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어떻게 여러분의 반려동물과 관련된 정보를 수의사와 공유하시나요?
제가 서울대학교 수의학과에 입학한 첫 해, 어느 날 갑자기 반려견 ‘딴딴’이가 온몸이 붓고 붉어졌습니다.
급하게 딴딴이를 동물병원에 데려가서 진찰을 받았는데, 당시 수의사는 딴딴이가 열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었습니다. 저는 딴딴이를 매일 품고 살았기 때문에 이 아이의 체온이 일반적인 날과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수의사 선생님께 딴딴이가 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예상대로 항문 체온을 측정해 보니 체온이 약간 높은 것으로 나왔습니다.
하지만 다른 검사에서는 문제점을 찾지 못했고, 수의사 선생님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가장 흔한 소염진통제를 처방해 주고 마무리 되었습니다.
동물병원에서 돌아온 날 저녁, 잘 모르는 상태이다 보니 저는 키위와 바나나를 딴딴이에게 다시 주었고 아이는 또 다시 비슷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바로 딴딴이를 다시 병원에 데려가서 상태를 설명했고, 그제서야 항히스타민제 주사로 맞고 문제가 해결되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에 반해 소화기관이 문제 많은 ‘피피’는 같은 간삭을 먹여도 별 문제가 없었습니다.
다행히도 저는 항상 아이들에게 먹이는 간식내용과 양을 기록하는 습관이 있었기 때문에 딴딴이가 이 두 과일을 동시에 섭취했을 때 특이한 급성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후로는 키위와 바나나를 딴딴이에게 주지 않았고, 덕분에 딴딴이는 이러한 증상이 다시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저의 이러한 경험을 여러분께 공유하는 이유는, 만약 ‘키위’와 ‘바나나’ 말고 딴딴한테 유해한 음식인 사람 먹는 소시지, 치킨, 닭 뼈 같은 것들을 주었다면 과연 의사 선생님께 진실을 이야기 할 수 있을까요?
많은 보호자들이 의사 선생님 문진 할 때 의사선생님이 비난할 까봐 솔직히 말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솔직히 말하지 않는다면, 수의사 선생님은 정확한 문제를 알 수 없습니다.
수의사들은 진료에 대해서만 배우지, 독심술은 배우지 않습니다!!!!
그래서, 가능한 많은 정보를 상세히 기록하고, 가능하다면 수의사 선생님께 사진이나 영상을 함께 제공하는 것이 좋습니다!
실제로 의사가 화가 나서 기절할지도 모르는 행동을 했더라도, 의사에게 꼭 알려야 합니다.
특히 해서는 안되는 일을 진짜 했다면 더욱 정확히 알려 주셔야만 합니다.
예를 들어 반려동물이 음식물 쓰레기통에 뚜껑을 제대로 닫지 않아 버렸던 닭뼈를 먹는 일이 있었다면, 창피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솔직히 수의사에게 말씀하시기 바랍니다.
얼마나 솔직하게 말하느냐에 따라 의사는 더 좋은 판단을 할 수 있고, 더 즉각적으로 올바른 치료를 시행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솔직히 말씀드리면, 임상 수의사로서 오래 일하다 보면 대부분의 의사들은 ‘제6감’ 능력을 갖추게 됩니다.
보호자가 진실을 말하는지 아닌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저 드러내지 않을 뿐입니다!
만약 어떤 증상이 중요하다고 느껴졌는데 의사는 그 점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면, 의사에게 직접 이유를 물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경우에 따라서 보호자가 중요하게 생각한 증상이 의사에게는 중요하지 않은 정보일 수도 있고 또 어떤 경우에는 아주 중요한 정보였지만 의사가 놓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딴딴의 경우 체온이 높아졌다는 사실을 의사선생님은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쳤지만 제가 얘기한 후에 발견되었습니다. 체온이 높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이 정보는 진단에 도움이 되었을 것입니다.
여러분께서 의문이나 불안감이 있다면 반드시 의사에게 직접 문의해서 심적부담과 혼란을 해소하시기 바랍니다!
절대 의문을 품고 집으로 돌아와서 인터넷에서 답을 찾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제 경험으로 보았을 때 인터넷에는 수의사를 싫어하고 반대하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이 있다고 느껴집니다.
때로는 수의사를 무시하고 본인이 의사보다 더 잘 안다고 믿기까지 합니다.
그런 이들에게 반려동물의 건강 상태에 대해 질문하는 것은 아주 똑똑하지 않은 행동입니다.
이 세상에서 몇 마디로 반려동물의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없습니다!
반려동물의 주치의도 정답을 모르는 상황이라면 수의학 공부도 하지 않은 일반인이 반려동물의 상황을 듣고 원인을 알아낼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다시한번 말씀드리지만 수의과는 반려동물을 위한 ‘의료’ 교육을 받는 곳이지 ‘독심술’을 배우는 곳이 아닙니다.
가능하다면 의사에게 숨기거나 추측해서 이야기하지 마시고 모든 일어난 일들을 최대한 기록하고 이를 정확히 전달해야 합니다.
이렇게 해야 오진 가능성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보충해서 말씀드리자면, 바나나와 키위는 매우 좋은 과일입니다. 딴딴이의 문제는 딴딴이의 상태 때문에 그랬을 뿐 일반적으로 여러분께서는 크게 염두에 두지 않으셔도 됩니다.
모든 음식은 적정량으로 주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마세요!
만약 아이들이 어떤 음식을 먹고 불편해하는 증상이 나타난다면, 꼭 기록해서 수의사에게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키위에는 비타민C가 많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비뇨기 계통에 결석이 있는 반려동물들은 가능한 급여를 피하도록 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급여할 때 적절한 양을 계산해서 영양 균형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사랑하니까 최선을 다한다.
왕태미 수의사 tammie@tammienutriti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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