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가 제사를 가져가겠다길래..” 1년 뒤 제사상 앞에서 본 광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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맏며느리에게 제사는 평생 짊어진 무거운 짐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누군가 대신 제사를 모시겠다고 나서면 고마운 마음이 먼저 들기 마련입니다.그런데 그 제안 뒤에 다른 속셈이 숨어 있었다면 어떨까요? 오늘은 30년 동안 지내 온 제사를 동서에게 넘긴 한 맏며느리가 1년 뒤 동서 집 제사상 앞에서 목격한 광경을 전해 드립니다.

30년 동안 제사를 지킨 맏며느리
경북 안동에 사는 정영순 씨는 올해 예순여섯입니다. 그녀는 스물다섯에 안동의 오래된 종가 맏아들인 류정현 씨와 결혼했습니다. 시댁은 대대로 제사를 중히 여기는 집안이었고, 영순 씨는 결혼한 해부터 1년에 열 번이 넘는 제사를 모셨습니다.제사 때마다 영순 씨는 사흘 전부터 장을 보고 전을 부치고 나물을 무쳤습니다. 손이 부르트고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파도 시어머니의 가르침대로 정성을 다했습니다. 시어머니가 돌아가신 뒤에도 그 정성은 변하지 않았습니다.남편에게는 남동생 정민 씨가 있었습니다. 둘째 며느리인 동서 신혜경 씨는 대구에 살았습니다. 동서는 제사 때마다 늦게 와서 일찍 돌아가곤 했습니다. 영순 씨는 서운했지만 맏며느리의 도리라 생각하며 내색하지 않았습니다.그렇게 30년이 흘렀습니다. 영순 씨는 예순을 넘기면서 무릎 관절이 나빠졌습니다. 쪼그려 앉아 전을 부치는 일이 점점 힘들어졌습니다. 남편도 아내의 고생을 알고 제사를 줄이자는 이야기를 꺼내곤 했습니다.그러던 작년 설날, 동서가 뜻밖의 말을 꺼냈습니다. “형님, 이제 연세도 있으시고 무릎도 안 좋으시잖아요. 앞으로 제사는 저희가 모실게요.”

고마웠던 동서의 제안
영순 씨는 동서의 말에 귀를 의심했습니다. 30년 동안 제사 음식 한 번 제대로 거든 적 없던 동서였습니다. 그런데 먼저 제사를 가져가겠다고 하니 고마운 마음과 함께 의아한 마음도 들었습니다.동서는 웃으며 말을 이었습니다. “형님 혼자 너무 고생하셨잖아요. 이제 저희도 도리를 해야죠. 대구 집이 넓어서 제사 모시기에도 괜찮아요.” 시동생도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남편 정현 씨는 처음에는 망설였습니다. 종가의 제사를 맏아들이 아닌 동생이 모시는 것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내의 무릎을 생각하니 거절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 그럼 정민이가 맡아 줘라. 형이 고맙다.”영순 씨는 30년 만에 처음으로 홀가분한 설을 보냈습니다. 동서에게 제기와 병풍, 그리고 시어머니가 남긴 놋그릇까지 정성껏 싸서 보냈습니다. 그 안에는 시어머니가 맏며느리에게 물려준 금가락지도 함께 들어 있었습니다. 제사를 모시는 며느리가 간직하라는 시어머니의 유언 때문이었습니다.그날 밤 영순 씨는 남편에게 말했습니다. “여보, 동서가 철이 들었나 봐요. 그동안 내가 오해했던 것 같아요.” 남편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1년 만에 찾아간 동서 집
그로부터 1년 뒤, 시아버지 기일이 돌아왔습니다. 동서 집에서 처음 맞는 큰 제사였습니다. 영순 씨는 남편과 함께 대구로 향했습니다. 혹시 동서가 서툴러 힘들어하지 않을까 걱정되어 전을 몇 가지 부쳐 들고 갔습니다.동서 집에 도착한 영순 씨는 거실에 차려진 제사상을 보고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상 위에는 마트에서 산 포장 전 몇 접시와 과일 세 가지가 전부였습니다. 시어머니가 아끼던 놋그릇 대신 플라스틱 그릇이 놓여 있었습니다.영순 씨는 서운했지만 동서도 처음이라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사가 끝나고 음복을 하는 자리에서 시동생이 친척들 앞에서 서류 봉투 하나를 꺼냈습니다.”오늘 어르신들도 다 계시니 말씀드리겠습니다. 이제 제가 제사를 모시니 선산이랑 종중 땅 관리도 제가 맡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어르신들 동의서에 서명 좀 부탁드립니다.” 친척 어른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서류에 이름을 적기 시작했습니다.영순 씨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습니다. 선산과 종중 땅은 시아버지가 맏아들에게 관리를 맡기신 땅이었습니다. 최근 그 땅 일부가 개발 예정지에 들어가 보상금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제사 뒤에 숨은 속셈
남편 정현 씨가 굳은 얼굴로 동생에게 물었습니다. “정민아, 이게 무슨 소리냐. 제사 모시는 거랑 선산 관리가 무슨 상관이냐?” 시동생은 당당하게 말했습니다. “형님, 원래 제사 모시는 집이 종가 땅도 관리하는 게 법도잖아요.”그때 동서가 거들었습니다. “형님, 솔직히 형님네는 30년 동안 제사 모신다고 땅 덕을 많이 보셨잖아요. 이제 저희 차례죠.” 그 말에 영순 씨의 가슴이 쿵 내려앉았습니다. 30년 동안 땅에서 나온 돈은 한 푼도 받은 적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제사 비용은 모두 영순 씨 부부가 감당해 왔습니다.영순 씨는 그제야 동서가 왜 갑자기 제사를 가져가겠다고 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동서의 관심은 제사가 아니라 제사를 명분으로 한 땅이었습니다. 1년 동안 제사상은 갈수록 초라해졌고, 대신 친척 어른들을 찾아다니며 동의서를 받을 준비를 해 왔던 것입니다.그리고 영순 씨의 눈에 동서의 손가락이 들어왔습니다. 시어머니가 맏며느리에게 물려준 금가락지가 동서의 손에 끼워져 있었습니다. 제사를 모시는 며느리가 간직하라던 그 가락지였습니다.영순 씨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친척들 앞에서 소란을 피우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조용히 말했습니다. “어르신들, 서명은 잠시만 미뤄 주십시오. 저희 형제끼리 먼저 이야기를 나눠 보겠습니다.”

형제가 마주 앉은 밤
친척들이 돌아간 뒤, 두 형제 부부가 거실에 마주 앉았습니다. 남편 정현 씨는 서랍에서 오래된 서류철을 꺼냈습니다. 시아버지가 생전에 직접 쓰신 문서였습니다. “선산과 종중 땅은 형제가 함께 관리하되 어느 한 사람이 처분하지 못한다.”남편은 동생에게 문서를 보여 주며 말했습니다. “정민아, 아버지는 이 땅을 누구 한 사람 것으로 만들지 말라고 하셨다. 형이 30년 동안 관리하면서 한 번도 내 것으로 생각한 적 없다. 보상금이 나오더라도 그건 종중과 형제 모두의 몫이다.”시동생은 한동안 말이 없었습니다. 동서는 끝까지 변명했지만 문서 앞에서는 더 할 말이 없었습니다. 결국 시동생이 고개를 숙였습니다. “형님, 죄송합니다. 사업이 어려워져서 그 보상금이 탐났습니다. 제사를 핑계로 삼은 건 제가 잘못했습니다.”영순 씨는 동서에게 조용히 손을 내밀었습니다. “동서, 그 가락지는 어머님이 제사 모시는 정성으로 간직하라고 주신 거예요. 동서가 앞으로도 그 마음으로 제사를 모실 수 있다면 끼고 있어도 좋아요. 그렇지 않다면 돌려줬으면 해요.”동서는 한참을 망설이다 가락지를 빼서 영순 씨의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고개를 숙였습니다. “형님, 죄송해요. 제가 욕심이 앞섰어요.”

다시 정한 제사의 모습
그 일이 있고 나서 두 형제는 제사 방식을 새로 정했습니다. 1년에 열 번이 넘던 제사는 설과 추석 차례, 그리고 부모님 기일 한 번으로 줄였습니다. 제사는 형제 집에서 번갈아 모시고, 음식은 두 며느리가 나눠서 준비하기로 했습니다.선산과 종중 땅은 시아버지의 뜻대로 형제 공동 관리로 남겨 두었습니다. 보상금 문제는 친척 어른들과 함께 정식으로 논의해 종중 이름으로 처리하기로 했습니다. 시동생은 그 자리에서 사업 빚 이야기를 털어놓았고, 형은 동생을 도울 방법을 함께 찾아보겠다고 약속했습니다.올해 추석, 두 며느리는 처음으로 함께 전을 부쳤습니다. 동서는 서툰 손으로 동그랑땡을 빚으며 말했습니다. “형님, 30년 동안 이걸 혼자 다 하셨어요? 저 같으면 못 했을 거예요.” 영순 씨는 웃으며 동서의 어깨를 두드렸습니다.시어머니의 금가락지는 지금 영순 씨의 서랍 속 작은 상자에 들어 있습니다. 영순 씨는 언젠가 두 집의 손주며느리 가운데 제사를 정성껏 이어 갈 사람에게 물려줄 생각입니다.영순 씨는 요즘 친구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제사를 가져가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고마워하기 전에 그 속마음부터 한번 살펴봐. 그리고 무엇보다 제사는 혼자 지는 짐이 아니라 가족이 함께 나누는 정성이어야 해.”

제사와 재산이 얽히면 가족 사이에 생각지 못한 갈등이 생기기 쉽습니다. 특히 조상의 땅이나 유품 문제는 미리 가족이 함께 원칙을 정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제사는 한 사람의 희생이 아니라 가족이 함께 나누는 정성일 때 의미가 있습니다. 오늘 이 이야기가 제사 문제로 고민하는 집안에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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