. 특히 OTT가 보편화되면서 선입견 없이 작품을 접하는 해외 시청자들이 생겼고, 그 결과 국내에서와 전혀 다른 반응이 나오기도 합니다. 심형래 감독은 해외 관객이 선입견 없이 봐서 그런 것 같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야 보이는 것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지금 보기 좋은 세 편
세 작품은 장르도 규모도 전혀 다릅니다. 하나는 예술가의 일대기, 하나는 법정 드라마, 하나는 괴수 액션입니다. 그래서 한꺼번에 보기보다 관심 가는 쪽부터 고르는 편이 낫습니다. 개봉 당시의 평가를 미리 찾아보지 않고 보는 쪽을 권합니다. 세 작품 모두 여러 OTT 플랫폼에서 시청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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