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가 매달 손주 학원비를 보내달라길래..” 학원 앞에서 기다리다 알게 된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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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 교육이라면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많습니다. 내 손주가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학원비를 보태는 것은 큰 기쁨이기도 합니다.그런데 그 돈이 손주를 위해 쓰이지 않고 있었다면 어떨까요? 오늘은 며느리의 부탁으로 2년 동안 손주의 학원비를 보내던 한 할머니가 학원 앞에서 손주를 기다리다 알게 된 사실을 전해 드립니다.

손자 사랑이 남다른 할머니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 사는 백정임 씨는 올해 예순여덟입니다. 그녀는 초등학교 급식실에서 20년 넘게 일하다 퇴직했습니다. 남편과 함께 연금으로 생활하며, 가끔 동네 복지관에서 서예를 배우는 것이 낙이었습니다.정임 씨에게는 외아들 성준 씨와 며느리 차유리 씨, 그리고 초등학교 6학년 손자 지후가 있었습니다. 아들 가족은 같은 일산의 다른 동네에 살았습니다. 정임 씨는 손자가 어릴 때부터 유난히 예뻐해 손자 이야기만 나오면 얼굴이 환해졌습니다.2년 전, 며느리가 시댁에 찾아와 조심스럽게 부탁을 했습니다. “어머님, 지후가 이제 4학년인데 영어랑 수학 학원을 보내야 할 것 같아요. 그런데 요즘 저희 형편이 좀 빠듯해서요. 학원비를 조금만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정임 씨는 망설이지 않았습니다. 손자 공부에 쓰는 돈이라면 아깝지 않았습니다. “얼마면 되니? 할머니가 다 내주마.” 며느리는 한 달에 60만 원이면 된다고 했습니다.그날부터 정임 씨는 매달 25일이면 며느리 계좌로 60만 원을 보냈습니다. 연금의 상당 부분이었지만 손자가 공부 잘하는 모습을 생각하면 뿌듯했습니다. 남편도 “손자 공부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책임져야지”라며 거들었습니다.

학원 이야기를 피하는 손자
그렇게 2년이 흘렀습니다. 정임 씨는 손자를 만날 때마다 학원 이야기를 물었습니다. “지후야, 영어 학원은 재미있니? 수학 선생님은 잘 가르쳐 주시니?” 그런데 손자는 그럴 때마다 대답을 얼버무리거나 엄마 눈치를 살폈습니다.며느리는 손자 대신 대답했습니다. “어머님, 지후가 요즘 성적이 많이 올랐어요. 다 어머님 덕분이에요.” 정임 씨는 며느리의 말에 흐뭇해하며 손자의 머리를 쓰다듬었습니다.하지만 이상한 점이 하나둘 눈에 띄었습니다. 손자는 학원 교재를 한 번도 가지고 오지 않았습니다. 학원에서 받은 상장이나 시험지를 보여 달라고 하면 “집에 두고 왔어요”라고 했습니다.그러던 올해 가을, 정임 씨는 손자 생일을 앞두고 깜짝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손자가 좋아하는 운동화를 사서 학원 끝나는 시간에 맞춰 직접 데리러 가기로 한 것입니다. 며느리가 알려 준 학원 이름과 위치를 기억해 두었다가 찾아갔습니다.저녁 여섯 시, 정임 씨는 운동화 상자를 들고 학원 건물 앞에서 손자를 기다렸습니다. 아이들이 하나둘 쏟아져 나왔지만 손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삼십 분을 더 기다렸지만 끝내 손자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학원 데스크에서 들은 말
정임 씨는 걱정이 되어 학원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데스크의 직원에게 손자의 이름을 말하며 물었습니다. “홍지후라는 아이 오늘 수업 끝났나요? 할머니인데 데리러 왔어요.”직원은 컴퓨터를 한참 들여다보더니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어머님, 홍지후 학생은 작년 봄에 그만뒀는데요. 그 뒤로는 등록 기록이 없습니다.” 정임 씨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습니다.”그만뒀다고요? 그럼 지금은 어디 다니는데요?” 직원은 난처한 얼굴로 말했습니다. “그건 저희도 잘 모르겠어요. 처음 6개월 정도만 다니다가 어머님께서 학원비가 부담된다고 그만두셨던 것 같아요.”정임 씨는 운동화 상자를 든 채 학원 계단을 천천히 내려왔습니다. 다리에 힘이 풀려 계단 난간을 붙잡아야 했습니다. 1년 넘게 매달 보낸 60만 원은 손자의 학원비가 아니었던 것입니다.정임 씨는 떨리는 손으로 손자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손자는 집에 있다고 했습니다. “할머니가 지금 너희 집 근처야. 잠깐 나와 볼래?” 손자는 한참을 망설이다 “네” 하고 작게 대답했습니다.

손자가 털어놓은 비밀
아파트 놀이터 벤치에서 손자를 만났습니다. 손자는 할머니가 들고 있는 운동화 상자를 보더니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정임 씨는 손자의 손을 잡고 조용히 물었습니다. “지후야, 학원 그만뒀다며. 할머니한테 왜 말 안 했어?”손자는 고개를 숙인 채 울먹였습니다. “엄마가 할머니한테는 학원 계속 다닌다고 하랬어요. 말하면 할머니가 속상해한다고요. 저도 거짓말하기 싫었는데…” 정임 씨는 손자를 꼭 끌어안았습니다.손자는 지금 동네의 작은 공부방에 다니고 있다고 했습니다. 한 달에 15만 원 정도 하는 곳이었습니다. 손자는 영어 학원을 그만둔 것이 아쉽다고 했습니다. “영어 선생님이 좋았는데. 엄마가 돈이 없다고 해서 그만뒀어요.”정임 씨는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할머니가 보낸 돈은 매달 들어가고 있었는데, 손자는 돈이 없어 좋아하던 학원을 그만두어야 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사실을 할머니에게 숨기라는 엄마의 말 때문에 작은 아이가 1년 넘게 거짓말을 해 왔던 것입니다.정임 씨는 손자에게 운동화를 건네며 말했습니다. “지후야, 거짓말하게 해서 할머니가 미안하다. 너는 아무 잘못 없어. 이건 할머니랑 엄마 아빠가 이야기할게.”

아들 부부와 마주 앉은 날
그날 저녁 정임 씨는 아들 부부를 집으로 불렀습니다. 아들은 영문도 모른 채 왔고, 며느리는 무언가를 눈치챈 듯 얼굴이 굳어 있었습니다. 정임 씨는 학원에서 들은 이야기를 차분하게 전했습니다.아들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습니다. “엄마, 저는 정말 몰랐어요. 지후 학원비는 엄마가 보내 주시는 걸로 잘 내고 있는 줄 알았어요.” 아들은 아내를 돌아보며 물었습니다. “여보, 그럼 그 돈은 다 어디에 쓴 거야?”며느리는 한참을 고개 숙이고 있다가 결국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1년 전부터 카드값이 감당하기 어려워졌고, 할부로 산 물건들과 개인 모임 회비를 막느라 학원비를 돌려썼다는 것이었습니다. 남편에게 말하면 싸움이 될까 봐 숨겨 왔다고 했습니다.정임 씨는 며느리에게 말했습니다. “얘야, 형편이 어려우면 솔직하게 말했으면 됐다. 할머니가 화나는 건 돈이 아니라 지후한테 거짓말을 시킨 거다. 그 어린 것이 1년 동안 할머니 앞에서 얼마나 괴로웠겠니.”며느리는 시어머니의 말에 고개를 들지 못했습니다. “어머님, 정말 죄송해요. 지후한테도 너무 미안해요. 제가 엄마 자격이 없었어요.” 아들은 그런 아내의 손을 잡으며 함께 고개를 숙였습니다.

할머니가 정한 새로운 약속
정임 씨는 그날 한 가지를 정했습니다. 앞으로 손자의 학원비는 며느리를 거치지 않고 학원에 직접 내기로 한 것입니다. 그리고 손자가 다시 다니고 싶어 하던 영어 학원에 직접 찾아가 등록을 마쳤습니다.아들 부부는 카드 빚을 정리하기 위해 함께 가계부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며느리는 개인 모임을 정리하고 동네 마트에서 시간제 일을 시작했습니다. 아들은 아내를 탓하기보다 함께 갚아 나가자고 다독였습니다.며칠 뒤 며느리가 손자와 함께 시댁을 찾아왔습니다. 며느리는 손자 앞에서 시어머니에게 다시 한번 사과했습니다. 그리고 손자에게도 말했습니다. “지후야, 엄마가 거짓말하게 해서 미안해. 앞으로는 할머니한테 뭐든 솔직하게 말해도 돼.”손자는 그제야 환하게 웃으며 할머니 품에 안겼습니다. “할머니, 저 영어 학원 다시 다녀요. 선생님이 반가워하셨어요.” 정임 씨는 손자의 등을 토닥이며 눈시울을 붉혔습니다.정임 씨는 요즘 친구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손주한테 돈을 쓸 때는 직접 내는 게 제일 좋아. 그래야 아이도 떳떳하고, 자식들도 엉뚱한 유혹에 빠지지 않아. 나는 그걸 운동화 한 켤레 들고 학원 앞에서 배웠어.”

손주를 위한 돈은 손주에게 직접 닿을 때 가장 큰 의미가 있습니다. 중간에서 쓰임새가 흐려지면 결국 가장 상처받는 사람은 아이가 될 수 있습니다.손주 교육비를 돕고 계신다면 학원이나 기관에 직접 내는 방법을 고민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그 작은 원칙이 가족 모두를 지켜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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