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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el터뷰!) 영화 ‘핸섬가이즈’의 이성민 배우를 만나다

영화 <핸섬가이즈>는 한 번 보면 절대 잊을 수 없는 외모의 ‘재필(이성민)’과 ‘상구(이희준)’가 전원생활을 꿈꾸며 새집으로 이사 온 날, 지하실에 봉인됐던 악령이 깨어나며 벌어지는 고자극 오싹 코미디다. 터프가이 재필과 섹시가이 상구의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치명적 매력과 B급 유머가 제대로 파고드는 영화다.

6월 13일 삼청동의 카페에서 ‘재필’ 역의 이성민 배우를 만났다. 오랜 무명시절을 거쳐 연기 경력만 36년째. 한국 영화, 드라마계는 이성민 없이는 돌아가지 않을 정도다. 다양한 장르와 역할을 넘나드는 독보적인 배우지만 팬데믹 이후 영화와 OTT의 경계가 무너지고 관객 성향을 파악할 수 없어 난항이라고 고백했다. 그만큼 극장 개봉 영화는 새로운 돌파구를 맞이해야 할 때임을 고민하게 한다.

베테랑 경력자도 자신만의 세상에서 사는 자칭 미남 ‘재필’을 연기하는 건 쉽지 않은 도전이었을 거다. 코미디 연극을 오래 해 본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바이브가 기본으로 깔려 있다고는 하나, 요즘같이 숏폼이 유행하는 시대에 웃음을 유발하는 일은 꽤 어려운 일이니까.

잘나가던 개그 프로그램이 폐지되고 코미디언은 설자리가 없어졌다. 유튜브의 미드폼, 숏폼 영상이 인기 있는 상황을 돌이켜보면 영화의 경쟁상대는 더 이상 다른 영화가 아니라는 말이다. 이성민 배우는 “나도 손가락을 위로 올리기만 하면 되는데 보게 된다. 숏폼에 익숙해진 게 나도 이상하다”며 달라진 분위기를 실감한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어쩌면 오래전 촬영한 영화지만 앞뒤 맥락이나 서사 없이 소위 뇌를 꺼내 두고(?) 볼 수 있는 코미디가 반가운 게 사실이다. 열린 결말, 고구마 결말로 관객 스스로 답을 찾게 하는 영화에 지친 관객이 환영할 만한 즐기기만 하면 되는 영화다. 그동안 한국 영화계에 <핸섬가이즈>와 비슷한 장르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오히려 늦어진 게 전화위복이 된 건 같다. 소위 창고 영화는 뒤떨어진다는 선입견을 없애고, 진입장벽 없이 재미만 추구하는 영화가 요즘 관객 니즈와 잘 맞아떨어지는 게 아닐까.

재미, 기본에 충실한 영화

-한국 영화계, 극장의 침체기란 말이 나오고 있다. 관객에게 어필할 수 있는 영화는 결국 ‘재미’가 아닐까. 그런 면에서 <핸섬가이즈> 기본에 충실한 영화다.

“이 장면에서 반드시 웃겨야 한다는 긴장감이 있었다. 여러 버전을 준비했었는데 감독과 논의를 거친 게 지금 텐션이다. 걱정이 앞섰다. 우리는 재미있게 찍었는데 안 웃으면 어떡하지 싶은 고민. 관객의 웃음 포인트와 맞아야 하니까 확신은 없었던 것 같다.

무장해제되는 순간은 ‘임원희’ 배우의 첫 등장 같다. 저도 특별출연을 많이 해봤는데 철저한 변곡점이 된 것 같다. 출연 여부도 말로만 들었지 어떤 부분을 촬영한지는 몰라서 시사회 때 보고 너무 놀랐다. (듣기로는) 1초 등장 때문에 현장에 왔는데, 총 맞는 거, 쓰러져 있는 거 등 세 컷 찍고 갔다고 하더라. (웃음)

그때 ‘감독님이 다 계획이 있었구나.. 치밀하다’고 생각했다. CG가 정말 잘 쓰인 것 같다. 연기할 때는 아무것도 없어서 현타 왔는데, ‘저런 뜻이 있었구나’ 놀랐다. 원작의 슬래셔 부분(잔임함)도 깊지 않고, 심플하게 처리되어서 관객 진입장벽이 낮은 것도 장점이다. 유럽 영화는 잔인한 부분도 코미디의 한 요소로 잘 넘어가 주는데 한국 정서는 달라 걱정했었다. 부디 그런 부분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말고 코미디로 생각해 주면 좋겠다”

-그동안 코미디, 호러, 오컬트도 했었지만. 코믹과 오컬트의 혼합 장르에 첫 도전한 소감이 궁금하다.

“본격 코미디로 시작한 영화는 <핸섬가이즈>가 처음이다. 그전에 <미스터 주: 사라진 VIP>는 코미디로 홍보해서 그렇지 가족영화고, <보안관>도 범죄물이다. <핸섬가이즈>는 코미디로 시작했다가 오컬트로 섞이는 장르가 (국내에) 흔하지 않은 장르니까. 거기에 슬랩스틱 코미디 부분까지 새롭게 다가왔다. 무서워야 한다는 것보다 즐거워야 한다는 데 비중이 컸다.

(그런 면에서) 박지환 배우의 연기는 웃음 참기 힘들었고 미쳤다고 생각했었다. 우현 선배의 기절 장면은 웃음이 너무 터져서 촬영이 중단되기도 했다. 또 대학생들은 너무 진지하고, 우리 쪽은 촌스럽고 과장되는 톤이니까. 밸런스가 잘 맞아서 웃음이 생성된 것 같다.

-한계 없는 배우다. 다양한 장르와 역할,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플랫폼에도 영향받지 않는 것 같다. 그래도 ‘재필’은 핸섬하지 않은 데 핸섬해야 해서 당황하지 않았나. 벌써 현빈과 강동원이란 말이 나온다. 주입식 비호감에 걱정은 없었나.

“시나리오가 워낙 친절해서 재미있게 읽었다. 무엇보다 이런 연기를 해보고 싶었던 때라 선뜻 응했었다. 그런데도 처음에 제목 보고도 당황했고, 더 부담스러웠던 건 외모였다. 사람들을 불쾌하게 만드니까. (웃음) 그런데 ‘핸섬’의 뜻을 이해하다 보면 제목의 선입견과 양면이 보이는 얼굴을 캐스팅한 이유를 알겠더라.

캐릭터 전사를 설명하는 과거 화상 장면도 있었다. 집을 보러 가서 껴안는 장면을 찍었는데 편집되었다. 재필과 상구는 어릴 때부터 가족 없이 둘이 목수 일하면서 살아왔다. 열심히 돈 모아서 전원에 자기 집을 사고 낚시하면서 지내려는 거다. 둘의 내조와 외조. 케미스트리가 완벽해야 했고 밸런스도 잘 맞아야 했다. 재필은 제가 생각한 것들은 다 해서 미련 없다. 이게 다 될까 싶었던 의문도 후반작업을 통해 설득력 있게 다가와서 만족한다”

-전작은 내내 강하고 무거운 연기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번에는 완전히 180도 달라진 연기, 내려놓는 연기, 노출까지 감행해, 사활을 건 느낌이다.

“전혀 걱정은 없었다. 지금 관객은 배우와 캐릭터를 혼동하지 않으니까. 배우 개인으로서 이미지 보다 캐릭터의 이미지가 중요하다. 오히려 다르게 받아들여 준다면 행복한 거다.

멋있는 근육질 몸매를 보여드려야 하는데.. (웃음) 검고 거친 피부와 하얀 속살의 대비를 의도했다. 거칠어 보이는 사람도 속은 하얗다는 두 인물을 상징하는 의외성이다. <보안관> 때는 그래도 운동을 좀 해서 (벗어도) 좀 볼만했다. 이래서 배우들이 태닝도 하고 멋지게 몸 만들어서 상의 탈의하는구나 싶긴 하더라. (웃음)”

-자아도취 캐릭터 ‘재필’외모 준비에 신경을 많이 썼을 것 같다.

“초반에 쓸데없이 인상 쓰거나 힘을 많이 줘야 했는데, 극 중에서 다른 사람이 어떻게 볼까에 대한 과한 톤, 과도한 표정, 독특한 의상을 신경 썼다. 멧돼지 사냥하시는 분 다큐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 발전시켜 나갔다. 꽁지머리나 피부 톤은 제가 제안했다”

-외모를 망가뜨리는 데 두려움이 없는 배우다. 몸 쓰는 연기도 많고 특수분장 (벌에 쏘이는 부분)도 마다하지 않았다.

“희준이 보다 내가 다 개고생했다. (웃음) 벌하고 달리지.. 너무 달려서 다리도 풀렸고, 무거운 전기톱을 휘두르면서 달리는 것도 쉽지 않았다. 물속에서 들어갔다가 나오는 게 가라앉지 않아서 힘들었다. 그때 공승연 배우와 첫 대면 장면이었는데 접촉을 최소한으로 해야 했었기에 어려웠다. 있는 힘껏 침을 모았다가 흘리는 건 포인트였다. (웃음)”

-상대 배우 이희준 배우와 몇 번 만났던 사이라 그런지 찰떡 호흡을 자랑한다.

“희준이랑은 코미디 연극도 같이 했고 <남산의 부장들>도 함께 출연했다. 늘 준비를 많이 하고 오는 배우고 그 상황도 즐기는 것 같다. 극단에 있을 때 앙상블 연기가 익숙해서 서로의 포지션을 잘 지켰고, 영향을 주고받는 호흡도 더할 나위 없었다”

숏폼 유행 시대 적절한 웃음 타이밍

-시사회 반응도 좋다. 오랜만에 아무 생각 없이 웃음 터지는 코미디가 반갑다는 반응이다. 러닝타임 동안 모든 걱정, 스트레스는 내려놓고 한바탕 웃다가 나갈 수 있는 영화다. 요즘 관객의 니즈를 제대로 파고 느는 영화란 생각도 든다.

“영화의 매력은 우리의 현실을 냉철하게 알려주는 영화, 현실을 잊게 하는 영화. 이 두 가지로 나뉜다고 생각한다. 현실을 직시하도록 하는 영화는 시간이 흐르면 시대에 뒤처진다는 느낌이 살짝 들기도 한다. 몇 년 벌써 옛날이 돼서 이제 개봉하면 현재와 괴리감이 든다. 본래 의도도 다르게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같다.

<핸섬가이즈>는 촬영 때는 ‘이렇게까지 해도 되나, 브레이크 없이 계속 달리기만 하는데..’ 싶었는데 이제는 젊은 층도 재미있게 볼 요소가 되었다. 요즘은 서사, 개연성, 논리가 필요 없어도 되는 숏폼이 유행하지 않나. 우리 영화가 숏폼 형태와 잘 맞아떨어지는 영화다. 이런 정서가 관대해지고 있다. 언론시사회 때 잘 안 웃던데 긍정적인 리뷰를 보니 시대가 변했다는 걸 실감했다”

-남동협 감독은 영화 톤처럼 재미있는 분인지, 진지한 분인가.

“평소에는 재미있지 않지만 전반적으로 재미있는 분이다. 데뷔작이라 긴장을 많이 하는 게 보였다. 시사회 때 옆자리여서 이런저런 코멘트를 해드렸다. 배우는 캐릭터를 집중해서 보는데 감독은 역시 전체를 아우르는 사람이더라. 서가 없이 보이지만 치밀한 계산, 논리구조를 만들어 두었더라.

특히 임원희 배우 첫 등장 때. 관객을 무장해제 시킬 때는 놀랐다. 특별출연 많이 해본 경험자로서 임원희 등장은 강력한 웃음 포인트였다. 다른 배우였으면 이 정도의 임팩트는 아니었을 거다”

–<보안관>, <바람 바람 바람> 등은 말맛이 살아 있는 대사 코미디, <핸섬가이즈>는 몸 개그다. 어느 연기가 편한가.

“어느 날부터 진지한 캐릭터가 많이 들어와서 그렇지. 원래 코미디에 애정이 있다. 주변에서 <핸섬가이즈> 예고편이 공개되고 ‘나도 그런 영화 해보고 싶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다 내려놓고 의식의 흐름대로 연기하고 싶다는 거다. <재벌집 막내아들>, <남산의 부장들>, <대외비> 같은 진중한 역할을 하다가 코미디를 하면 카타르시스도 느끼지만. 결국 배우로서 잘 해야 한다는 스트레스는 똑같다. 코미디 영화가 관객을 웃겨야 한다는 의도가 분명하니까 더 어렵기도 하다”

드디어, 번아웃! 열심히 비웠다

-과거 한 인터뷰에서 <운수 오진날>의 ‘오택’ 역할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많은 아쉬움이 있는 것 같다.

“후회는 아니다. 제가 생각했던 오택은 천하에 선량하고 순박한 사람인데 제가 무드를 제가 다 못 살린 것 같아 아쉽다는 소리다. 기회가 된다면 오택 같은 역할을 다시 소화할 수 있으면 좋겠다. 배우는 늘 아쉬움이 남는 것 같다. 그 아쉬움으로 다음을 잘 하고 싶으니까 연극을 하기도 하면서 그걸 채워간다. 죽을 때까지 이런 것을 반복하면서 살아가야 할 운명이다”

-이성민 하면 ‘다작 배우’로 인식되어 있다. 쉼이 있어야 일할 동력도 생기지 싶은데, 재충전할 시간이 없는 건가.

“예전에는 휴식이 뭐 필요하나, 뭘 비워하면서 연극까지 하면서 빈틈없이 살았다. 이제껏 재충전을 모르고 살다가 얼마 전에 드디어 ‘번아웃’이 왔다. 그래서 동료들이 비워야 한다고 말하는 거구나 실감했다. 일 년 가까이 국내 한적한 시골에서 쉬다 왔다. 힐링이 되더라. 혼자 여행 가서 한 달 쉬어보고 많은 휴식이 되었다”

-흥행 배우가 될수록 ‘돈값’해야 한다는 말도 따라다닌다. 연기를 하면 할수록 부담감이 더 커지는 배우의 ‘이름값’이다.

“<서울의 봄>, <파묘>, <범죄도시 4>가 연달아 터지면서 극장 분위기가 반등 되긴 했지만 팬데믹 이전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관객은 재미없으면 극장을 찾아오지 않는다. 우연히 왔다가 영화를 선택하지 않는다는 거다. 비싼 요금, 시간 내서 와야 하는 극장은 검색하고 공부하고 일부러 찾아온다. 그게 두렵기도 하다.

<핸섬가이즈>는 1차로 제 만족도 있지만 시사회 반응이 나쁘지 않아서 한숨 돌렸다. 상품에 하자가 없는 것 같으니 소비자(관객)가 잘 찾아주면 된다. 2차로 새로운 긴장감이 든다. 첫 주에 호감을 주어야 하니까. 그런데 또 요즘은 블라인드 시사 평점, 언론 평점이 좋더라도 관객이 안 드는 영화도 있으니까.

사실 관객 마음을 잘 모르겠다. OTT가 생기면서 경계가 무너지고 퀄리티가 좋아지니 더 심해지는 것 같다. 극장에서 돈 내고 보는 영화는 그 이상의 가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는 게 답답할 때 보기 딱 좋은 영화, 2시간 동안 낄낄 거리다가 스트레스 해소되는 영화다. 그런 분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영화가 <핸섬가이즈>다”


글: 장혜령
사진: NEW

핸섬가이즈 감독 출연 우현,장동주,김도훈,빈찬욱,남동협 평점 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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