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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영화 <리멤버>
이성민과 남주혁의 세대초월 케미
<리멤버>는 청산되지 못한 친일 세력에 총구를 겨누는 영화다. 국가가 했어야 했을 일을 방관하다 개인의 분노로 쌓여 결국 복수가 되어버린 상황이다.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민감한 소재를 마냥 무겁지만은 않게 풀어 대중영화로 소화했다.
탄탄한 이야기라 생각했는데 원작이 있다. 아톰 에고이안 감독의 <리멤버: 기억의 살인자>를 리메이크했다. 원작은 홀로코스트로 가족을 잃은 노인이 가해자를 처단하는 내용이다. 한국으로 옮겨오자 일제강점기에 가족을 잃은 노인이 친일 가해자를 하나씩 처단하기 위한 복수극으로 재해석했다.
60년 동안 복수의 칼을 간 80대 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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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밀리 레스토랑에서 프레디(이성민)와 제이슨(남주혁)으로 불리며 환상의 콤비였던 두 사람. 17째 모범 직원으로 일하던 프레디로는 끝이지만 절친으로서 일주일만 운전을 부탁한다. 난생처음 포르쉐를 몰아본 인규는 신났다. 알바비 고액 50만 원을 받고 운전기사 겸 말벗이 되어주는 건 꿀알바라고 생각했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바로 운전 착수! 프레디는 병원에 데려다 달라더니 기다리지 말고 가라며 사라졌고 몇 시간째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래도 어떻게 그냥 가나 싶어 밤늦게까지 기다리던 인규는 로비를 서성이다, 멀뚱히 앉아 있던 프레디를 깨워 가자고 부추긴다. 하지만 무슨 일인지 아직 할 일이 남아 있다며 먼저 가라며 위로 올라갔다. 어쩔 수 없이 인규는 집에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다음 날, 병원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인규는 무심코 뉴스를 보다 화면 CCTV에 담긴 자신이 살인 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몰리자 당황했다. 이 모든 게 프레디와 연결되어 있음을 안 인규는 계속 부탁을 들어주어야 할지 망설인다. 그러던 중 사채업자가 쳐들어와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었지만 프레디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인규는 어쩔 수 없이 60년 동안 철저히 계획된 프레디의 동행에 끼어들 수밖에 없게 된다. 이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채로.
이성민과 남주혁의 세대초월 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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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대 노인 분장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이성민의 농익은 연기가 빛난다. 구부정한 어깨, 거친 호흡, 짧은 보폭과 느린 걸음걸이로 한필주 자체가 되었다. 노인 분장을 위해 4시간씩 투자한 의미가 있었다. <리멤버> 개봉에 이어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인 [형사록]이 공개되었는데 위화감 없이 각각의 작품에서 멋진 연기를 선보인다.
아내가 세상을 떠나고 자식들은 장성해 가정을 꾸렸다. 이제 병으로 노쇠해진 육신은 떠날 날만 가까워진다. 아무것도 잃을 것 없는 노인이 마지막 힘을 쥐어 짜내 실행에 옮기는 계획. 노련함과 현명함, 순발력이 혈기왕성한 청년과 만나 과감하게 밀어붙이는 기질이 영화의 주된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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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에는 없던 20대 박인규를 생동감 있게 만든 남주혁과 브로맨스라는 단어로 단정할 수 없는 묘한 케미를 이룬다. 아무것도 모르고 가담하게 된 인규는 관객의 대변인으로 설정했다. 21세기에 20세기의 비극을 바라보는 시선이 되어준다. 세대와 세대의 이해와 화합, 동행이란 삼박자가 따뜻하게 그려지는 버디물이다.
<리멤버>는 상상에서 출발한 허구지만 영화 속 어떤 부분은 실화인 사람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 역사에 희생된 가족의 아픔을 위로하면서도 기억되어야 할 역사를 현세대에게 알려주는 뜻깊은 역할을 맡고 있다. 60년 동안 복수의 칼날을 간 노인이 80세 뇌종양과 알츠하이머로 기억이 목숨 보다 빨리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해 손가락에 새긴 뚜렷한 문신처럼 과거를 잊히길 두려워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완성도는 있다. 다만 128분이라는 다소 긴 러닝타임이 아쉽다. 이 안에 가족의 역사가 한 국가의 역사와 맞물려 있는 비극을 전하려 했던 것 같다. 분명 좋은 소재지만 조금 덜어도 좋았을 것 같았다. 일제 청산, 산업재해, 악덕 기업의 횡포, 알츠하이머 등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한 영화에 담으려고 하니 무겁다 못해 약간 버거운 건 사실이었다.
글: 장혜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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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멤버 감독 출연 송영창,문창길,박병호,최민철,남문철,양현민,박세현,김홍파,윤우,박서연,김율호,홍인아,박민이,정청민,강춘성,윤종빈,국수란,윤종빈,문용찬,이일형,윤종빈,유억,배일혁,정은영,윤성기,최의영,박선,유청,박준용,허명행,권지훈,김상범,황상준,김창섭,이희은,황효균,곽태용,정도안,조경규,김대준 평점 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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