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메르세데스-벤츠
■ 핵심 사항
- 메르세데스-벤츠가 “모든 고객의 필요에 맞는 파워트레인”이라는 전략을 공개했습니다.
- 2028년까지 “거의 30종”의 신차 출시를 내세웠지만, 모델명·시점·전기차 비율 수치는 없습니다.
- 숫자보다 방향을 읽어야 하는 발표라, 판단은 후속 공개 일정을 기준으로 하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벤츠 파워트레인 전략 발표문은 읽는 맛이 있다. 전기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고효율 내연기관을 전부 하겠다는 선언이라 방향은 선명하다. 다만 선언이 선명하다는 것과 계획이 구체적이라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이 글은 문서가 한 말과 하지 않은 말을 원문 표현 그대로 나눠 놓고, 어디가 비어 있는지를 본다.
신차 “거의 30종”, 숫자는 큰데 단위가 하나다
발표문의 가장 큰 숫자는 “Nearly 30 new model launches by 2028″이다. 2028년까지 신차 출시가 거의 30건이라는 뜻이고, 그 변화가 2027년 말이면 현실이 된다고 적었다. 벤츠는 이를 “10년 전에는 거의 상상할 수 없던” 속도라고 표현했다. 포트폴리오를 “그 어느 때보다 빠르고 크게” 넓힌다는 것이다.
여기서 눈여겨볼 단어는 “launches”다. 완전히 새로 만든 모델과 부분변경이 한 묶음으로 세어졌는지, 원문은 구분하지 않는다. 신차 30건이라는 숫자가 곧 30개의 새 플랫폼은 아니라고 본다. 부분변경까지 포함된 숫자라면 체감 규모는 달라질 수 있고, 이 점은 문서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근거로 든 자산은 “140년 이상의 엔지니어링 경험”과 “수십억 km의 익명 주행 데이터”다. 인상적인 표현이지만, 그 데이터가 어떤 결정을 바꿨는지는 설명이 없다.
개발 순서와 800V, 문서가 실제로 말한 것
개발 방식은 비교적 구체적이다. 주행 사이클, 가속 패턴, 가속페달 움직임, 견인, 언덕 출발 같은 실제 사용 조건을 개발 목표로 바꾼다. 이어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시험대에서 토크 형성과 고온에서의 출력 변화를 검증한다. 원문의 표현으로 “그 이후에야” 차량 시험이 이뤄진다.
기술 내용도 적혀 있다. 내연기관 쪽은 FAME(모듈형 엔진 패밀리) 가솔린으로, ISG 2.0 기반의 저연비와 출력 증대를 내세우며 “GLA부터 S-Class까지” 적용한다고 한다. 포뮬러 1에서 넘어온 전기 터보차저는 “컴팩트 세그먼트에서 가장 강력한 4기통”에 들어간다고 했지만 출력값은 없다.
전기차 쪽은 VISION EQXX 프로그램에서 나온 모듈형 파워트레인이 CLA·GLB·GLA·GLC·C-Class에 쓰이고, “다음 단계”로 800V 구조를 E-Class와 S-Class 같은 대형 라인으로 넓힌다. 자체 개발 EDU 2.0은 설계 단계부터 800V이며 에어컨 컴프레서까지 고전압으로 묶어 “엔트리 세그먼트에서 처음”이라고 주장한다. 인버터는 SiC, 변속기는 도그클러치 2단이다. 다만 “처음”이라는 주장의 비교 대상과 기준은 원문에 없다.
문서에 없는 여덟 가지, 이것이 빠진 고리다

사진 = 메르세데스-벤츠
원문 전체를 읽고 확인한 결과, 발표문에 없는 항목은 이렇다. 개별 신차의 모델명과 출시 순서, 30건의 전기·플러그인·내연 구성 비율, 자체 셀의 양산 시점과 공급처, 전고체 배터리의 시점과 상용 목표, 가격과 원가 수치, 전기 주행거리와 충전 속도, 800V 대형 라인 확대의 시기, 그리고 한국 시장 계획이다.
약속 표현도 짚어 둘 만하다. “모든 고객에게 맞는 파워트레인”, “기술적 다양성”, “체감할 수 있는 부가가치”는 모두 방향을 가리키는 말이다. 수치로 책임질 문장은 없다. 배터리에 대해서는 “핵심 전략 역량”이라며 자체 셀 케미스트리를 개발하고 전고체를 “연구 중”이라고 썼다. 연구라는 단어는 개발도 양산도 아닌 단계로 읽힌다.
독자가 가져갈 정보가 “30건, 2028년”뿐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 숫자를 뒷받침할 일정이 없으니, 지금은 약속이라기보다 의지 표명에 가깝다고 읽힌다.
반론과 시장: 내연기관 라인은 실제로 팔린다
반대 해석도 가능하다. 벤츠가 시점을 비운 것은 숨기려는 게 아니라 시장이 갈리는 상황에서 선택지를 열어 두려는 합리적 전략일 수 있다. 고객마다 필요가 다르다는 Jörg Bartels 파워트레인 개발 부사장의 말, “파워트레인만큼 차의 성격을 규정하는 기술은 없다”는 원문 인용도 같은 맥락이다. 이 해석은 타당하다.

사진 = 메르세데스-벤츠
국내 판매량도 이 해석을 거든다. 판매량 DB 기준 2026년 9월 The New S-Class는 879대로 전월 465대, 전년 같은 달 492대보다 늘었다. The New Maybach S-Class도 58대가 팔렸다. 다만 이 수치는 가솔린 대형 세단 라인의 것이고 전기차와 플러그인 판매량이 아니다. 내연기관 플래그십이 여전히 팔린다는 사실은 말해 주지만, 벤츠 파워트레인 전략의 성패를 말해 주지는 않는다.
그래서 내 판단은 이렇다. 다양성을 유지한다는 방향은 합리적으로 읽힌다. 그러나 합리적인 방향과 검증 가능한 계획은 별개라고 본다. 반론이 맞더라도, 시점이 비어 있다는 사실은 그대로 남는다.
판정은 세 가지로 하면 된다
앞으로 확인할 것은 많지 않다. 첫째, 개별 신차 발표에서 모델명과 출시 시점이 채워지는가. 둘째, 800V가 E-Class와 S-Class 같은 대형 라인에 실제로 들어가는 시기가 공개되는가. 셋째, 자체 셀과 전고체가 “연구”에서 “양산” 표현으로 옮겨 가는가.
이 세 가지가 채워지면 이번 벤츠 파워트레인 전략은 계획으로 읽을 수 있고, 2028년까지 남은 시간이 이를 가려 줄 것이다. 지금 단계에서는 전략의 방향을 평가하되 일정은 판단 보류로 두는 쪽이 맞다고 본다. 국내 소비자는 한국 출시 계획이 이 문서에 없다는 점까지 기억해 두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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