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6500년 전 유럽에서 죽은 사람의 치아를 뽑아 장신구로 만든 흔적이 확인됐다. 단순히 구멍만 뚫은 것이 아니라 끈에 매달아 상당 기간 착용한 것으로 보여, 신석기인들이 망자의 신체 일부를 특별한 물건으로 간직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고고학연구소 등이 참여한 공동 연구팀은 국제 학술지 국제골고고학저널(IJO) 7월 호에 조사 보고서를 내고 세르비아 야블라니차 유적에서 발굴한 사람 송곳니 장신구를 소개했다. 야블라니차는 후기 신석기 빈차 문화권 유물이 묻힌 유명한 유적이다.
길이 약 23㎜의 치아는 발견 당시 사람 것이 아닌 동물 이빨을 가공한 장신구로 분류됐다. 밭에서 수습돼 믈라데노바츠박물관으로 옮겨진 뒤 거의 20년 동안 수장고에 있다가 연구팀의 재조사 과정에서 사람의 송곳니로 확인됐다.

연구에 동원된 실제 치아를 본뜬 인공지능 이미지 「사진=인공지능(챗GPT) 생성 이미지」
치아에는 사람 손으로 가공한 흔적이 남았다. 뿌리 끝부분을 다듬은 뒤 좌우 방향으로 구멍을 냈다. 육안 관찰과 현미경, X선 분석에서는 구멍 안쪽의 반복적인 마찰 흔적도 파악됐다. 연구팀은 식물 섬유 같은 끈을 이곳에 넣어 목 등에 매달았기 때문에 생긴 흔적으로 판단했다. 단순히 만들어놓고 사용하지 않은 물건이 아니라 실제 장신구였다는 이야기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치아를 얻은 방식이다. 치아 뿌리 표면에는 살아 있는 사람에게서 강제로 뽑을 때 예상되는 손상이 거의 없었다. 연구팀은 치아의 주인이 사망하고 시신이 상당 부분 백골화한 뒤 송곳니를 뽑아냈을 가능성을 떠올렸다. 치아의 마모 상태로 볼 때 주인은 중년으로 추측됐다.
이 기묘한 장신구의 정확한 제작 시기가 직접 측정된 것은 아니다. 치아가 정식 발굴층이 아닌 지표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유적의 연대와 가공법 등을 종합해 후기 신석기인 기원전 약 5300~4500년 사이 물건으로 봤다. 야블라니차에서 나온 기원전 약 4700년의 조개 팔찌와 구멍을 내는 방식이 유사하나, 정확한 연대에는 불확실성이 남는다고 연구팀은 여지를 뒀다.
망자 치아의 실제 사진. 송곳니 가운데에 정교하게 구멍을 내고 섬유질 실을 관통해 장신구로 사용한 흔적이 확인됐다. 「사진=네마냐 마르코비치」
사람의 치아를 장신구로 이용한 사례 자체는 선사시대 유럽에서 드물게 알려져 있다. 그러나 중부 발칸의 신석기 유적에서 확인된 인간 치아 장신구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야블라니차에서 지금까지 발굴된 장신구 자체가 조개 팔찌 조각과 조개 펜던트 등으로 극히 적다.
베오그라드 고고학연구소 네마냐 마르코비치 연구원은 “선인들이 왜 망자의 치아를 몸에 걸쳤는지는 알 수 없다”며 “죽은 사람의 신체가 단순히 매장되는 데 그치지 않고 개인이 지니는 물건으로 변환된 점은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죽은 이를 기억하는 방법이나 집단과 개인의 정체성, 산 사람과 망자의 관계를 보여주는 상징물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번 발견이 박물관 수장고에 잠든 오래된 유물을 다시 살펴볼 필요성까지 일깨웠다는 입장이다. 평범한 동물 이빨 장신구로 여겨져 약 20년 동안 주목받지 못한 유물 하나가 신석기인들의 죽음과 기억에 대한 새로운 단서를 제공한 셈이다.
박지연 기자 yeon@sputnik.kr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