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에 아이와 함께 장을 보려는데, 집에서 걸어갈 만한 곳에는 마트가 없고 차가 없으면 멀리 나가기도 어렵다면 어떨까요? 이런 생활 환경이 아이의 체중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지금까지 연구마다 결과가 엇갈려 왔습니다. 2026년 학술지 Childhood obesity에 발표된 연구는 이 질문을 어린 시절부터 청소년기까지 길게 따라가며 살폈고, 그 내용을 질문별로 풀어 보았습니다.

이 연구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됐나요?
미국 매사추세츠주 동부의 1차 진료 기관을 이용한 2~11세 어린이 13,832명이 대상이었습니다. 연구진은 2019년부터 2024년까지의 진료 기록을 거슬러 올라가며 분석했습니다. 이 기간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소아 비만 격차가 더 벌어진 시기와 겹칩니다. 이런 방식을 후향적 코호트 연구라고 하며, 이미 쌓인 기록을 바탕으로 같은 집단을 시간 순서대로 따라가는 설계입니다.
아이마다 처음 기록된 집 주소를 지도 좌표로 바꾸어 어느 동네에 사는지 분류했습니다. 그다음 나이가 들면서 반복해서 측정된 체질량지수 표준점수와 비만 위험이 동네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통계 모형으로 비교했습니다. 이때 아이가 가진 보험 종류를 보정했습니다.
어떤 동네를 ‘식료품 접근이 어려운 곳’으로 봤나요?
연구진이 주목한 곳은 세 가지 조건이 겹치는 동네였습니다. 소득이 낮고, 신선한 식료품을 살 수 있는 곳이 가까이 없으며, 차량을 가진 가구가 적은 지역입니다. 이 연구에서는 이를 줄여 LILV 동네라고 불렀습니다.
처음 기록 시점에 이런 동네에 사는 아이는 26.1%였습니다. 전체 아이의 4분의 1이 넘는 비율이어서, 일부 아이만의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는 점을 보여 줍니다.
어릴 때부터 차이가 있었나요?
그렇지 않았습니다. 5세 무렵에는 LILV 동네에 사는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 사이에 체질량지수 표준점수나 비만 위험의 뚜렷한 차이가 없었습니다. 체질량지수 표준점수란 같은 나이와 성별의 또래와 비교해 아이의 체질량지수가 어느 위치인지 나타내는 값입니다.
나이가 들면서는 어떻게 달라졌나요?
10세가 되자 차이가 나타났습니다. LILV 동네에 사는 아이는 체질량지수 표준점수가 더 높았고, 비만 위험도 높게 나왔습니다. 통계적으로 의미 있다고 볼 수 있는 범위였지만, 95% 신뢰구간(참값이 들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범위)의 아래쪽 끝이 기준선에 아주 가까워서 결과의 폭이 넓다는 점도 함께 봐야 합니다.
청소년기에 이르면 관련성은 더 강해졌습니다. 체질량지수 표준점수의 차이도, 비만 위험의 차이도 10세 때보다 커졌습니다. 어릴 때는 보이지 않던 차이가 시간이 갈수록 벌어진 셈입니다.
공공보험 아이들에게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나요?
연구진은 공공보험에 가입한 아이 3548명만 따로 떼어 한 번 더 분석했습니다. 이 분석에서는 가구의 식량 불안정까지 함께 보정했는데, 이 집단에서는 위와 같은 관련성이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왜 이 집단에서만 관련성이 보이지 않았는지는 이 연구 결과만으로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연구진은 결과를 어떻게 해석했나요?
전체 분석에서는 보험 종류와 관계없이 식료품 접근이 어려운 동네에 사는 것이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 전반에 걸쳐 높은 체질량지수, 높은 비만 위험과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연구진은 동네의 식료품 접근성이 소아 비만 격차를 줄이기 위해 바꿔 볼 수 있는 구조적 요인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여기서 ‘관련이 있다’와 ‘원인이다’는 다른 말입니다. 이 연구는 기록을 분석한 관찰 연구여서, 동네 환경이 체중 증가를 일으켰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대상도 미국 동부 한 지역의 아이들이라 우리나라 아이들에게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습니다.
소아 비만을 이해할 때 함께 알아 둘 점은요?
비만은 체지방이 지나치게 많은 상태를 말하며, 체중이 많이 나가는 과체중과는 구분됩니다. 오랜 기간 먹고 마시며 얻는 열량이 활동으로 쓰는 열량보다 많을 때 남는 열량이 지방으로 쌓입니다. 하지만 체중에는 유전, 식습관, 성별, 신체활동량, 일부 약물이나 질환까지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합니다. 동네 환경은 그중 하나로 볼 수 있습니다.
체질량지수는 체중과 키를 비교한 값이라 근육량이나 뼈의 무게를 구분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진단은 체질량지수 하나로 정하지 않고, 건강 이력과 신체 검진, 필요하면 혈액 검사를 함께 살핍니다. 또한 한국의 성인 비만 기준은 미국이나 세계보건기구와 달리 더 낮은 수치부터 비만병전단계로 보는 등 단계를 세분해서 나눕니다. 다만 이는 성인 기준이고 아이는 성인과 달리 나이와 성별에 맞춘 표준점수로 평가하므로, 아이의 체형이 걱정된다면 소아청소년과 의료진에게 확인받는 것이 좋습니다.
정리
- 이 연구에서는 식료품 접근이 어려운 동네에 사는 아이가 5세에는 차이가 없었지만 10세부터 체질량지수와 비만 위험이 높았고, 청소년기에 관련성이 더 강해졌습니다.
- 공공보험 아이들만 따로 본 분석에서는 같은 관련성이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 관찰 연구이고 대상이 한 지역이므로, 동네가 체중을 좌우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 소아 비만에는 유전과 식습관, 활동량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이며, 개인의 증상과 치료는 반드시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2026년 Childhood obesity 학술지 발표 연구, MedlinePlus 건강주제 요약(미국 국립의학도서관) 자료 참고 (링크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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