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밸(Work & Life Balance)은 이제 트랜드 수준을 넘어 삶의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월급은 좀 덜 받더라도, 승진은 좀 더 늦더라도, 자기의 호흡에 맞춰,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삶을 꿈꾸는 사람이 늘어났습니다. 예전 같으면 이런 사람들이 철없는 소리를 하는 아웃라이어(outlier)로 취급받았지만, 이제는 다수가 되었습니다.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지치도록 일해서 기진맥진한, 조금의 여유도 없는 직장인들로 가득가득했으니까요.
그런데 요즘 넘쳐나는 워라밸 담론(discourse)을 보며 멈칫하게 되는 점은 모두 ‘퇴근 이후의 삶’ 에 대해서만 다루고 있다는 점입니다. 퇴근 이후에 요리를 배우고, 운동하고, 좋아하는 영화나 연극을 보러 가고, 또는 누구의 간섭도 없이 소파에 늘어지게 누워 편안하게 쉬는 방식에 관한 얘기로 가득하죠. 아, 물론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도 빼놓을 수 없지요.
그런데 문제는 우리의 삶에서 적어도 주중 매일 9시간 이상을 ‘퇴근 전’에 사용한다는 겁니다. 아침에 일어나 준비하는 시간, 출퇴근 시간까지 합치면 11시간 이상이죠. 11시간은 어마어마한 시간입니다. 수면에 7시간을 쓴다고 치면, 깨어 있는 시간의 65%에 해당하니까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런 의문이 생깁니다.
하루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하는 시간이 괴로워 죽을 지경인데삶을 만족하며 산다는 게 가능할까?
회사에서의 시간이 끔찍하다면, 퇴근 후 두 시간의 취미생활이 아무리 만족스럽다 해도 삶은 여전히 고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올리는 기획안은 모조리 반려되고, 고작 5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는 팀장에게 난도질을 당하는 하루를 생각해보세요. 후배 직원에게 몇 번이나 강조했는데도 엉뚱한 결과물을 가져와서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면요? 좋게 말해도 꼬아서 듣는 이상한 직장 동료는 걸핏하면 회사 휴게실에서 내 흉을 보고 있다면 어떨까요.
그런 상황에서 퇴근 후 독서 토론이, 요가 수업이, 전시회 관람이 아무리 만족스럽다고 하더라도, 누군가가 나에게 “요즘 어떻게 지내?”라고 물어보면 아마 어색한 미소를 짓겠지요.
일하는 시간은 고통스러운 채로 내버려 두고, 다른 곳에서 행복을 찾으며 살기에는 일하는 시간이 너무나 깁니다. 회사 나가는 것이 두근거리지는 않더라도(제가 아는 분 중에는 이런 분들이 꽤 있긴 합니다. 이상한 분들이죠), 아침마다 세면대에 머리 박으며 괴로워해서야 되겠습니까.
그러니 우리는 퇴근 후의 시간을 재밌게 보내는 계획만큼 퇴근 전의 시간을 제대로 쓰는 방법을 알아야 합니다.
일(Work)과 삶(Life),두 영역 모두 우리의 삶을 꽉 차게 채우고 있으니까요.
일을 이상하게 많이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회사에서 적은 투자금(한정된 시간과 에너지)을 가지고 분산 투자처럼 일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네가 뭘 좋아할지 몰라 골고루 준비했어’라고 말하는 것처럼 기획안도 고만고만한 수준을 여러 개, 보고서도 각종 조사와 통계 자료를 꽉꽉 채워서 작성합니다. 늘 업무량이 많을 수밖에 없죠. 이런 분들이 리더가 되면 직원은 괴롭습니다. ‘혹시 몰라’ 온갖 자료와 정보를 준비해서 펼쳐 보입니다. 이 자료의 홍수 더미 속에서 상대방이 그럭저럭 방향에 맞는 걸 골라잡으면, 그에 맞춰서 다시 프로젝트와 자료를 전면 수정합니다.
여러 버전이 있더라도 결국 채택되는 기획은 하나이며, 보고서도 하나입니다. 그런데 B급 프로젝트를 100개 주는 게 무슨 소용이겠어요. 제대로 된 하나를 주는 게 훨씬 낫습니다. 그저 그런 100가지를 만들 시간에 똘똘한 하나에 집중하는 게 훨씬 현명합니다.
불확실성에 관한 초조함은 업무량을 늘리도록 다그칩니다. 이게 성공할지, 저게 성공할지 치열하게 고민하는 것보다는 자신과 남을 다그쳐서 고만고만한 양을 늘리는 게 사실 더 쉽거든요. 한국의 직장문화에서는 이런 현상이 유독 더 심한 편입니다. 국가 간의 문화 차이 비교로 유명한 네덜란드 학자 호프스테드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국의 불확실성 회피 성향은 조사된 세계 74개국 중 23위였다고 합니다. 이런 성향이 업무에 그대로 드러나는거죠.
문제는 이렇게 해서 늘린 많은 업무량이 노고로 여겨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겁니다. 오히려 어수선한 업무로 취급되죠. 경영진이든, 클라이언트든, 후배 직원들에게든 말이에요.
유독 일 잘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엄두가 안 나는 복잡한 일도 손쉽게 바뀝니다. 올해, 또는 내년에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고, 처리하는 프로젝트마다 성과가 높아서 동료에게 부러움의 대상입니다. 상사와 얘기할 때도 긴장감이 없이 편안합니다. 중간에 언성이 높아지는 일도 거의 없지요. 보고서는 기껏해서 1장이나 길어야 10장으로 써 가는데, 무슨 마법인지 손쉽게 통과됩니다.
이런 사람들이 일하는 방식은 어떨까요?
저는 운 좋게도 소위 일 잘하기로 유명한 상위 0.1% 수백 명과 일해 왔습니다. 회장과 경영진, 그리고 동기 99%를 제치고 올라온 임원이 어떻게 일을 처리하는지, 국가 정책을 만드는 정부, 국회, 청와대 등의 직원이 어떻게 수많은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하는지 지켜보면서 한가지 공통점을 발견했습니다.
일 잘하는 사람들은단순하게 합니다
정말 속이 시원할 정도로 명쾌합니다.
기획 방식, 보고서, 말을 통해 소통하는 능력, 다른 조직과 협업하는 기술 등을 보면 저도 모르게 감탄하게 됩니다. 아무리 어려워 보이는 일도 조감도를 가지고 일을 쪼개어 진행해나가는데,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침착하게 하나씩 완성합니다.
일에서 의미를 찾고 열정을 태우는 직장인이든, 퇴근 이후의 삶을 소중하게 꾸리고 싶은 직장인이든, 모두 ‘일을 잘하고 싶다’는 바람만큼은 공통적으로 갖고 있습니다.
이 모두의 니즈를 담아, 우리들 직장생활의 가장 대표적인 네 가지 영역에서 단순하게 일 잘하는 방법을 소개하려 합니다.
– 첫째, 크고 작은 단위로 쪼개진 프로젝트 기획
– 둘째, 보고서・보도자료・제안서와 같은 글쓰기
– 셋째, 보고・발표・소통과 같은 말하기
– 넷째, 동료와의 관계
지금까지 우리를 지치고 기진맥진하게 만든 방식은 이런 식이라고 생각해요.
“불안해서 바쁘게 삽니다. 이것저것 하면서요”
가장 중요한 것에 집중할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복잡한 것들을 걷어내는 연습을 시작해 보세요.기획도, 글도, 말도, 관계도 단순하게!
– Stay Simple.
단순하게 효율적으로!
일 잘하는 사람들의 비밀
책 보러가기 📙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