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한 체구와 강력한 추진력으로 빚어낸 궁극의 디펜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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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차의 모든 구석구석에는 개구쟁이 같은 유쾌함이 스며있다. 2670kg의 무게에 5000cc의 배기량과 길이 5358mm에 달하는 이 차는 거대하고도 강력한 엔진을 얹은, 그리고 세상 모든 곳을 누벼온 랜드로버의 한 시대를 마무리하는 모델 가운데 가장 최신 제품으로 등장했다. 이 브랜드는 앞으로 12개월 안에 그들의 첫 순수 전기차를 판매할 예정이다. 이 거대한 모델도 다양성을 위해서라면 하나쯤 괜찮지 않을까?
130 V8은 무게감과 존재감뿐만 아니라 럭셔리 스포츠 SUV의 중심에 자리한 ‘디펜더’(Defender)라는 이름 또한 지니고 있는데, 메르세데스-AMG G63과 직접 경쟁할 뿐만 아니라 아우디 RS Q8, 포르쉐 카이엔과 같은 다른 V8 엔진 거물들과도 간접적으로 경쟁할 것이다. 90 및 110 V8과 마찬가지로, 가장 강력한 버전의 130은 최고출력 493마력, 최대토크 59.7kg·m로 성능을 조금 낮췄지만, V8 4.4L BMW 엔진을 쓰는 최상위 레인지로버와 달리 재규어랜드로버(이하 JLR)의 ‘AJ’ 슈퍼차저 엔진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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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LR의 고위 임원들은 이 차가 영국인들이 사랑해 마지않는 AJ를 접할 수 있을 마지막 기회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기를 거부했다. 하지만, 이 전설적인 엔진의 생산이 30여 년 만에 마침내 막을 내렸으며, 따라서 이 차에 올라간 엔진은 수량을 장담하기 어려운 재고 물량을 기반으로 한 것이다. 게다가 그 일부는 재규어 F-타입 최상위 버전 용도로 이미 예약되어 있어서, 이 같은 여러 정황으로 볼 때 마지막일 가능성이 크다.
시동을 걸면 근육질이지만 절제된 바리톤 사운드가 나오는데, 이는 검정과 진회색으로 단장한 차체 색상이나 크롬으로 마무리한 네 개의 배기 머플러를 통해 내뿜는 불길할 정도로 강렬한 아우라와 멋지게 어울린다. 디젤 엔진보다 훨씬 더 뚜렷하고 열정적이다. 이 엔진은 또한, 어딘가 모순적이면서 웃음을 자아낼 정도로 빠르다. 그르렁거리는 소리가 너무나 놀랍고 매혹적인 드라마로 펼쳐져, 어느 순간 이 거대한 슈퍼 SUV의 크기와 무게마저 잊어버리게 된다.
BMW V8과 비교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지닌 성난 포효를 들으며 엔진 회전수를 한껏 올리자 슈퍼차저 특유의 사운드만으로도 충분히 음미할 수 있는 즐거움이 휘몰아친다. 위압적이고 과시적일 수 있지만, 이는 물론 필요할 때만 가능하다. 좀 더 차분한 속도에서는 디펜더 라인업에 올라가는 다른 어떤 엔진과 비교해도 오히려 거슬리지 않는다. 일반적인 속도로는 보닛 아래에 무엇이 들어앉아 있는지 완전히 잊은 채로 이 차를 몇 주 동안이나 몰고 다닐 수 있다. 적어도 이 차의 평균 연비가 7.0km/L에도 채 미치지 못한다는 걸 알아차리기 전까지는 말이다.
다른 SUV들과 비교해보면 V8은 다소 원초적이고 직관적인 뼈대 위에 올라타고 있는데, 이는 다시 말해 코너에서 체중 이동을 부드럽게 하고 동력을 더 효과적으로 배치하기 위한 전자식 섀시 시스템의 능수능란한 속임수로 제어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따라서 속도는 쉽사리 올릴 수 있지만, 그 속도를 유지한 채 코너에 접어들면 차체가 심하게 기울고 만다. 스티어링 반응은 예측 가능하고 무게도 적당하지만, 이보다 더 작은 디펜더와 비교하면 반응이 그리 빠르지도 않고 더 정교하지도 않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리어 액슬 뒤에 340mm의 길이가 덧붙어 있어 이탈각 면에서 큰 손해를 보는 데도 불구하고 이 거대한 디펜더가 여전히 아주 인상적인 오프로더로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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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좀 더 험하고 진지한 오프로드를 공략할 경우라면 JLR의 비단처럼 부드러운 직렬 6기통 디젤 엔진이 한결 나은 선택일 수도 있다. 다루기 쉽고 저속에서 예측 가능하며 무엇보다 극도로 험한 구간에서 아주 조금 더 강한 토크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차에서도 그와 같은 수준의 강력한 오프로드 지원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다. 심지어 꽤 무서워 보이는 구간이나 장애물과 맞닥뜨렸을 때도, 130의 능력이 어디까지인지 알아보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게 아닌가 싶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130의 차체는 이미 높은 편인데, 스위치만 누르면 다른 디펜더와 마찬가지로 최저 지상고를 291mm까지 올리며(여기에 저속 및 내리막 주행 모드도 적절히 갖추고 있다), 합리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구간에서 다른 디펜더에 전혀 뒤지지 않는 성능을 보여준다.
90보다 차체가 1m 이상 더 긴 130은 오프로드 주행 중 아주 좁은 구간에서는 어쩔 수 없이 동료들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했고, 우리가 통과한 경로에서 가장 꽉 끼는 헤어핀 구간 몇 곳을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여러 번 반복 시도할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로 가득한, 그리고 조명도 밝지 않은 주차장에서 여러분의 손과 눈이 얼마나 조화롭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인내심의 한계가 어느 정도인지 한 번 시험해보기를 바란다. 랜드로버에 따르면, 이 130의 크기와 명성, 그리고 확실히 믿을 수 있는 실용성은 일요일 아침 럭비 경기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특히 매력적일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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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라면 80분간의 격렬한 럭비 경기를 마치는 호루라기 소리가 울린 뒤에, 경기장 앞의 또 다른 경기장(그러니까, 붐비는 주차장)에서 다시 한 번 경기를 하고 싶지는 않을 것 같다. 궁극적으로, 22인치 알루미늄 합금 휠과 로 프로파일 타이어, 도심 스타일의 세련된 색상은 이 차가 가진 매력을 마음껏 드러낸다. 130 V8을 처음 대했을 땐 도무지 전통적인 의미의 ‘디펜더’라고 여겨지지 않았다. 너무 크고 영리하지 않다는 게 아니라, 솔직히 그냥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이 차는 거대할 뿐 아니라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성능을 지니고 있었다. 그야말로 이 차는 모순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그런 이유가 구매의 장벽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LAND ROVER DEFENDER 130 P500 V8
가격 11만6845파운드 (약 1억 9448만 원)
엔진 V8, 5.0L, 가솔린 슈퍼차저
최고출력 493마력 최대토크 59.7kg·m
변속기 8단 자동, 4WD 공차중량 2,670kg
0→시속 100km 가속 5.4초 최고시속 240km
공인연비 6.9km/L CO2 배출량 325g/km 전비 3.1mpkWh
경쟁 모델 아우디 RS Q8, BMW X5 M, 메르세데스-AMG G63
글·펠릭스 페이지(Flex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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