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1일 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 사건이 한국 측의 자작극이라는 북한의 주장은 독립적인 조사 결과나 현장에서 확보된 물증을 토대로 도출된 결론이 아니었다. 이는 북한 당국이 군사분계선(MDL) 침범 및 지뢰 매설에 대한 책임을 부인하고, 한국 정부와 유엔군사령부의 조사 결과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과정에서 꺼내 든 정치적·외교적 억지 주장에 가깝다.
조선중앙통신이 26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김성 유엔주재 북한 상임대표는 지난 25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의장 앞으로 공식 서한을 보냈다. 앞서 한국 정부가 안보리 차원의 문제 제기에 나서자, 북한이 이른바 ‘자작극’ 주장을 앞세워 국제사회의 외교 무대에 맞대응 문건을 남긴 것이다.
북한이 서한에서 내세운 반박 논리의 핵심은 지난달 21일 발생한 DMZ 지뢰 폭발 사건이 북한의 ‘남부 국경선 요새화’ 작업을 방해하고 한반도 정세 악화의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국이 조작해 낸 ‘자작극’이자 음흉한 방해 책동이라는 데 있었다. 그러면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진행 중인 국경 요새화 사업은 외부의 침략 위협으로부터 영토 안전을 수호하기 위한 합법적인 주권 행사이자 자위적 조치라고 강변했다.

나아가 북한은 요새화 작업에 동원된 자국 군인들을 향해 한국군이 경고사격 등 대응 조치를 취한 것을 두고 유엔헌장 제2조 4항을 위반한 사격 도발이라고 비난했다. 특히 대한민국이 북한의 영토를 1mm라도 침범하거나 직접적인 위해를 가할 경우, 유엔헌장 제51조에 따른 자위권을 행사하겠다는 위협까지 서한에 담았다. 하지만 북한이 제출한 서한 어디에도 한국 측의 자작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만한 감식 자료나 제3자 검증 결과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 사건은 올해 9월 21일 경기도 파주시 서부전선 비무장지대 내 군사분계선 이남 지역에서 수색로 개척 작전을 수행하던 육군 제25보병사단 수색대대 장병들이 지뢰 폭발로 중경상을 입으면서 발생했다. 사고 직후 합동참모본부와 유엔군사령부는 9월 26일부터 29일까지 공동 현장조사를 실시했고, 부상 장병들의 방호복과 덧신 등에서 수거한 파편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해 정밀 성분 분석을 진행했다.
유엔군사령부는 현장조사를 토대로 9월 30일 공식 입장문을 내고, 이번 폭발 사건과 군사분계선 이남 지역에서 추가로 식별된 북한제 지뢰에 대해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합동참모본부는 10월 2일 접수된 국과수의 최종 감정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 10월 5일 해당 사고가 북한군이 군사분계선을 넘어와 의도적으로 매설한 ‘수지(플라스틱) 반보병지뢰’에 의해 발생했다고 최종 결론을 내렸다.
당시 조사단은 폭발 현장에서 철제 파편이 검출되지 않고 TNT 성분이 확인된 점, 수거된 갈색 플라스틱 파편의 열경화성 수지 성분이 과거 임진강 일대에서 수거된 북한군 수지 반보병지뢰와 일치한다는 점을 구체적인 근거로 제시했다. 집중호우 등에 따른 유실 지뢰 가능성에 대해서도 정밀 위성항법장치(GPS) 분석 결과, 폭발 지점과 추가 발견된 미폭발 지뢰 위치가 모두 군사분계선 이남 10여m 안쪽의 매설 형태였다는 점을 들어 북한군이 국경선 요새화 작업을 빌미로 침범해 인위적으로 매설한 것이라고 판명했다.
이에 따라 차지훈 주유엔 한국대사는 북한보다 앞선 10월 22일 안보리 의장에게 공식 서한을 보내 유엔사와 군 당국의 조사 결과를 전달하고,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을 규탄하며 공개 사과와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했다. 사흘 뒤 제출된 북한의 10월 25일 서한은 이러한 한국 측의 외교적 조치에 맞서 책임을 회피하려는 맞대응 성격의 문서였다.
이처럼 유엔 무대에서 남북은 사건의 책임 소재를 두고 정반대의 입장을 내놓았으나, 한국 측은 유엔사와의 공동 현장조사, 국과수의 화학·물질 성분 감정, GPS 좌표 분석 등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물증을 판단 근거로 제시했다. 반면 북한 측은 합동조사단의 감식 결론을 뒤집을 만한 어떠한 실증적 자료도 내놓지 못한 채 일방적인 ‘자작극’ 주장과 무력 행사 위협만 되풀이하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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