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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돈 무릎 수술비 2500만원 줬는데..” 사돈 빈소 옆방에서 드러난 며느리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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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돈은 가깝고도 먼 사이라고들 합니다. 자식을 사이에 두고 맺은 인연이라 함부로 대할 수도 없고, 속을 다 터놓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사돈댁에 돈이 건너갈 때면 그 돈이 어떻게 쓰였는지 묻기조차 망설여집니다.

경기도 변두리 도시에 사는 최 씨는 올해 예순다섯입니다. 시장 입구 낡은 건물 1층에서 29년째 의자 세 개짜리 미용실을 하고 있습니다. 동네 할머니들 파마는 거의 다 최 씨 손을 거쳤습니다. 남편은 15년 전 간암으로 먼저 떠났습니다. 서른여덟 살 외아들은 물류회사에서 배차 일을 하며 며느리, 초등학생 손녀와 같은 도시에 살고 있습니다.

며느리는 싹싹한 사람이었습니다. 명절이면 친정 이야기를 자주 꺼냈습니다. 충청도 시골에 혼자 사시는 아버지가 평생 남의 논을 부치며 고생만 하셨다고 했습니다. 상견례 날 사돈어른은 낡은 양복 차림으로 나와 “우리 딸 잘 부탁드립니다” 하고 고개를 깊이 숙였습니다. 최 씨는 그 투박한 손을 보며 자기와 같은 처지의 사람이라고 여겼습니다.

사돈은 해마다 가을이면 고춧가루 한 자루와 햅쌀을 보내왔습니다. 최 씨는 답례로 홍삼을 보냈습니다. 손녀 돌잔치 날에는 둘이 나란히 앉아 막걸리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사부인, 우리 손녀 머리는 커서도 사부인이 해 주셔야 합니다.” 그 말에 두 사람은 한참을 웃었습니다.

2년 전 봄이었습니다. 가게 문을 닫을 무렵 며느리가 혼자 찾아왔습니다. 손님 의자에 앉아 한참 머뭇거리더니 눈물을 쏟았습니다.
“어머니, 아버지 무릎이 다 망가지셨대요. 양쪽 다 인공관절을 해야 한대요. 그런데 형편이 안 돼서 수술을 자꾸 미루세요.”
“얼마나 든다더냐?”
“재활 입원이랑 간병비까지 하면 2500만 원은 있어야 한대요. 이 사람한테는 말 못 하겠어요. 대출 이자 갚기도 버거운데요.”

최 씨는 그날 밤 장부를 펴 놓고 오래 앉아 있었습니다. 건물 주인이 보증금을 올려 달라고 할 때 쓰려고 7년 동안 부어 온 적금이 2천만 원 조금 넘게 있었습니다. 모자란 돈은 봄철 졸업·입학 시즌에 번 파마 수입으로 채웠습니다. 사흘 뒤 최 씨는 며느리 통장으로 돈을 보냈습니다.
“아범한테는 말하지 마라. 사돈어른 자존심도 있으시고.”
며느리는 시어머니 손을 잡고 “이 은혜 평생 안 잊을게요” 하며 울었습니다.

수술은 잘 끝났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문병을 가겠다고 하면 며느리는 “아버지가 사돈한테 이런 모습 보이기 싫어하세요” 하며 말렸습니다. 퇴원 뒤 안부 전화를 걸었을 때 사돈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 막내가 효녀지요. 지 돈으로 다 했답니다.” 최 씨는 며느리가 아버지 마음 편하시라고 그리 말했나 보다 하고 넘겼습니다.

그 뒤로 고춧가루가 끊겼습니다. 대신 며느리가 친정에 다녀오는 일이 부쩍 잦아졌습니다. 단골손님 윤 씨가 파마약을 바르다 말고 물었습니다. “언니, 며느리 요새 차 바꿨더라. 친정이 꽤 산다며?” 최 씨는 “그럴 리가” 하고 웃었지만, 가위를 쥔 손이 잠깐 멈췄습니다.

올해 10월 초, 사돈이 심근경색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습니다. 최 씨는 아들 차를 타고 충청도 읍내 장례식장으로 내려갔습니다.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었습니다. 빈소 입구에는 근조 화환이 스무 개 넘게 늘어서 있었습니다. 접객실에서 국을 뜨던 옆자리 노인이 혀를 찼습니다. “저 영감 땅이 읍내 쪽에만 다섯 필지요. 자식들 이제 시끄럽게 생겼지.” 최 씨는 들고 있던 숟가락을 내려놓았습니다.

그때 빈소 옆 유족 대기실에서 언성이 높아졌습니다. 미닫이문 틈으로 목소리가 고스란히 새어 나왔습니다.
“땅은 셋이 똑같이 나눈다. 아버지도 그러라고 하셨어.” 큰오빠의 목소리였습니다.
“오빠, 그건 말이 안 되지. 아버지 수술비 2500 누가 냈어? 내가 냈잖아. 병원비 낸 자식이 더 받아야지!”
며느리의 목소리였습니다. 접객실이 순식간에 조용해졌습니다. 문상객들이 하나둘 문 쪽을 돌아보았습니다.

아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습니다. “어머니, 수술비 2500이요? 우리한테 그런 돈이 어디 있어서…” 최 씨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때 둘째 오빠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습니다. “그 돈 어디서 났는데? 아버지가 병원비 당신 통장에서 직접 내신 거, 내가 다 봤다.”

아들이 벌떡 일어나 미닫이문을 열었습니다. 며느리는 남편을 보고 얼어붙었고, 그 뒤에 선 시어머니를 보자 입술을 떨었습니다.
“그 2500, 우리 어머니 돈이지?”
며느리는 끝내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큰오빠가 최 씨 앞으로 와서 고개를 숙였습니다. “사부인, 저희 아버지는 수술비 걱정하실 형편이 아니셨습니다.”

그날 밤 사정이 다 드러났습니다. 수술비는 사돈이 자기 돈으로 냈습니다. 며느리는 시어머니에게 받은 돈으로 차를 바꾸고 남은 돈을 따로 챙겨 두었습니다. 그러면서 오빠들 앞에서는 아버지 병원비를 자기가 댔다고 말해 왔습니다. 상속 때 효녀 몫을 더 받으려고 2년 동안 공을 쌓아 온 것이었습니다.

최 씨는 발인까지 자리를 지켰습니다. 운구차 뒤에서 마지막으로 고개를 숙이며 생각했습니다. ‘사돈어른은 아무것도 모르고 가셨구나.’ 차라리 그게 다행이었습니다.

일주일 뒤, 며느리가 문 닫은 미용실을 찾아왔습니다. 2년 전 울던 바로 그 의자 앞에 무릎을 꿇고 봉투를 내밀었습니다.
“돈은 받으마. 내 가게 보증금이었으니까. 그런데 얘야, 내가 서운한 건 돈이 아니다. 내 마음을 네 욕심 쌓는 데 쓴 거다. 오빠들한테 가서 바로 말하고, 아범한테도 네 입으로 다 말해라. 그래야 너희가 산다.”
며느리는 바닥에 엎드려 소리 없이 울었습니다. 아들 내외는 지금 따로 지내며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손녀가 오면 최 씨는 여전히 머리를 땋아 줍니다.

좋은 마음으로 건넨 돈도 받는 사람의 손에서 전혀 다른 얼굴이 되곤 합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선의를 몰래 감추기보다 가족이 함께 알게 하는 편이 서로를 지키는 길입니다. 몰래 준 돈은 몰래 쓰이기 쉽습니다.

거짓이 드러난 뒤에도 사람을 끝까지 내치지 않는 것, 그것이 어른이 건넬 수 있는 마지막 정일지도 모릅니다.

11월 들어 미용실 앞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들었습니다. 최 씨는 아침마다 가게 앞 낙엽을 쓸고 셔터를 올립니다. 거울 앞 세 번째 의자 위에는 주말에 손녀 머리를 묶어 줄 분홍 고무줄 한 묶음이 놓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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