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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촬영 중 찐짜로 머리카락이 잘려 난감한 미남 배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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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새벽의 모든 리뷰

PMS를 겪는 여성, 공황장애가 있는 남성의 연대

어렵게 회사에 입사했지만 한 달에 한 번 찾아오는 PMS(월경증후군) 때문에 얼마 후 회사를 그만둔 후지사와(카미시라이시 모네)는 증상이 더욱 악화된다. 도대체 어째야 하는지 모르겠다. 몸에 좋다는 한약부터 민간요법, 허브차, 요가로 마음을 안정시키고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려는 방법은 다 써봤지만 나아질 기미가 없다.

몇 년 전 아동용 과학 키트를 만드는 작은 회사로 이직했다. 친절한 동료들은 후지사와의 증상을 이미 알고 있어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평소에는 온순한 초식동물 같지만 월경 때가 다가오면 자기도 모르는 새 헐크로 변해 있다. 갖은 짜증과 분노가 치밀어 올라 다스리지 못하고 누구 하나 걸려봐라 싶은 마음으로 대상을 가리지 않고 상처 되는 말을 쏟아붓는다. 오늘은 마치 내일은 없는 사람처럼 굴더니 다음날이 되면 웃는 얼굴로 출근해 굽신굽신 사과하느라 정신없다. 이런 일이 매월 반복되어 난감하다.

한편, 신입 야마조에(마츠무하 호쿠토)는 탄산수의 뚜껑을 돌리다가 후지사와의 타깃이 되었다. 언제 봤다고 멋대로 폭언하는 건지, 황당했지만 다음날 심심한 사과를 받고 별일 아닌 듯 넘어가게 되었다. 늘 무기력한 모습이다. 활력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들다. 동료들과도 최소한으로 접촉하며 조용히 지내던 사원이자 쿠리타 과학의 자발적 아웃사이더가 야마조에다. 그나마 탄산수를 마시며 마음의 안정을 찾고 있었는데 이마저도 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는 평범한 일상 중 갑자기 찾아온 공황장애를 받아들인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다. 이후 전철도 타지 못하고 미용실도 가지 못한다. 외식은 꿈도 꿀 수 없고 걸어서 갈 수 있는 장소까지만 가능한 인생이 되었다. 어쩔 수 없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쿠리타 과학에 취직할 수밖에 없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요트 대회에서 메달로 따고 여자 친구도 사귀며 활발한 활동을 했었지만. 지금은 집 앞 편의점에 가는 것도 고민해야 하는 정도로 심약해져 버렸다. 삶의 의지도 목표도 희미해져 버린 지금, 원래대로 돌아갈 길은 아득하다.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걱정만 커진다. 약을 먹고는 있지만 언제 어디서 발작이 시작될지 몰라 내내 전전긍긍이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발작이 시작되었다. 급하게 약을 찾다가 사무실에서 쓰러진 야마조에를 본 후지사와는 동병상련 마음이 들었다. 결국 서로를 돌봐주며 그 녀석(마음의 병)이 불쑥 튀어나오지 않게 지켜주자는 암묵적 동의가 성사되기에 이른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마음이 힘들 때면 주말에도 출근해 위로 받는다. 세상의 끝에 겨우 매달린 기분이었는데 가느다란 동아줄을 찾아 기쁘다. 두 사람은 동료, 친구, 선후배 이상의 가까운 존재가 되어간다.

젊은 남녀의 담담한 관계 주목

현대인이 하루 중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곳은 직장인만큼. 가족과 연인보다 동료와 함께인 날이 많아 관계 스트레스가 직장 생활의 큰 지분을 차지한다. 그래서일까. 직원도 얼마 없는 작은 회사에 일어나는 일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안도하게 된다. 세상이 이렇게 따뜻한 회사가 있을까 싶지만 어딘가에는 반드시 존재한다고 믿고 싶다.

섬세한 관계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둘은 심인성 고충이란 연결고리로 친해져 서로를 알아간다. 호감의 기류는 느껴지는데 애틋한 사랑은 찾아볼 수 없어 정갈하다. 질환의 종류와 경중을 떠나 순수하게 도우려는 친절이 전달된다. 나와 비슷한 처지인 타인을 보듬어주는 우정이자 내가 겪은 상황을 남이 반복하지 않았으면 하는 배려다. 한 달에 한 번 PMS를 겪는 여성과 늘 공황장애를 안고 사는 남성의 연대는 일의 기쁨에 버금간다.

자기 몸과 마음인데도 통제하기 힘든 사람들의 고초를 들여다본다. 한창 날개를 달고 훨훨 날아가도 모자란 시기에 벽에 부딪힌 청춘은 잠시 쉼을 선택하게 된다. 남들은 앞만 보고 달려가는데 여기서 멈춘다면, 천천히 걸어간다면, 뒤처지는 건 아닐까 싶었던 조바심이 공황장애로 이어지기도 한다. 스트레스를 제대로 풀지 못하고 괜찮겠지 넘겼던 하루가 부메랑처럼 돌아와 일상을 쥐고 흔들며 인생까지 갈아먹는다.

사는 건 버거운 일이지만 죽고 싶지는 않던 둘은 피할 수 없는 고난을 받아들이며 공존하는데 애쓰기로 한다. 야마조에는 후지사와의 신경이 날카로워질 때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있다가 세차운동으로 유도한다. 호르몬의 변화로 끓어오르는 분노를 다른 곳에 해소하도록 돕는 방법이다. 막말이 쏟아져도 묵묵히 받아주며 화가 풀릴 때까지 샌드백을 자처한다. 후지사와도 혼자 웅크리고 있을지 모를 야마조에를 자주 들여다보며 끼니를 챙기거나 말벗이 되어준다. 난생처음 이발을 해주기도 하고, 자전거를 선물하기도 하면서 의지하게 된다.

영화는 원작의 설정과 에피소드를 그대로 녹여내면서도 ‘미야케 쇼’만의 해석으로 반짝임을 더한다. 지구와 우주의 변화에 따라 움직이는 인생을 천체와 인간의 몸에 빗댄다. 심오한 우주에는 변하지 않는 것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지진, 별자리, 출퇴근, 이사, 삶과 죽음 같은 영화 속의 일상도 경이로운 우주의 연장선이란 소리다. 어둠(밤)이 있어서 빛(낮)의 소중함을 느끼듯 새벽의 짙은 어둠은 희망찬 환희를 예고하는 전조증상인 셈이다.

뭐든 찍고 편집해 공유할 수 있는 디지털 세상에 16mm 필름을 고집하는 감독의 소신은 이번에도 통했다. 돈과 시간을 들여 극장을 찾는 관객을 위한 선물을 같은 영화다. 온기 가득한 질감은 아련한 추억과 노스탤지어를 연상케 한다. 무엇보다 쉽게 일어설 수 없는 여운이 오랜 잔향을 남긴다. 영화가 끝나도 그들의 삶은 이어지고 있을 것 같은 엔딩크레딧이 인상적이다. 힘들 때마다 꺼내보고 싶은 영화면서도 마음의 아픔으로 괴로워하는 지인이 있다면 꼭 추천하고 싶은 영화다.


평점: ★★★★
글: 장혜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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