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빚 4000만원 대신 갚아줬는데..” 6년 뒤 충전소 사장이 내민 영수증 뭉치에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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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이 진 빚을 부모가 대신 갚아 주는 일은 생각보다 흔합니다. 갚아 줄 때는 “다시는 그러지 마라” 한마디로 끝내지만, 그 뒤로 자식이 고맙다는 말 한 번 없이 멀어지면 부모 마음에는 오래 서운함이 남습니다.
경상도 내륙의 한 소도시에 사는 조 씨는 올해 예순넷입니다. 서른넷에 법인택시 핸들을 잡았고, 개인택시 면허를 받은 지는 올해로 30년이 되었습니다. 아내는 시장 골목에서 15년째 반찬가게를 하고 있고, 외아들은 서울에서 회사에 다닙니다.
조 씨에게 아들은 늘 자랑이었습니다. 아들이 고등학생이던 겨울에는 새벽 독서실 앞에 택시를 세워 두고 기다렸다가 집까지 태워 왔습니다. 손님이 “기사님, 미터기 안 켜세요?” 하고 물으면 조 씨는 웃으며 말했습니다. “이 손님은 평생 공짜입니다.”
아들이 대학에 붙던 날, 조 씨는 하루 영업을 쉬고 동네 기사들에게 국밥을 돌렸습니다. 아들은 취직한 뒤 첫 월급으로 아버지에게 운전용 장갑을 사 왔습니다. 조 씨는 그 장갑이 해질 때까지 끼고 다녔습니다.
6년 전 봄, 서른두 살이던 아들이 밤늦게 내려왔습니다. 아들은 아버지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아버지, 친구 말만 믿고 주식에 손댔다가 카드빚이랑 대출이 4000만 원이 됐어요. 이자도 못 막고 있어요.”
조 씨는 한참 말이 없었습니다. 모아 둔 적금은 1000만 원 남짓이었습니다. 다음 날 조 씨는 개인택시 면허와 차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아들의 빚을 모두 갚았습니다. 그리고 딱 한마디만 했습니다. “다시는 그러지 마라. 이건 아버지가 너한테 주는 마지막 등록금이다.”
그날부터 조 씨는 하루 열네 시간씩 운전대를 잡았습니다. 매달 대출 원리금이 빠져나갔고, 가스값은 오르기만 했습니다. 어느 날 저녁 조 씨가 아내에게 털어놓았습니다. “기름값에 이자 내고 나면 남는 게 없소. 차라리 면허 팔고 그만둘까 싶소.”
그 무렵 단골 충전소 사장 배 씨가 뜻밖의 말을 했습니다. “기사님, 우리 아버지도 평생 택시 하셨어요. 기사님한테는 원가만 받겠습니다.” 그 뒤로 조 씨가 가스를 가득 채워도 배 씨는 만 원짜리 한 장만 받았습니다. 조 씨는 미안해서 명절마다 아내가 만든 반찬을 들고 갔습니다.
빚을 갚아 준 뒤로 아들은 집에 잘 오지 않았습니다. 전화도 한 달에 한 번, 그나마 “잘 지내시죠” 하고는 금방 끊었습니다. 명절에도 하루 자고 바로 올라갔습니다. 조 씨는 아내에게 서운함을 내비쳤습니다. “빚 갚아 주니 볼일 다 봤다는 건가.” 아내는 “부끄러워서 그렇겠지요” 하며 남편의 등을 두드렸습니다.
올가을, 조 씨는 마침내 택시 담보 대출의 마지막 회차를 갚았습니다. 그날 밤 영업을 마치고 충전소에 들렀습니다.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밤이었습니다. 조 씨는 늘 하던 대로 만 원짜리 한 장을 꺼냈습니다.
그런데 배 씨가 돈을 받지 않았습니다. 대신 사무실에서 고무줄로 묶은 두툼한 종이 뭉치를 들고 나왔습니다. “기사님, 대출 다 갚으셨다면서요. 이제는 말씀드려도 되겠습니다.”
조 씨는 영문을 몰라 종이 뭉치를 받아 들었습니다. 빛바랜 영수증들이었습니다. 맨 위 영수증에는 6년 전 날짜와 함께 ‘선결제 60만 원’이라고 찍혀 있었습니다. 그다음 장도, 또 그다음 장도 같은 금액이었습니다.
“제가 원가로 드린 게 아닙니다. 아드님이 6년 동안 매달 기사님 가스값을 미리 결제해 두었어요. 한 달도 빠진 적이 없습니다.”
배 씨는 6년 전 일을 들려주었습니다. 아들이 서울에서 내려와 이 충전소를 찾아왔다고 했습니다. “사장님, 아버지가 아시면 절대 안 받으실 겁니다. 그러면 기름값 감당 못 하신다고 운전을 그만두실 거예요. 아버지한테 택시는 인생 전부예요. 아버지가 모르셔야 계속 운전하십니다.”
조 씨는 충전기 옆 플라스틱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습니다. 손이 떨려 영수증을 제대로 넘길 수가 없었습니다. 배 씨가 덧붙였습니다. “아드님이 혹시 들킬까 봐 기사님 댁에도 일부러 자주 안 내려간다고 했어요. 말이 길어지면 티가 날까 봐 전화도 짧게 한다고요.”
집에 돌아온 조 씨는 아내와 함께 거실 바닥에 영수증을 펼쳤습니다. 일흔두 장이었습니다. 계산기를 두드려 보니 4320만 원이었습니다. 아들은 아버지가 갚아 준 4000만 원보다 더 많은 돈을, 아버지 모르게 돌려주고 있었습니다.
조 씨는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아들이 받자마자 조 씨는 목이 메어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얘야, 충전소 사장이 다 말해 줬다. 이 미련한 놈아, 그 돈 모으느라 얼마나 힘들었느냐.”
전화기 너머에서 아들이 울먹였습니다. “아버지, 죄송해요. 아버지가 제 빚 때문에 운전 그만두시면 제가 평생 못 견딜 것 같았어요. 주말마다 배달 일 하면서 모았어요. 이제 아버지 얼굴 똑바로 보고 싶어요.”
그 주말, 아들은 6년 만에 사흘을 묵고 갔습니다. 조 씨는 아들을 택시 조수석에 태우고 충전소부터 갔습니다. 배 씨에게 고개 숙여 인사한 뒤, 조 씨는 미터기를 끈 채 아들과 함께 동네를 한 바퀴 돌았습니다. “이 손님은 평생 공짜다.” 아들이 웃으며 창밖을 보았습니다.
오 헨리의 단편 『현자의 선물』 속 가난한 부부는 서로에게 줄 선물을 사려고 가장 아끼는 것을 몰래 내놓습니다. 진짜 선물은 물건이 아니라 상대를 위해 말없이 감당한 마음이라는 것을 이야기는 보여 줍니다.
자식이 멀어진 것 같아 서운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말이 없다고 마음까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서운함을 굳히기 전에 자식이 어떤 얼굴로 그 시간을 견뎠을지 한 번쯤 헤아려 보세요. 부모가 건넨 돈은 갚을 수 있어도, 그 돈에 담긴 마음은 자식이 평생 다른 모양으로 돌려주려 애씁니다.
늦가을 오후, 조 씨는 아들과 함께 강둑길에 택시를 세웠습니다. 둑을 따라 늘어선 억새가 바람에 흔들렸고, 기울어 가는 해가 강물 위에 붉게 번졌습니다. 부자는 차에 기대 나란히 서서 해가 질 때까지 강을 바라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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