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우리나라 소아·청소년의 16%가량은 우울장애나 불안장애 등 정신장애를 겪은 적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현재 정신장애 증상이 있는 소아·청소년은 전체의 7%로 전문가의 도움이 시급한 상황이다.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소아·청소년의 정신장애 유병률 및 정신건강 서비스 이용현황 등을 파악하기 위해 실시한 ‘2022년 정신건강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전국 6세 이상 17세 이하 소아·청소년 6275명(가구당 1인, 소아 2893명·청소년 3382명)을 대상으로, 국립정신건강센터 주관 하에 서울대학교와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약 6개월간 진행했다.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소아·청소년의 정신장애 평생 유병률은 16.1%(소아 14.3%, 청소년 18.0%)로 집계됐다. 현재 유병률은 7.1%이며, 소아 4.7%, 청소년 9.5%로 청소년의 유병률이 소아의 유병률에 비해 약 2배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평생 유병률과 현재 유병률의 경우, 소아와 청소년 모두 남성의 유병률이 여성보다 높게 측정됐다.
현재 유병률은 적대적 반항장애(2.7%), 틱장애(2.4%), 섭식장애(1.1%) 순으로 나타났다. 소아는 틱장애(2.3%), 적대적 반항장애(1.7%)가, 청소년은 적대적 반항장애(3.7%), 틱장애(2.4%), 약물사용장애(1.7%) 각각 높았다.
평생 유병률은 특정공포증(5.8%), 적대적 반항장애(4.1%), 분리불안장애(3.8%), 틱장애(2.4%), 섭식장애(1.7%) 순으로 파악됐다. 소아는 특정공포증(7.0%), 분리불안장애(4.4%), 적대적 반항장애(2.4%), 청소년은 적대적 반항장애(5.7%), 특정공포증(4.6%), 분리불안장애(3.2%) 순이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 관련한 조사도 이뤄졌다. 지난 2주간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과 관련된 행동(현재 경험 비율)의 경우, 생각은 1.0%(소아 0.2%, 청소년 1.9%), 시도는 0.2%(소아 0.0%, 청소년 0.4%), 자해는 1.4%(소아 1.0%, 청소년 1.7%)로, 청소년의 경험 비율이 소아에 비해 높았다.
평생 한 번이라도 정신장애를 경험한 소아·청소년 중 지난 1년 동안 정신건강서비스 이용한 비율은 4.3%(소아 4.7%, 청소년 4.0%)였으며, 정신건강서비스의 평생 이용비율은 6.6%(소아 7.8%, 청소년 5.6%)로 조사됐다.
정신건강서비스 필요시 상담선호 대상으로 소아는 소아과 병원(59.5%)가 가장 많았으며, 그다음으로는 가족(56.4%), 정신건강의학과(55.8%)가 뒤를 이었다. 청소년은 가족(68.5%), 상담 및 심리치료센터(47.9%), 정신 건강의학과(46.5%) 순으로 답변했다.
정신건강서비스 이용 방해요인으로 응답자들은 ‘아직까지는 정신건강서비스를 받을 정도는 아닌 것 같아서’가 소아 60.1%, 청소년 60.0%으로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문제가 해결될 것 같아서’는 소아 43.4%, 청소년 52.8%라는 응답이 높은 비율을 보였다.
이번 실태조사를 이끈 서울대학교 김붕년 교수는 “본 조사는 전국적인 소아·청소년 정신장애와 관련 위험요인에 대한 첫 번째 국가통계조사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며 “우리나라 아동 청소년의 7.1%는 전문가의 도움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고, 낮은 정신건강서비스 이용률 제고 방안과 주기적인 추후 조사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아동·청소년의 정신건강을 위해 다양한 경로의 정신건강 검사, 상담 및 지원을 시행 중이다. 앞서 지난 2023년 12월 정부는 ‘정신건강정책 혁신방안’을 통해 소아·청소년의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먼저 보건복지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전 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을 실시해 올해 2027년까지 소아·청소년을 포함한 100만명에게 전문 심리상담을 지원하고, 오는 9월부터는 카카오톡 채널을 활용한 모바일 마음건강 자가진단 서비스를 제공한다.
더불어 오는 7월부터 초·중·고등학교 학생을 포함한 1600만명을 대상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에 대한 예방 의무교육을 실시하며, 관련 SNS 상담을 올 9월에 개통한다.
교육부는 아동·청소년의 마음 건강 문제를 조기에 발견해 적기에 전문가의 지원을 제공할 수 있도록 3년마다 실시하는 정서·행동특성검사 외에 수시로 실시할 수 있는 ‘마음EASY 선별검사’를 올해 1월부터 도입했으며, 정신질환 예방을 위해 초·중·고교생 대상 ‘사회정서교육’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전국 240개 청소년상담복지센터를 운영 중인데, 지난해부터 위기청소년·가족 상담과 종합심리평가 등을 지원하는 ‘고위기 청소년 맞춤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이와 함께 도서·산간지역, 청소년 밀집지역 등으로 찾아가는 ‘청소년 마음건강지킴이 버스(5대)’도 운영 중이다.
앞으로도 정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소아·청소년의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정책을 보다 면밀하게 마련해 추진할 방침이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