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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나의 마음] 당신의 가정이 화목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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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목한 가족이라는 개념은 허상이다. 우리 삶에 존재하는 가족 로망스(family romance)를 자신 안에서 어떻게 다루고 해결해 나가는지는 성숙의 중요한 열쇠라고 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버튼을 누르면 불빛과 함께 동요가 나오는 튤립 모양 장난감이 있다. 국민 장난감으로 불리는 이 물건을 아기에게 틀어주면 열에 아홉은 넋을 잃고 빠져든다. 넋을 잃고 빠져드는 아이의 모습을 바라보며 무한 반복으로 흘러나오는 몇 개의 동요를 함께 음미해본다.

‘멋쟁이 토마토’가 씩씩하게 “나는야, 주스될거야! 나는야, 케찹될거야!” 라고 외친다. 명랑한 멜로디에 이토록 잔인한(?) 가사라니… 적잖게 놀랐지만, 이내 진정하고 다음 곡으로 넘어간다.

“나뭇가지에~ 실처럼~ 말아진 솜사탕! 하얀 눈처럼~ 희고도~ 깨끗한 솜사탕!” 사물을 그냥 있는대로 묘사하는 것만으로도 멋진 노래가 될 수 있구나 생각하던 찰나, 다음 가사는 “엄마 손잡고~ 나들이 갈 때~ 먹어본 솜사탕”이다.

이상하게 복잡한 마음이 된다. 누군가에게는 이런 추억이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없을 수도 있는데. 우리는 모두 다르고, 가족의 모습도 다 다른데. 각자에게 이 노래는 어떻게 들릴지 궁금해진다. 조금은 염려하는 마음을 포함하여.

어린 시절 이후 수십 년의 세월을 건너 뛰어 다시 듣게 된 동요는 이렇듯 세월이 더해져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감상을 종종 불러일으켰는데, 그중 제일 마음이 쓰인 부분은 허구헌날 아무렇지도 않게 등장하는 ‘엄마’ ‘아빠’ 라는 단어였다.

노래마다 이토록 태연하고 신나게 등장한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생경했다. “엄마 앞에서 짝짜꿍, 아빠 앞에서 짝짜꿍” “곰 세 마리가 한 집에 있어, 아빠곰 엄마곰 아기곰”…

‘엄마’ ‘아빠’라는 단어를 흐뭇하고 즐겁기만 한 마음으로 떠올릴 수 없는 사람들이 많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종종 잊는다. 더 중요한 건, 아주 많은 사람들이, 아니 아주아주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 그러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그렇게 각자가 각자의 상처를 꽁꽁 숨긴다. ‘화목한 가족’이라는 말이 아프면서도 화목함을 연기한다. 그렇게 서로가 ‘화목한’ 남의 가족을 보며 자기 가족의 ‘진실’을 더욱 숨기기로 마음먹는다.

그런데 화목한 가족이란 대체 무엇일까? 당신의 가족은 화목한가? 단언컨대, 생각보다 아주아주 많은 이들에게는 (이 글을 보는 당신을 포함하여, 그러니까 사실 우리 모두에게는) 화목한 가족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다. ‘보통’의 ‘화기애애한’ 가족인 양 하면서도 어딘가 불편한 마음을 주머니에 넣고 있다.

‘화목한 가족’이라는 개념 자체가 실은 허상이기 때문이다. 랜덤하게 만나, 오랜 세월을 부대껴 살아가는 가족이 화목함, 또는 행복함이라는 단어 하나로 묶일 수 있다는 건 거짓이다. 그런데 이 화목한 가족이라는 클리셰가 너무 강력한 나머지, 우리는 그 거짓을 갖지 못해 불편해한다.

이는 프로이트의 ‘가족 로망스'(family romance)이론과 맞닿아 있다. 개인은 ‘지금 나의 가족은 진짜 내 가족이 아니고, 어딘가에 이상적인 진짜 내 가족이 있다’는 상상을 한다는 것이 이 이론의 요지이다. 우리 삶에 존재하는 가족 로망스를 자신 안에서 어떻게 다루고 해결해 나가는지는 성숙의 중요한 열쇠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부디 클리셰에 속지 말자. 화목한 가족의 허상에 얽매이지 말자.

한국인이라면 “전국”하면 “노래자랑”이라 답하고, “5월은” 하면 “가정의 달”이라 답한다. 다른 때보다 가정의 달, 명절, 그리고 연말에 콤플렉스는 수면 위로 더 잘 올라온다. 그래서 써보았다. 가정의 달 5월, 당신의 가정이 화목하지 않아도 괜찮다. 반유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였고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여성학협동과정 석사를 수료했다. 광화문에서 진료하면서, 개인이 스스로를 잘 이해하고 자기 자신과 친해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책 ‘여자들을 위한 심리학’, ‘언니의 상담실’, ‘출근길 심리학’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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