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이 조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서울 아파트 매물은 늘고 거래는 단절되면서 전세 수요는 증가하고 있다. 한동안 이어진 집값 상승세가 주춤거리면서 부동산 매매 거래가 줄고 있어서다.
매물 적체도 늘고 청약 시장 열기가 떨어지는 것도 ‘조정 국면 초입’이라는 진단에 힘을 싣는 모습이다.
다만 최근 전셋값 상승세와 내년도 입주 물량의 급격한 감소 등으로 조정 국면에 따른 부동산 가격 하락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부동산원의 11월 첫째 주(지난 6일 기준) 주간 아파트 동향 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아파트 가격은 전주 대비 0.03% 상승했다.
서울의 경우 0.05% 상승했지만, 전주(0.07%)보다 상승 폭이 줄었다. 특히 강남구가 29주 만에 보합으로 전환했으며, 강북(-0.01%), 노원(-0.01%)은 하락했다.
경기도(0.05%)도 전주(0.08%)보다 상승 폭이 줄었고, 인천(-0.02%)이 상승세를 멈추고 27주 만에 하락 전환했다.
연초 5만513건 대비 2만8천여건 이상 많고, 지난달 10일 7만2159건과 비교해도 7천건 이상 증가했다. 수도권의 매물 총수도 25만5447건으로 1월 대비 7만3232건 증가했다.
매물 적체는 통상 시장 수요가 줄면서 거래량이 줄 때 발생한다. 거래 감소는 다른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9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3367건으로 전달 3860건보다 줄었으며, 10월 거래는 1845건에 그쳤다.
분양시장에서도 냉각 기류가 감지된다. 하반기 최대 관심단지로 손꼽히던 서울 동대문구 ‘이문 아이파크 자이’의 1순위 청약 경쟁률이 평균 16.8대 1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이달 분양한 서울시 도봉구의 ‘도봉 금호어울림 리버파크’도 1순위 경쟁률이 8.1대 1 수준에 그쳐 ‘청약 불패’로 여겨지던 서울 안에서도 열기가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다.
아파트보다 빌라의 사정은 더 심각하다. 13일 부동산통계정보시스템 ‘부동산거래현황’ 통계에 따르면 올해 1∼9월 전국 빌라(다가구·다세대·연립) 매매 거래량은 6만9417호로, 지난해 동기 대비 41.5% 감소했다.
이대로라면 올해 연간 빌라 매매 거래량이 처음으로 10만건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국 주택 거래량에서 빌라가 차지하는 비율은 올해 1∼9월 16.4%로 역시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이다. 작년 같은 기 (28.4%보다 12%포인트나 낮아졌다.
‘영끌’ 등 무리하게 대출로 부동산을 구입한 경우 생활비에서 이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늘 수 밖에 없다. 이자를 내지 못하는 집주인들이 급매로 부동산을 내놓는 경우가 늘면서 매물은 쌓이고 있지만 관망세가 커지면서 선듯 구매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최근 들어 부동산 시장에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는 부동산 전문가들이 늘고 있다.
다만 최근의 전셋값 상승세와 내년도 입주 물량 등을 볼 때 매매가 하락 가능성이 적다는 견해도 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집값이 하락하려면 임대인들이 대거 매물을 내놓아야 하는데 전세가가 4개월 연속으로 올라 그럴 상황이 아니다”라며 “매매를 하락 전환할 만한 요인이 사라진 셈”이라고 말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내년 서울 입주 물량은 1만921가구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0년 이래 역대 최저치다.
박원갑 위원도 “내년에 조정이 있다고 해도 급격한 조정이 아닌 완만한 조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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