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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네 생활비 매달 150만원 보냈는데..” 4년 뒤 며느리 동생 결혼식장에서 벌어진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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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이 어려울 때 부모가 손을 내미는 것은 당연한 일처럼 여겨집니다. 다만 그 돈이 누구 손을 거쳐 어디로 흘러가는지는 보내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잘 묻지 않습니다. 묻지 않는 것이 정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경상도 내륙의 한 소도시에 사는 오 씨는 올해 일흔하나입니다. 스무 살에 공단 기계 공장에 들어가 서른다섯 해 동안 선반을 돌리다 정년퇴직했습니다. 손가락 마디마다 쇳가루가 박힌 굳은살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아내와 둘이 공단 근처 오래된 연립주택에 살고, 외아들은 결혼해 대도시에서 살림을 꾸리고 있습니다.

오 씨는 말수가 적은 아버지였습니다. 아들이 고등학교 때 기계과에 가겠다고 하자 “쇳밥은 아버지 대에서 끝내라” 하며 야간 잔업을 두 배로 늘려 대학 등록금을 댔습니다. 아들이 자동차 부품 회사 사무직으로 첫 출근하던 날, 오 씨는 공장 탈의실에서 혼자 담배를 피우며 웃었다고 합니다.

며느리는 바닷가 도시에서 올라온 싹싹한 사람이었습니다. 처음 인사 오던 날 오 씨가 기름때 묻은 손을 내밀기 망설이자 며느리가 먼저 두 손으로 잡으며 “아버님 손이 우리 아빠 손이랑 똑같아요” 하고 웃었습니다. 친정아버지는 배를 타다 허리를 다쳐 작은 수산물 가게를 한다고 했습니다. 오 씨는 그 말이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6년 전, 아들의 회사가 큰 거래처를 잃고 구조조정을 했습니다. 마흔둘 아들은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손녀는 초등학생이었고 아파트 대출 이자가 달마다 빠져나갔습니다. 아들은 전화로 “괜찮아요, 금방 구해요”라고만 했지만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습니다.

오 씨는 아내와 마주 앉아 통장을 펼쳤습니다. 퇴직금으로 들어 둔 정기예금이 있었고 달마다 연금이 들어왔습니다. “여보, 예금 깨고 연금 반 떼면 2년은 버틴다.” 아내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오 씨는 동네 철공소에 나가 하루 몇 시간씩 용접 보조 일도 시작했습니다.

아들에게 전화를 걸자 며느리가 받았습니다. “아버님, 그이 통장은 카드값 때문에 묶여 있어요. 제 통장으로 보내 주시면 살림에 잘 쓸게요.” 오 씨는 그날부터 2년 동안 매달 25일 며느리 통장으로 150만 원을 보냈습니다. 한 달도 거른 적이 없었습니다. 모두 3,600만 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있었습니다. 돈을 보내기 시작하고 석 달쯤 지나자 아들의 전화가 뜸해졌습니다. 명절에 와서도 아버지와 눈을 마주치지 않았습니다. 오 씨가 “요즘 형편은 어떠냐” 물으면 아들은 “알아서 할게요” 하고 짧게 끊었습니다. 오 씨는 사내자식이 아버지 돈 받는 게 부끄러워 그러는가 보다 했습니다.

2년 뒤 아들은 작은 물류 회사에 다시 자리를 잡았고 오 씨는 송금을 멈췄습니다. 그 뒤로도 아들은 데면데면했습니다. 아내가 “애가 왜 저러나” 하고 속상해해도 오 씨는 “먹고살 만해지면 풀린다” 하며 넘겼습니다. 그렇게 4년이 흘렀습니다.

올가을, 며느리의 막냇동생이 장가를 가게 되었습니다. 결혼식은 바닷가 도시의 한 예식장에서 열렸습니다. 아침부터 가을비가 부슬부슬 내렸고, 오 씨는 하나뿐인 양복을 꺼내 입고 아내와 고속버스를 탔습니다. 축의금 봉투에는 50만 원을 넣었습니다. 사돈댁 큰일이니 체면은 차려야 한다고 아내가 우겼습니다.

예식장 로비에서 바깥사돈이 지팡이를 짚고 나와 오 씨 손을 잡았습니다. “사돈어른, 먼 길 오셨습니다.” 허리가 더 나빠져 가게를 접었다더니 몰라보게 야위어 있었습니다. 아들은 오 씨에게 고개만 까딱하고 하객들 사이로 사라졌습니다.

식이 끝나 갈 무렵, 사회자가 혼주 인사를 청했습니다. 바깥사돈이 마이크를 받아 들고 한참을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습니다.

“저희가 넉넉지 못해 이 녀석 대학도 겨우 보냈습니다. 제가 몸져눕고 가게 문 닫았을 때, 우리 큰딸이 몇 년째 다달이 친정 생활비를 보내 줘서 이렇게 막내 장가까지 보냅니다. 큰딸아, 고맙다. 뒤에서 말없이 허락해 준 우리 큰사위도 고맙네.”

하객석에서 박수가 터졌습니다. 며느리는 고개를 숙인 채 손수건을 눈에 댔습니다. 오 씨는 박수를 치다 말고 손을 멈췄습니다. 옆자리 아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기 때문입니다.

폐백실 옆 복도에서 아들이 아내의 팔을 붙잡았습니다. 뒤따라 나온 오 씨도 그 앞에 서게 되었습니다. “당신, 그 돈 어디서 났어? 내가 실업급여 받을 때 우리 집 이자도 겨우 냈잖아. 아버지는 석 달 보내고 끊으셨다며.”

오 씨는 귀를 의심했습니다. “끊다니. 나는 2년 동안 25일마다 한 번도 안 거르고 150만 원씩 보냈다.” 오 씨는 휴대전화를 꺼내 이체 내역을 아들 앞에 내밀었습니다. 같은 금액이 스물네 줄 빼곡히 찍혀 있었습니다.

며느리는 벽에 기대 주저앉았습니다. “아빠가 쓰러지고 가게 빚이 쌓였어요. 막내 학비도 남아 있었고요. 그이한테 말하면 우리 집도 어려운데 안 된다고 할 것 같아서… 아버님 돈을 받는 대로 친정에 보냈어요. 그이한테는 아버님이 끊으셨다고 했어요. 죄송해요, 아버님.”

아들은 오 씨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아버지, 저는 아버지가 우리를 버리신 줄 알았어요. 그래서 일부러 연락도 안 드렸어요.” 오 씨는 그제야 아들이 4년 동안 왜 그리 차가웠는지 알았습니다.

오 씨는 한참 천장을 올려다보다 입을 열었습니다. “오늘은 사돈댁 잔칫날이다. 여기서 더 말하지 마라. 사돈어른 아시면 그 몸에 쓰러지신다.” 그리고 며느리의 팔을 잡아 일으켜 세웠습니다.

일주일 뒤 오 씨는 아들 내외를 연립주택으로 불렀습니다. 며느리는 3,600만 원을 갚겠다며 적금 통장을 내밀었습니다. 오 씨는 그 통장을 조용히 밀어 놓았습니다.

“그 돈은 사돈어른 살린 돈이니 그걸로 됐다. 내가 서운한 건 돈이 아니라, 너희 둘 사이에 거짓말이 4년이나 끼어 있었다는 거다. 앞으로 집안 돈은 둘이 같이 보고 같이 정해라. 그것만 약속해라.”

아들과 며느리는 그 자리에서 서로의 통장을 펼쳐 놓았습니다. 아내는 부엌에서 말없이 돼지국밥을 데워 네 그릇을 상에 올렸습니다.

자식에게 돈을 보낼 때는 그 돈이 어디에 쓰이는지 가족이 함께 알도록 하는 편이 좋습니다. 의심해서가 아니라, 한 사람이 혼자 비밀을 짊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돈은 다시 벌면 되지만 가족 사이에 끼어든 오해는 해가 갈수록 단단해집니다. 서운한 마음이 들면 넘기지 말고 한 번 물어보세요. 오 씨 부자가 잃어버린 4년은 서로 묻지 않은 침묵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늦가을 어느 주말, 오 씨는 아들과 함께 바닷가 사돈댁에 다시 들렀습니다. 바깥사돈과 셋이 방파제 끝에 서서 찬 바닷바람에 언 손을 비볐습니다. 잿빛 수평선 위로 고깃배 몇 척이 천천히 항구로 돌아오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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