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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양육비 매달 100만원 보냈는데..” 6년 뒤 손녀가 읽은 글에 주저앉아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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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이 아이를 낳으면 부모의 걱정도 두 배로 늘어납니다. 손주는 예쁘지만, 아이 키우느라 지친 자식 얼굴을 보면 무엇이든 보태 주고 싶어집니다. 그러다 돈을 건넨 뒤에는 그 돈이 제대로 쓰이는지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그것 역시 부모의 마음입니다.

충북 청주시 상당구에 사는 윤명순 씨는 올해 쉰아홉입니다. 동네 시장 어귀에서 22년째 반찬가게를 하고 있습니다. 새벽 다섯 시면 가게 불을 켜고 콩자반을 졸이고 나물을 무칩니다. 화물차를 몰던 남편은 허리를 다친 뒤로 가게 배달을 맡고 있습니다. 슬하에는 외동딸 수아 하나를 두었습니다.

수아는 가게 한쪽 평상에서 숙제를 하며 자랐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손님에게 반찬 봉지를 건네고 거스름돈을 셌습니다. 중학생 때는 명순 씨가 장염으로 앓아눕자 혼자 가게 문을 열었습니다. 어설프게 멸치를 볶아 팔았는데, 손님들은 “딸이 엄마 손맛을 닮았네” 하며 웃었습니다.

수아는 스물넷에 공장에 다니는 성훈 씨와 결혼해 경기 평택시로 떠났습니다. 이듬해에는 쌍둥이 남매를 낳았습니다. 명순 씨는 기뻤지만 걱정도 앞섰습니다. 젊은 부부가 두 아이를 한꺼번에 키우기가 어디 쉽겠나 싶었습니다.

쌍둥이 돌잔치가 끝난 저녁, 수아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습니다. “엄마, 애 둘을 혼자 보기가 너무 힘들어. 도우미 쓰는 데 조금만 보태 주면 안 될까?” 명순 씨는 딸의 핼쑥한 얼굴을 보고 망설이지 않았습니다. “얼마면 되니?” “한 달에 100만 원만… 2년만 도와줘.”

그 무렵 가게 순수입은 한 달 300만 원 남짓이었습니다. 명순 씨는 노후 자금으로 붓던 적금을 깨고, 가게 문 닫는 시간을 한 시간 늦췄습니다. 그렇게 2년 동안 매달 25일이면 딸 통장에 100만 원을 보냈습니다. 주말마다 장조림과 멸치볶음, 깻잎지를 아이스박스에 담아 택배로 부치는 일도 거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서운한 마음이 쌓였습니다. 손주들을 보러 가겠다고 하면 수아는 “엄마 가게 바쁜데 뭘 와” 하며 말렸습니다. 어렵게 한 번 찾아간 날에는 도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수아는 “오늘은 쉬는 날이야” 하고 말했습니다. 평일 낮인데도 사위가 오른손에 붕대를 감고 집에 있었습니다. 사위는 “야간조라서요. 작업하다 살짝 다쳤습니다” 하며 멋쩍게 웃었습니다.

돌아오는 버스에서 명순 씨는 창밖만 바라보았습니다. ‘도우미 쓴다더니, 그 돈은 다 어디다 쓰는 걸까.’ 남편은 “다 사정이 있겠지” 하고 말았지만, 명순 씨 마음에는 작은 가시가 박혔습니다. 2년이 지나 송금을 멈춘 뒤에도 그 가시는 빠지지 않았습니다. 딸이 고맙다고 할 때마다 ‘그 돈이 정말 아이들한테 갔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렇게 6년이 흘렀습니다. 쌍둥이 하윤이와 하준이는 초등학교 3학년이 되었습니다. 올가을 수아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엄마, 이번 금요일에 애들 학예회 있어. 하윤이가 할머니 꼭 오시래.” 명순 씨는 가게 문에 ‘하루 쉽니다’ 쪽지를 붙이고 평택행 버스에 올랐습니다.

학예회 날은 늦가을 비가 추적추적 내렸습니다. 학교 강당 입구에는 젖은 우산들이 줄지어 세워져 있었고, 접이식 의자마다 학부모들이 빼곡히 앉아 있었습니다. 하준이가 리코더 합주를 마치고 내려가자, 하윤이가 종이 한 장을 들고 무대 가운데로 나왔습니다.

“제목은 ‘우리 집을 살린 할머니 반찬’입니다.”

명순 씨는 자세를 고쳐 앉았습니다. 하윤이의 목소리가 강당에 울렸습니다.

“우리가 아기였을 때 아빠가 공장에서 손을 크게 다쳤습니다. 아빠는 1년 넘게 일을 못 했습니다. 엄마는 분유 살 돈이 없어서 매일 울었대요. 그때 청주에 사는 할머니가 매달 돈을 보내 주셨습니다. 그 돈으로 월세를 내고 우리 분유를 샀습니다. 엄마 아빠는 할머니가 보낸 장조림이랑 멸치볶음으로 밥을 먹었습니다. 엄마는 할머니가 우리를 지켜 줬다고 했습니다. 할머니, 우리 집을 살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강당 여기저기서 박수가 터졌지만, 명순 씨는 손뼉을 칠 수가 없었습니다. 일어나려다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수아가 놀라 엄마를 부축했습니다. 명순 씨는 딸의 팔을 붙든 채 소리 죽여 울었습니다.

학예회가 끝난 뒤, 텅 빈 복도 끝에서 수아가 고개를 떨궜습니다. “엄마, 미안해. 성훈 씨가 기계에 손가락을 다쳐서 수술을 두 번 받았어. 산재 승인이 나기까지 반년 가까이 걸렸고, 그사이 월급이 끊겨서 월세가 석 달이나 밀렸어. 엄마가 아시면 가게 접고 올라오실 것 같아서 도우미 핑계를 댔어.”

“그럼 그날 사위가 야간조라고 한 것도…” “응, 내가 그렇게 말하라고 했어. 엄마 반찬 아니었으면 우리 그때 굶었을 거야. 애들한테만은 꼭 말해 주고 싶었어. 할머니가 우리를 지켜 줬다고.”

뒤따라 나온 사위가 고개를 숙였습니다. “장모님, 그때 말씀 못 드려서 죄송합니다. 지금은 다른 공장에서 반장 일 하고 있습니다.” 사위의 오른손 검지 끝마디가 조금 짧았습니다. 명순 씨는 그 손을 두 손으로 감싸 쥐었습니다.

“내가 바보였다. 그 돈 어디 썼나 6년을 속으로 의심했어. 너희가 그렇게 버티는 줄도 모르고. 수아야, 혼자 얼마나 무서웠니.”

그날 저녁 수아네 좁은 식탁에는 명순 씨가 싸 들고 간 장조림과 깻잎지가 올랐습니다. 하윤이가 밥 위에 장조림을 얹으며 말했습니다. “할머니, 이게 우리 집 살린 맛이에요.” 온 식구가 웃었고, 명순 씨는 손녀의 밥그릇에 메추리알 하나를 더 얹어 주었습니다.

오 헨리의 단편 「크리스마스 선물」에서 가난한 부부는 서로를 위해 가장 아끼던 것을 몰래 내놓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으려는 침묵은 때로 거짓말의 얼굴을 하고 찾아옵니다.

자식에게 건넨 돈의 쓰임이 궁금한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다만 의심이 쌓이기 전에 “요즘 정말 괜찮니?” 하고 한 번 물어봐 주세요. 자식이 숨긴 사정 속에는 부모를 아끼는 마음이 들어 있을 때가 많습니다. 힘든 일도 혼자 감당하기보다 가족에게 털어놓아야 서로 덜 아픕니다.

올 늦가을 명순 씨는 쌍둥이 손주들과 청주 무심천 둑길을 걸었습니다. 노랗게 물든 은행잎이 발밑에 수북이 쌓여 있었습니다. 하윤이와 하준이는 할머니의 양손을 하나씩 잡고 낙엽을 밟았습니다. 강물 위로 저녁 햇살이 반짝이는 동안, 세 사람은 오래도록 천천히 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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