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 돌잔치에 금반지 다섯 돈을 해 갔는데..” 사돈댁 상차림을 보고 말문이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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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손주의 돌잔치는 할머니에게도 평생 잊지 못할 날입니다. 손주가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금반지나 금팔찌를 준비하는 분들이 많습니다.그런데 정성껏 준비한 선물이 엉뚱한 사람의 이름으로 바뀌어 있다면 어떤 마음이 들까요? 오늘은 손주 돌잔치에 금반지를 해 갔다가 사돈댁 상차림 앞에서 말문이 막혔던 한 할머니의 이야기를 전해 드립니다.

첫 손주를 기다린 할머니
경남 김해에 사는 최영애 씨는 올해 예순아홉입니다. 그녀는 남편과 함께 김해에서 30년 동안 작은 철물점을 운영했습니다. 남편이 5년 전 세상을 떠난 뒤로는 가게를 정리하고 연금과 월세 수입으로 혼자 생활하고 있습니다.영애 씨에게는 아들 하나, 딸 하나가 있었습니다. 아들 준혁 씨는 부산의 한 조선 설계 회사에 다녔고, 3년 전 회사 동료였던 윤소라 씨와 결혼했습니다. 며느리는 결혼 후 회사를 그만두고 아이를 준비했습니다.그리고 작년 가을, 영애 씨는 마침내 첫 손주를 품에 안았습니다. 손자 하율이를 처음 본 날, 영애 씨는 병원 신생아실 유리창 앞에서 한참을 울었습니다. 먼저 간 남편이 이 모습을 봤으면 얼마나 좋아했을까 싶었습니다.영애 씨는 손주가 태어난 뒤 한 달에 두세 번씩 부산에 다녀왔습니다. 갈 때마다 손주 옷과 기저귀, 반찬을 한가득 챙겼습니다. 며느리는 시어머니를 반기면서도 가끔 “어머님, 너무 자주 오시면 힘드시잖아요”라고 말했습니다.영애 씨는 그 말을 시어머니를 걱정해 주는 말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다가올 손주의 첫 돌을 손꼽아 기다리며, 할머니로서 가장 귀한 선물을 준비하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금반지 다섯 돈의 의미
돌잔치를 두 달 앞두고 영애 씨는 김해 시내의 오래된 금은방을 찾았습니다. 남편과 결혼할 때 반지를 맞췄던 바로 그 가게였습니다. 사장님은 영애 씨를 알아보고 반갑게 맞아 주었습니다.영애 씨는 손주를 위해 금 다섯 돈짜리 반지를 주문했습니다. 금값이 많이 올라 적지 않은 돈이었지만 아깝지 않았습니다. 반지 안쪽에는 “할머니가 하율이를 사랑해”라는 글귀까지 새겨 달라고 부탁했습니다.”요즘 돌반지로 다섯 돈은 정말 큰 선물이에요. 손주가 복이 많네요.” 사장님의 말에 영애 씨는 쑥스럽게 웃었습니다. 남편과 함께 철물점에서 땀 흘려 모은 돈으로 첫 손주에게 해 주는 선물이라 더욱 뜻깊었습니다.반지가 완성되던 날, 영애 씨는 빨간 비단 상자에 담긴 반지를 몇 번이고 꺼내 보았습니다. 손주의 작은 손가락에 반지가 끼워지는 모습을 상상하며 밤잠을 설쳤습니다.돌잔치 일주일 전, 며느리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어머님, 금반지는 미리 저한테 주시면 제가 돌상에 예쁘게 올려 둘게요. 당일엔 정신이 없을 것 같아서요.” 영애 씨는 며느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반지 상자를 미리 건네주었습니다.

돌잔치 날의 두 상차림
돌잔치는 부산 해운대의 한 레스토랑에서 열렸습니다. 영애 씨는 딸과 함께 일찍 도착해 손주를 안아 주었습니다. 한복을 차려입은 손주는 할머니를 보자 방긋 웃었습니다.돌상은 두 개로 나뉘어 차려져 있었습니다. 한쪽은 친가, 다른 한쪽은 외가의 선물을 올려 두는 상이었습니다. 요즘 돌잔치에서는 양가 선물을 따로 전시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습니다.영애 씨는 친가 상 앞으로 다가갔다가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친가 상에는 작은 은수저 세트 하나와 영애 씨의 딸이 준비한 봉투만 놓여 있었습니다. 영애 씨가 준비한 금반지는 보이지 않았습니다.고개를 돌려 외가 상을 바라본 순간, 영애 씨의 숨이 멎는 듯했습니다. 외가 상 한가운데 빨간 비단 상자가 놓여 있었습니다. 그 안에는 영애 씨가 맞춘 금반지가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상자 앞에는 “외할머니 선물 – 금 다섯 돈”이라는 이름표가 붙어 있었습니다.영애 씨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습니다. 딸이 엄마의 팔을 붙잡으며 속삭였습니다. “엄마, 저거 엄마가 맞춘 반지 아니에요?” 영애 씨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한 채 반지 상자만 바라보았습니다.

사회자의 한마디
잠시 뒤 돌잔치 사회자가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사회자는 양가 선물을 하나씩 소개하며 분위기를 띄웠습니다. “외할머니께서 하율이를 위해 금 다섯 돈 반지를 준비하셨습니다!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하객들 사이에서 감탄과 박수가 터져 나왔습니다. 사부인은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습니다. 며느리도 친정어머니 옆에서 박수를 쳤습니다. 영애 씨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손끝이 차가워지는 것을 느꼈습니다.사회자는 이어 친가 선물을 소개했습니다. “친할머니께서는 따뜻한 마음을 담아 은수저를 준비하셨습니다.” 은수저는 영애 씨가 준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누가 올려 둔 것인지조차 알 수 없었습니다.주변 하객들이 영애 씨를 힐끗 바라보며 수군거렸습니다. “친가는 은수저 하나네.” “외가가 훨씬 신경 썼나 봐.” 영애 씨는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지만, 손주의 잔칫날을 망칠 수 없어 끝까지 자리를 지켰습니다.그 와중에 반지 안쪽에 새긴 글귀가 떠올랐습니다. “할머니가 하율이를 사랑해.” 그 글귀는 이제 외할머니의 사랑으로 소개되고 있었습니다. 영애 씨는 손주의 웃는 얼굴을 바라보며 애써 눈물을 삼켰습니다.

잔치가 끝난 뒤의 대화
돌잔치가 끝나고 하객들이 떠난 뒤, 영애 씨는 아들을 조용히 불렀습니다. “준혁아, 외가 상에 있던 금반지, 그거 엄마가 맞춘 거다. 안쪽에 엄마가 새긴 글귀가 있다.” 아들은 깜짝 놀라 반지 상자를 열어 보았습니다.반지 안쪽에는 영애 씨가 말한 글귀가 그대로 새겨져 있었습니다. 아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습니다. 아들은 곧장 아내를 불러 물었고, 며느리는 한참을 망설이다 털어놓았습니다.”엄마가 돌반지를 못 해 오신다고 해서… 친척들 앞에서 우리 엄마만 빈손이면 창피할 것 같아서 그랬어요. 어머님은 이해해 주실 줄 알았어요.” 며느리는 고개를 숙였지만 미안한 기색보다는 억울한 표정이었습니다.그때 사부인이 다가와 오히려 영애 씨를 탓했습니다. “사돈, 어차피 손주한테 간 반지인데 누가 줬는지가 그렇게 중요해요? 잔칫날에 이런 얘기를 꺼내시니 서운하네요.” 그 말에 영애 씨는 더 이상 할 말을 찾지 못했습니다.아들은 아내와 장모를 번갈아 바라보다 어머니 앞에 섰습니다. “어머니, 정말 죄송해요. 이건 아니에요. 제가 제대로 바로잡겠습니다.” 영애 씨는 아들의 손을 잡으며 조용히 말했습니다. “오늘은 하율이 생일이다. 싸우지 말고 집에 가서 차분히 이야기하거라.”

할머니가 지킨 마음
며칠 뒤 아들이 며느리와 함께 김해로 찾아왔습니다. 며느리는 이번에는 진심으로 고개를 숙였습니다. “어머님, 제가 생각이 짧았어요. 친정 엄마 체면을 세워 드리려다 어머님 마음을 짓밟았어요. 정말 죄송합니다.”아들은 친척들 단체 대화방에 돌반지는 친할머니가 준비한 것이었다고 정정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사부인은 끝내 직접 사과하지 않았지만, 며느리가 대신 친정어머니의 짧은 사과 문자를 전해 주었습니다.영애 씨는 며느리의 사과를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를 부탁했습니다. “앞으로 내가 하율이에게 주는 선물은 내가 직접 하율이 손에 쥐여 주마. 그게 서로 오해 없는 길이다.” 며느리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그 뒤로 영애 씨는 손주에게 줄 선물이 있으면 직접 부산에 가서 손주 손에 건넵니다. 선물마다 짧은 편지를 함께 넣어 둡니다. “할머니가 하율이를 사랑해.” 손주가 커서 글을 읽게 되면 그 편지들을 모두 읽어 볼 수 있도록 말입니다.얼마 전 아들이 영애 씨에게 사진 한 장을 보내왔습니다. 손주가 금반지가 든 빨간 비단 상자를 품에 안고 웃고 있는 사진이었습니다. 사진 아래에는 아들의 짧은 메시지가 적혀 있었습니다. “엄마, 이 반지는 하율이가 크면 누가 준 건지 제가 꼭 말해 줄게요.”

손주를 향한 할머니의 사랑은 선물의 크기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마음에 있습니다. 하지만 그 마음이 다른 사람의 체면을 위해 쓰인다면 깊은 상처로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가족 사이일수록 작은 거짓말이 큰 서운함이 됩니다. 오늘 이 이야기가 손주와 자식 부부를 아끼는 할머니, 할아버지들께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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