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메뉴 바로가기 (상단) 본문 컨텐츠 바로가기 주요 메뉴 바로가기 (하단)

“사위 명절 기름값 70만원 줬는데..” 6년 뒤 사위가 결혼식장에서 한 통화에 결단했다

OWN 뉴스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Google 검색에서 뷰어스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명절에 처가를 다녀가는 사위 손에 봉투 하나를 쥐여 보내는 것은 오래된 인정입니다. 먼 길 와 준 것이 고맙고, 내 딸을 아껴 달라는 마음을 담는 일입니다. 그러나 정으로 건넨 봉투도 해마다 되풀이되면 받는 쪽에서는 어느새 당연한 값이 되기도 합니다.

충북 청주시 상당구에 사는 배옥순 씨는 올해 예순다섯입니다. 동네 대중목욕탕에서 25년째 세신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남편은 외동딸 지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던 해 공사장 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옥순 씨는 그 뒤로 남의 등을 밀어 딸을 키웠습니다. 지금은 목욕탕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의 낡은 빌라에서 혼자 지냅니다.

지현이는 6년 전 경기 파주시의 물류회사에 다니는 박성훈 씨와 결혼했습니다. 처음 인사를 오던 날 성훈 씨는 옥순 씨가 끓인 청국장을 두 그릇이나 비웠습니다. 그러고는 “어머님 손맛이 저희 어머니보다 낫습니다” 하고 웃었습니다. 옥순 씨는 그 넉살이 싫지 않았습니다.

결혼 준비를 할 때 옥순 씨는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혼수를 넉넉히 해 줄 형편이 못 되었기 때문입니다. 상견례 날 사돈댁은 “요즘 누가 그런 걸 따집니까” 하고 웃어넘겼습니다. 그래도 옥순 씨는 그날 밤새 뒤척였습니다. 사위에게 빚을 진 것만 같았습니다.

결혼한 첫해 겨울, 성훈 씨는 김장을 돕겠다며 소매를 걷어붙이고 배추 쉰 포기를 날랐습니다. 장모의 손을 보고는 “어머님 손이 왜 이렇게 거치세요” 하며 핸드크림을 사다 주기도 했습니다. 이태리타월을 25년 동안 쥐어 온 손이었습니다. 옥순 씨는 그 이야기를 목욕탕 동료들에게 몇 번이나 자랑했습니다.

그해 첫 설, 딸 내외가 파주로 돌아가려고 신발을 신을 때였습니다. 옥순 씨는 하얀 봉투 하나를 사위 손에 쥐여 주었습니다. “먼 길 오느라 애썼네. 오가는 기름값이나 하게.” 성훈 씨는 “어머님, 이러시면 안 되는데요” 하면서도 봉투를 점퍼 안주머니에 넣었습니다. 봉투에는 70만 원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 돈은 옥순 씨가 손님 등을 밀어 모은 것이었습니다. 세신 한 번에 2만 5천 원이니, 70만 원이면 스물여덟 명의 등이었습니다. 옥순 씨는 날마다 일을 마치면 그날 번 돈에서 조금씩 떼어 ‘명절 통장’에 넣었습니다. 혼수를 제대로 못 해 준 미안함을 그렇게라도 갚고 싶었습니다.

봉투는 설과 추석마다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해가 갈수록 사위의 발걸음이 달라졌습니다. 명절 전날 오던 딸 내외는 어느 해부터 명절 당일 점심때가 되어서야 도착했습니다. 봉투를 받고 나면 길이 막히기 전에 가야 한다며 서둘러 일어섰습니다.

작년 추석에는 봉투에 50만 원밖에 넣지 못했습니다. 그해 여름 어깨 힘줄이 상해 석 달을 쉬었기 때문입니다. 봉투를 받아 든 사위는 손끝으로 두께를 가늠하더니 인사도 건성으로 하고 차에 올랐습니다. 그 뒤로 한동안 딸의 목소리가 유난히 가라앉아 있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물어도 지현이는 “회사 일로 피곤해서 그래” 하고 말을 돌렸습니다.

올해 6월 첫 토요일, 옥순 씨는 청주 시내의 한 예식장에 갔습니다. 20년 넘게 목욕탕 카운터를 지킨 동갑내기 친구 영자 씨의 막내딸 결혼식이었습니다. 아침부터 굵은 비가 쏟아져 옥순 씨는 젖은 우산을 털며 식장에 들어섰습니다.

식이 끝나고 화장실에 다녀오던 길이었습니다. 복도 끝 비상계단 쪽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사위 성훈 씨였습니다. 신랑이 회사 후배라 결혼식에 왔다는 것을 옥순 씨는 그제야 알았습니다. 청주까지 내려오면서 장모에게는 연락 한 통 없었던 것입니다.

반가운 마음에 다가가려던 옥순 씨는 발을 멈췄습니다. 성훈 씨는 누군가와 통화하며 웃고 있었습니다.

“장모님 댁? 안 들르지. 명절도 아닌데 뭐하러 가. 우리 장모님 봉투는 명절 알바비야. 처가 가는 날이 수당 받는 날이지.”

전화기 너머에서 무슨 말이 오갔는지 성훈 씨가 또 웃었습니다. “작년 추석엔 오십 넣으셨더라고. 그날 지현이한테 한소리 했지. 장사가 안 되면 미리 말을 하든가.”

옥순 씨는 손에 쥔 우산을 떨어뜨릴 뻔했습니다. 우산 끝에서 떨어진 빗물이 구두코를 적셨습니다. 핸드백 안에는 혹시 사위를 만나면 주려고 아침에 시장에서 산 찰떡 한 봉지가 들어 있었습니다. 옥순 씨는 아무 말 없이 돌아서서 비 내리는 거리로 나왔습니다.

그날 밤 옥순 씨는 딸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들은 이야기를 그대로 전하자 전화기 너머에서 한참 동안 숨죽인 울음소리가 났습니다.

“엄마, 미안해. 그 사람, 처가 가는 날을 수당 받는 날이라고 불러. 봉투 얇은 해에는 집에 가는 내내 나한테 짜증을 냈어. 그래도 엄마가 그 돈을 어떻게 버는지 아는데 내가 어떻게 말해. 엄마 마음 다칠까 봐 그냥 참았어.”

옥순 씨는 그제야 지난 6년이 한눈에 보였습니다. 점심때가 되어서야 나타나던 사위, 봉투를 받자마자 일어서던 뒷모습, 작년 추석 뒤 가라앉아 있던 딸의 목소리. 그동안 건넨 봉투는 열한 번, 770만 원이었습니다. 옥순 씨가 밀어 준 등으로 치면 삼백 개가 넘었습니다.

“네가 왜 미안하니. 앞으로는 혼자 삼키지 마라. 엄마는 남의 등 미는 사람이지, 바보는 아니다.”

지난 추석, 딸 내외가 청주에 왔습니다. 저녁을 먹고 일어서는 사위에게 옥순 씨는 봉투 대신 보자기에 싼 송편을 내밀었습니다. 사위가 머뭇거리자 옥순 씨가 조용히 말했습니다.

“박 서방, 6월에 결혼식장에서 자네 통화 다 들었네. 이 집은 수당 주는 회사가 아니야. 오늘부터 봉투는 없네. 우리 집은 오고 싶을 때만 오게. 억지로 오는 걸음은 나도 반갑지 않네. 지현이는 언제든 와도 되고.”

성훈 씨의 얼굴이 붉어졌습니다. “어머님, 그건 친구랑 농담으로….” 옥순 씨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농담이었으면 지현이가 그렇게 울지는 않았겠지.” 성훈 씨는 더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옥순 씨는 명절 통장에 남은 돈을 처음으로 자신을 위해 썼습니다. 미뤄 두었던 어깨 치료를 제대로 받았습니다.

정으로 건넨 돈도 같은 날, 같은 액수로 되풀이되면 받는 사람에게는 고마움이 아니라 권리가 되기 쉽습니다. 상대가 봉투의 두께로 사람을 재기 시작했다면, 그때는 봉투를 거두는 것이 서로를 위한 일입니다.

부모 마음이 다칠까 봐 혼자 삭이는 자식도 있습니다. 자식의 목소리가 까닭 없이 가라앉아 있다면, 내가 건넨 마음이 그 집에서 어떤 대접을 받고 있는지 한 번쯤 조용히 물어보세요. 돈보다 귀한 것은 오고 싶어서 오는 발걸음입니다.

늦가을 어느 토요일, 지현이가 혼자 청주에 내려왔습니다. 모녀는 상당산성 성곽길을 천천히 걸었습니다. 성벽을 따라 억새가 은빛으로 흔들렸고, 산자락은 붉고 노랗게 물들어 있었습니다. 지현이가 엄마 팔짱을 끼며 말했습니다. “엄마, 이번엔 내가 오고 싶어서 왔어.” 옥순 씨는 딸의 손을 꼭 잡고 해가 기울 때까지 성벽 길을 걸었습니다.

author-img
OWN 뉴스
content@viewus.co.kr

댓글0

300

댓글0

당신을 위한 인기글

  • 키 157cm라는 게 안 믿기는 한국 연예계 최고 넘사벽 비율지닌 女연예인
    키 157cm라는 게 안 믿기는 한국 연예계 최고 넘사벽 비율지닌 女연예인
  • 이혼하고 직접 두 딸 키우는 싱글맘 엄마 여배우의 믿기지 않은 근황
    이혼하고 직접 두 딸 키우는 싱글맘 엄마 여배우의 믿기지 않은 근황
  • 톱여자 연예인이 무려 7년간 숨겨왔던 남편의 정체, 알고보니 대통령의…
    톱여자 연예인이 무려 7년간 숨겨왔던 남편의 정체, 알고보니 대통령의…
  • 트랜스젠더 하리수, 기자에게 “성관계 어떻게?” 무례한 질문받자 보인 반응
    트랜스젠더 하리수, 기자에게 “성관계 어떻게?” 무례한 질문받자 보인 반응
  • “심근경색이 아니다” 故 김주혁 사망 원인 9년만에…안타깝다
    “심근경색이 아니다” 故 김주혁 사망 원인 9년만에…안타깝다
  • 이재명 대통령이 하루 6건씩 SNS에 집착하는 진짜 이유
    이재명 대통령이 하루 6건씩 SNS에 집착하는 진짜 이유
  • 올해 87살인 오지명이 절친인 故 최불암을 떠나보내며 한 말
    올해 87살인 오지명이 절친인 故 최불암을 떠나보내며 한 말
  • 톱여배우 드라마 촬영 중 밧줄 끊어져 30미터 아래로 추락…연예계 ‘충격 사건’
    톱여배우 드라마 촬영 중 밧줄 끊어져 30미터 아래로 추락…연예계 ‘충격 사건’
  • 부부는 둘다 A형인데, 아들이 B형…결국 아내가 울며 말한 충격 고백
    부부는 둘다 A형인데, 아들이 B형…결국 아내가 울며 말한 충격 고백
  • ‘이렇게 까지?’ 가세연도 한숨 쉰, 은현장의 복수
    ‘이렇게 까지?’ 가세연도 한숨 쉰, 은현장의 복수

당신을 위한 인기글

  • 키 157cm라는 게 안 믿기는 한국 연예계 최고 넘사벽 비율지닌 女연예인
    키 157cm라는 게 안 믿기는 한국 연예계 최고 넘사벽 비율지닌 女연예인
  • 이혼하고 직접 두 딸 키우는 싱글맘 엄마 여배우의 믿기지 않은 근황
    이혼하고 직접 두 딸 키우는 싱글맘 엄마 여배우의 믿기지 않은 근황
  • 톱여자 연예인이 무려 7년간 숨겨왔던 남편의 정체, 알고보니 대통령의…
    톱여자 연예인이 무려 7년간 숨겨왔던 남편의 정체, 알고보니 대통령의…
  • 트랜스젠더 하리수, 기자에게 “성관계 어떻게?” 무례한 질문받자 보인 반응
    트랜스젠더 하리수, 기자에게 “성관계 어떻게?” 무례한 질문받자 보인 반응
  • “심근경색이 아니다” 故 김주혁 사망 원인 9년만에…안타깝다
    “심근경색이 아니다” 故 김주혁 사망 원인 9년만에…안타깝다
  • 이재명 대통령이 하루 6건씩 SNS에 집착하는 진짜 이유
    이재명 대통령이 하루 6건씩 SNS에 집착하는 진짜 이유
  • 올해 87살인 오지명이 절친인 故 최불암을 떠나보내며 한 말
    올해 87살인 오지명이 절친인 故 최불암을 떠나보내며 한 말
  • 톱여배우 드라마 촬영 중 밧줄 끊어져 30미터 아래로 추락…연예계 ‘충격 사건’
    톱여배우 드라마 촬영 중 밧줄 끊어져 30미터 아래로 추락…연예계 ‘충격 사건’
  • 부부는 둘다 A형인데, 아들이 B형…결국 아내가 울며 말한 충격 고백
    부부는 둘다 A형인데, 아들이 B형…결국 아내가 울며 말한 충격 고백
  • ‘이렇게 까지?’ 가세연도 한숨 쉰, 은현장의 복수
    ‘이렇게 까지?’ 가세연도 한숨 쉰, 은현장의 복수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