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초 다닌 수고는 셈에도 안 넣어요?..” 장례지도사가 꼽은 부모님 묘 이장 때 형제가 절대 미루면 안 되는 것 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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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 정리하자는 말을 꺼냈다가 형제끼리 연락이 끊긴다. 순서를 하나만 잘못 밟아도 몇 년 동안 쌓인 서운함이 한꺼번에 터진다. 벌초 갈 사람은 해마다 줄고 산길은 점점 험해진다. 그래서 누군가는 먼저 꺼내야 하는 이야기다. 그런데 막상 꺼내면 부모님 이야기보다 형제 사이의 오래된 셈이 먼저 올라온다.
묘를 봉안당으로 옮기든 다른 묘지로 이장하든 갈등은 대개 같은 자리에서 생긴다. 장례 일을 오래 해 온 사람들이 이장 상담에서 자주 듣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형제가 미리 정해 두지 않아 부딪히는 대목을 순서대로 정리했다.
3위. 날짜와 행정 절차를 누가 맡을지
장남이 “날은 내가 알아서 잡을 테니 다들 그날 오기만 해”라고 말하면 동생들은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속으로는 ‘우리는 날짜 맞춰 오는 사람이구나’ 하고 한발 물러선다. 의논 없이 정해진 날에 휴가를 맞추다 보니, 나중에 일이 틀어지면 왜 하필 그날이었느냐는 말이 나온다.
이장에는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간다. 묘가 있는 곳의 관할 시·군·구청에 개장 신고를 해야 하고, 옮겨 갈 봉안당이나 묘지와 계약도 해야 한다. 업체를 골라 일정을 맞추는 일도 남는다. 집안에 따라 윤달이나 한식 무렵을 고르는 경우가 많은데, 그때는 업체 일정도 빠듯하다. 한 사람에게 다 맡기기보다 서류는 누가, 업체 연락은 누가 할지 나눠 두는 편이 무난하다. 진행 상황도 형제가 모두 볼 수 있게 공유해 두는 것이 좋다.
2위. 문중 어른과 친척에게 언제 어떻게 알릴지
다 정해 놓고 작은아버지에게 “다음 달에 아버지 산소 옮기기로 했습니다”라고 전화로 알렸다고 하자. 어른은 의논이 아니라 통보를 받았다고 느낀다. 선산에 다른 조상이 함께 계시다면 섭섭함은 더 커지고, 그 섭섭함은 결국 맏이에게 돌아온다.
선산이나 문중 묘역에 모신 경우라면 형제끼리 방향만 먼저 정해 두는 편이 낫다. 그리고 날짜를 못 박기 전에 어른을 찾아뵙고 뜻을 여쭙는 편이 순서가 매끄럽다. 결정을 넘기라는 뜻이 아니다. 함께 의논했다는 과정을 남기라는 것이다. 연락을 누가 맡을지도 정해 두자. 그래야 같은 이야기가 여러 사람을 거치며 다르게 전해지는 일을 막을 수 있다.
1위. 이장 비용과 앞으로의 관리비를 나누는 기준
비용 이야기가 나오면 누군가는 꼭 “형편 되는 사람이 좀 더 내면 되지”라고 말한다. 듣는 쪽은 속으로 되묻는다. 그동안 벌초 다니고 명절마다 산소를 챙긴 수고는 왜 셈에 넣지 않느냐고. 돈 문제보다 묵은 서운함이 먼저 터지는 대목이다.
이장 비용은 한 번 들고 끝나지만 봉안당 관리비는 몇 년 단위로 계속 나간다. 그래서 처음부터 두 가지를 따로 정하는 편이 낫다. 똑같이 나눌지, 형편에 따라 비율을 달리할지, 그동안 산소를 돌본 사람의 몫은 어떻게 볼지 말로 정해 두자. 정한 내용을 간단히 적어 두면 몇 년 뒤 관리비 고지서가 날아왔을 때 다시 다툴 일이 줄어든다.
부모님 산소를 옮기는 일은 남은 형제가 앞으로 어떻게 지낼지를 정하는 일이기도 하다. 무엇을 정했는지보다 어떻게 정했는지가 더 오래 남는다.
첫 전화를 걸기 전에 종이 한 장을 꺼내 보자. 비용, 알릴 사람, 맡을 일. 이 세 줄을 먼저 채워 두면 꺼내기 어려운 이야기도 한결 가벼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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