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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 아들 빚 1500만원 대줬는데..” 5년 뒤 그 아들 결혼식장에서 벌어진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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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알고 지낸 이웃은 때로 피붙이보다 가깝습니다. 그래서 그 이웃이 울며 손을 내밀면 쉽게 뿌리치지 못합니다. 그 돈이 남편에게도 말하지 못한 비상금이라면, 건네는 순간부터 비밀 하나를 함께 짊어지게 됩니다.

서 씨는 올해 예순하나입니다. 경기도의 오래된 주택가 골목에서 30년째 작은 미용실을 하고 있습니다. 남편은 시내버스를 몰다 정년퇴직했고, 아들과 딸은 결혼해 각자 가정을 꾸렸습니다. 미용실 의자 세 개와 단골손님들이 서 씨 하루의 전부입니다.

미용실 옆집에는 정 씨가 삽니다. 20년 전 정 씨네가 이사 오던 날, 서 씨가 시루떡 한 접시를 들고 찾아간 것이 인연의 시작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해마다 김장을 함께 했고, 저녁이면 미용실 소파에 앉아 믹스커피를 나눠 마셨습니다.

서 씨 남편이 허리 수술을 받았을 때, 정 씨는 보름 동안 날마다 전복죽을 쑤어 병원에 날랐습니다. 서 씨는 그 고마움을 잊지 않았습니다. 정 씨에게는 파마값을 한 번도 받지 않았고, 정 씨 아들이 군대 갈 때는 직접 머리를 깎아 주며 봉투를 쥐여 주었습니다.

5년 전 늦가을 밤, 서 씨가 가게 셔터를 내리려는데 정 씨가 뛰어 들어왔습니다. 눈이 퉁퉁 부어 있었습니다. “형님, 우리 애가 카드빚을 1,500만 원이나 졌대요. 이번 달 안에 못 막으면 애 아빠가 이혼하자고 할 거예요. 그 사람 성격 아시잖아요.”

서 씨에게는 남편도 모르는 통장이 하나 있었습니다. 현금으로 계산하는 손님 몫에서 하루 만 원, 이만 원씩 떼어 10년 넘게 부어 온 적금이었습니다. 남편 칠순 때 바다 건너 여행이라도 보내 주려고 모은 돈이었습니다. 마침 그 적금이 1,500만 원 남짓 쌓여 있었습니다.

서 씨는 사흘을 고민하다 적금을 깼습니다. 정 씨 계좌로 돈을 보내던 날, 정 씨는 서 씨 손을 붙잡고 말했습니다. “형님, 이 일은 우리 둘만 알아요. 애 아빠한테도, 형님네 아저씨한테도요. 매달 조금씩 꼭 갚을게요.” 서 씨도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남편 몰래 모은 돈이니 서 씨 역시 들켜서는 안 되는 일이었습니다.

정 씨는 처음 석 달 동안 30만 원씩 갚았습니다. 그러다 넉 달째부터 소식이 끊겼습니다. 서 씨가 조심스레 말을 꺼내면 정 씨는 “요즘 애 아빠가 통장을 다 쥐고 있어서요” 하며 눈길을 피했습니다. 저녁 커피 자리도 차츰 뜸해졌습니다.

이상한 일은 또 있었습니다. 오래된 단골 몇이 발길을 끊었고, 머리를 하러 온 손님들이 서 씨를 힐끗거리며 수군거렸습니다. 서 씨는 영문을 몰랐지만 정 씨와의 약속 때문에 누구에게도 속을 털어놓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5년이 흘렀습니다.

올봄, 정 씨 아들의 청첩장이 미용실 문틈에 꽂혀 있었습니다. 서 씨는 서운한 마음을 접고 남편과 함께 결혼식에 가기로 했습니다. 그날 아침 서 씨는 가게 문을 닫고 정 씨의 머리를 손수 올려 주었습니다. 정 씨는 거울 속 서 씨의 눈을 끝내 마주치지 못했습니다.

예식장은 시내의 한 웨딩홀이었습니다.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토요일 오후였고, 로비 우산꽂이에는 젖은 우산들이 빽빽하게 꽂혀 있었습니다. 동네 사람들도 여럿 와 있었습니다. 서 씨 부부는 축의금 봉투를 내고 하객석 가운데쯤 자리를 잡았습니다.

성혼 선언이 끝나고 신랑이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와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저는 대학 때부터 빚 한 번 안 지고, 아르바이트하며 혼자 일어섰습니다. 그렇게 버티게 해 주신 부모님께 고맙습니다.” 박수가 쏟아졌습니다. 서 씨는 박수를 치던 손을 슬그머니 내렸습니다. 카드빚 1,500만 원은 대체 누구의 빚이었던 걸까요.

식이 끝나고 로비로 나왔을 때였습니다. 폐백실 앞에서 정 씨 남편이 정 씨의 팔을 붙잡고 언성을 높이고 있었습니다. 축의금을 정리하다 시비가 붙은 모양이었습니다. “당신이 또 어디서 돈을 끌어다 썼다는 거야?” 정 씨가 남편 소매를 잡아끌며 “여기서 이러지 마요” 하고 애원했습니다.

정 씨 남편은 참지 않았습니다. “5년 전에 당신 주식으로 날린 1,500, 그때 누구 돈으로 막았냐고! 증권사 내역 내가 다 봤어!” 그 목소리가 로비 천장에 쩌렁쩌렁 울렸습니다. 우산을 털던 동네 사람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렸습니다. 서 씨도, 서 씨 남편도 그 자리에 얼어붙었습니다.

그때 서 씨 뒤에 서 있던 동네 하객 하나가 낮게 중얼거렸습니다. “어머, 원장님이 돈 자랑하면서 억지로 떠안겼다더니….” 서 씨는 그제야 단골들이 왜 등을 돌렸는지 알았습니다. 정 씨는 아들 핑계로 돈을 받아 가고는, 동네에는 거꾸로 서 씨가 돈을 떠안겼다는 말을 퍼뜨려 놓은 것이었습니다.

서 씨와 눈이 마주친 정 씨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습니다. 서 씨는 떨리는 목소리를 가다듬었습니다. “그 돈, 내가 남편 몰래 모은 돈이에요. 아들 카드빚 못 막으면 이혼당한다고 울면서 가져갔어요. 나는 떠안긴 적 없어요.” 로비가 조용해졌습니다. 정 씨 남편은 아내를 바라보다가 벽 쪽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습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남편은 한참 말이 없었습니다. 서 씨가 먼저 입을 열었습니다. “여보, 미안해요. 당신 칠순 때 쓰려고 몰래 모은 돈이었어요.” 남편은 와이퍼 소리만 듣다가 짧게 말했습니다. “당신이 30년 가위질해서 번 돈인데, 왜 5년이나 혼자 속을 끓였어.” 서운함보다 안쓰러움이 묻어나는 목소리였습니다.

일주일 뒤 정 씨 남편이 미용실에 찾아왔습니다. 그는 고개를 숙이며 봉투 하나를 내밀었습니다. “집사람이 갚은 90만 원 빼고 1,410만 원입니다. 퇴직금을 좀 헐었습니다. 동네에 퍼진 말도 제가 바로잡겠습니다.” 정 씨는 끝내 오지 않았습니다. 서 씨는 봉투를 받았지만, 20년 정까지 함께 돌려받을 수는 없었습니다.

서 씨는 남편과 함께 은행에 가서 그 돈을 부부가 함께 들여다보는 통장에 넣었습니다. “이제 우리 집에 비밀 통장은 없어요.” 남편은 웃으며 통장을 서 씨 손에 다시 쥐여 주었습니다. 발길을 끊었던 단골들도 하나둘 미용실 문을 다시 밀고 들어왔습니다.

이솝 우화의 양치기 소년은 늑대가 왔다는 거짓말을 되풀이하다 끝내 아무에게도 믿음을 얻지 못합니다. 거짓말 하나를 덮으려 다른 거짓말을 쌓으면, 그 무게는 결국 자기 발등으로 떨어집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돈은 분명하게 오가야 합니다. 큰돈을 건넬 때는 누구를 위한 돈인지 확인하고, 이체 기록이라도 꼭 남겨 두세요. 그리고 부부 사이에는 비밀을 만들지 마세요. 혼자 감춘 돈은 끝내 혼자 감당해야 할 짐이 됩니다.

올가을 서 씨는 남편과 함께 동네 뒷산 둘레길에 올랐습니다. 상수리나무 잎이 바스락거리며 발밑에 쌓였고, 능선 너머로 저녁노을이 붉게 번졌습니다. 내려오는 길에 서 씨가 남편 손을 꼭 잡으며 말했습니다. “당신 칠순 땐 그 통장 들고 바다 보러 가요.” 남편은 대답 대신 서 씨의 손을 더 세게 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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