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가 우리 집에 일기장을 두고 갔길래..” 펼쳐 보고 한참을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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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손주들은 할머니 집에 와도 휴대폰만 들여다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할머니는 그런 손주를 보며 혹시 내가 귀찮은 존재가 된 것은 아닌지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그런데 아이들의 속마음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과 다를 때가 많습니다. 오늘은 손녀가 두고 간 일기장을 펼쳐 보았다가 그 안에 담긴 손녀의 마음을 알게 된 한 할머니의 이야기를 전해 드립니다.

공주에서 혼자 사는 할머니
충남 공주에 사는 김복례 씨는 올해 일흔하나입니다. 5년 전 남편을 먼저 보내고 시골집에서 혼자 지내고 있습니다. 텃밭에 상추와 고추를 심고, 마을 회관에서 친구들과 화투를 치며 하루를 보냅니다.복례 씨에게는 대전에 사는 아들 내외와 초등학교 5학년 손녀 하린이가 있습니다. 하린이는 어릴 때 할머니 집에서 자주 자고 갔습니다. 할머니가 끓여 주는 된장찌개를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고 했고, 잠들 때면 할머니 팔을 베고 누웠습니다.그런데 하린이가 고학년이 되면서 모습이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할머니 집에 와도 휴대폰만 들여다보았고, 할머니가 말을 걸면 짧게 대답하고 다시 화면으로 눈을 돌렸습니다.복례 씨는 그런 손녀가 서운했습니다. 예전처럼 할머니 품에 안겨 이야기를 조르던 아이는 어디에도 없는 것 같았습니다. “이제 할머니는 재미없지?” 하고 물으면 손녀는 “아니야” 하고 웃기만 했습니다.복례 씨는 혼자 있는 밤이면 남편 사진을 보며 중얼거렸습니다. “영감, 하린이가 이제 다 컸나 봐요. 할머니는 그냥 시골 노인네가 됐네.” 쓸쓸한 마음이 깊어 가는 날들이었습니다.

손녀가 두고 간 공책
지난여름 방학, 하린이가 일주일 동안 할머니 집에 머물렀습니다. 아들 내외가 회사 일로 바빠 손녀를 맡긴 것이었습니다. 복례 씨는 오랜만에 손녀와 함께 지낼 생각에 들떠 장을 봐 두었습니다.하지만 일주일 동안 손녀는 대부분의 시간을 방에서 휴대폰을 보거나 공책에 무언가를 쓰며 보냈습니다. 복례 씨가 같이 텃밭에 가자고 해도 “조금만 있다가”라며 따라나서지 않았습니다. 복례 씨는 서운함을 꾹 참았습니다.일주일 뒤 아들이 손녀를 데리러 왔습니다. 손녀는 할머니에게 짧게 인사하고 차에 올라탔습니다. 복례 씨는 떠나는 차를 향해 손을 흔들며 애써 웃어 보였지만 마음 한구석이 허전했습니다.그날 저녁, 손녀가 지내던 방을 정리하던 복례 씨는 이불 밑에서 분홍색 공책 한 권을 발견했습니다. 표지에는 삐뚤빼뚤한 글씨로 “하린이의 비밀 일기”라고 적혀 있었습니다.복례 씨는 공책을 들고 한참을 망설였습니다. 손녀의 일기를 몰래 보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공책 사이로 삐져나온 종이 한 장에 “할머니”라는 글자가 보였습니다. 복례 씨는 결국 조심스럽게 첫 장을 넘겼습니다.

일기장에 적힌 첫 문장
첫 장에는 할머니 집에 온 첫날의 일기가 적혀 있었습니다. “오늘 할머니 집에 왔다. 할머니 손이 예전보다 더 거칠어졌다. 손등에 상처도 있었다. 할머니가 혼자 밭일을 해서 그런 것 같다. 마음이 아팠다.”복례 씨는 그 문장을 읽는 순간 숨이 멎는 것 같았습니다. 휴대폰만 보던 손녀가 할머니의 손을 그렇게 자세히 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습니다.둘째 날 일기도 이어졌습니다. “할머니가 혼자 밥 먹는 모습을 봤다. 반찬을 하나만 꺼내 놓고 먹었다. 우리가 올 때는 반찬을 열 개나 해 주면서. 할머니도 맛있는 거 많이 먹었으면 좋겠다.”복례 씨는 공책을 든 손이 떨려 왔습니다. 손녀가 오지 않는 날이면 김치 하나로 대충 끼니를 때우던 자신의 모습을 손녀가 보고 있었던 것입니다. 복례 씨는 방바닥에 주저앉아 일기를 계속 읽어 내려갔습니다.셋째 날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할머니가 신문을 볼 때 눈을 자꾸 찡그린다. 안경이 오래된 것 같다. 내 용돈을 모아서 할머니 안경을 사 드리고 싶다. 아빠한테는 비밀이다.”

휴대폰 속에 숨겨진 계획
일기장 중간쯤에는 손녀가 그린 작은 표가 있었습니다. “할머니 선물 계획”이라는 제목 아래 용돈을 얼마씩 모으고 있는지 날짜별로 적혀 있었습니다. 핸드크림, 돋보기안경, 그리고 마지막 줄에는 “할머니랑 사진관에서 사진 찍기”라고 쓰여 있었습니다.그다음 장의 일기를 읽고 복례 씨는 결국 소리 내어 울고 말았습니다. “할머니가 나보고 이제 할머니는 재미없지 하고 물었다. 아니라고 했는데 할머니 얼굴이 슬퍼 보였다. 사실 휴대폰으로 할머니한테 맞는 안경을 찾고 있었는데 말을 못 했다.”그제야 복례 씨는 손녀가 왜 그렇게 휴대폰만 보고 있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손녀는 할머니에게 맞는 안경과 핸드크림을 찾아보고, 할머니와 함께 갈 사진관을 검색하고 있었던 것입니다.마지막 장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내일 집에 간다. 할머니가 혼자 남는 게 싫다. 크면 할머니랑 같이 살고 싶다. 할머니, 사랑해. 할아버지 몫까지 내가 할머니 지켜 줄게.”복례 씨는 일기장을 가슴에 꼭 안은 채 한참을 울었습니다. 서운하다고 생각했던 일주일이 사실은 손녀가 할머니를 가장 깊이 바라보던 시간이었던 것입니다. 남편 사진 앞에 앉아 복례 씨는 중얼거렸습니다. “영감, 우리 하린이가 이렇게 컸어요.”

손녀에게 건 전화
다음 날 아침, 복례 씨는 손녀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일기를 몰래 읽은 것이 마음에 걸려 먼저 솔직하게 말하기로 했습니다. “하린아, 할머니가 네 일기장을 발견했는데… 미안하지만 조금 읽어 봤어.”전화기 너머로 잠시 정적이 흘렀습니다. 그러더니 손녀가 부끄러운 듯 소리쳤습니다. “할머니! 그거 비밀이었는데!” 그리고 곧 작은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할머니, 혹시 울었어?”복례 씨는 웃음과 눈물이 동시에 터져 나왔습니다. “그래, 할머니 많이 울었다. 우리 하린이가 할머니를 이렇게 생각하는 줄 몰랐어. 할머니가 서운해해서 미안하다.”손녀는 한참을 망설이다 말했습니다. “할머니, 나 할머니 집 가면 휴대폰 덜 볼게. 대신 할머니도 혼자 있을 때 밥 잘 챙겨 먹어. 반찬 하나만 먹지 말고.” 복례 씨는 손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약속했습니다.그날 이후 복례 씨는 혼자 밥을 먹을 때도 반찬을 두세 가지 꺼내 놓습니다. 손녀가 일기장에 적은 말이 떠올라 차마 김치 하나로 끼니를 때울 수가 없었습니다.

사진관에서 찍은 사진 한 장
추석 연휴, 하린이가 다시 할머니 집에 왔습니다. 이번에는 작은 쇼핑백을 들고 있었습니다. 안에는 새 돋보기안경과 핸드크림이 들어 있었습니다. 손녀가 몇 달 동안 모은 용돈으로 산 선물이었습니다.복례 씨는 새 안경을 쓰고 손녀의 얼굴을 바라보았습니다. 오랜만에 손녀의 얼굴이 또렷하게 보였습니다. “우리 하린이 얼굴이 이렇게 예뻤구나.” 손녀는 수줍게 웃으며 할머니 품에 안겼습니다.그날 오후 두 사람은 공주 시내의 오래된 사진관을 찾았습니다. 손녀의 마지막 계획이었던 “할머니랑 사진관에서 사진 찍기”를 이루기 위해서였습니다. 복례 씨는 가장 아끼는 한복을 꺼내 입었고, 손녀는 할머니 옆에 꼭 붙어 섰습니다.지금 그 사진은 복례 씨 집 거실 가장 잘 보이는 곳에 걸려 있습니다. 남편의 사진 바로 옆입니다. 복례 씨는 매일 아침 그 사진을 보며 하루를 시작합니다.복례 씨는 요즘 마을 친구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손주들이 휴대폰만 본다고 서운해하지 마. 아이들은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우리를 다 보고 있어. 내가 그걸 손녀 일기장 보고 알았어.”

아이들의 마음은 말보다 행동 속에, 그리고 때로는 작은 공책 속에 숨어 있습니다. 무심해 보이는 손주의 모습 뒤에도 할머니, 할아버지를 향한 깊은 사랑이 자라고 있을지 모릅니다.오늘은 손주에게 먼저 전화해 “할머니는 네가 있어서 행복하다”는 말을 건네 보시는 건 어떨까요? 그 한마디가 아이의 마음에 오래도록 남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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