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어머니는 매년 제사가 끝난 뒤 내가 정산해 드리려는 영수증을 한사코 구겨 숨기곤 하셨다.
혹시라도 며느리에게 비용을 뻥튀기해 남겨 드시는 것은 아닐까 하는 얄팍한 의심이 내 마음 한구석에서 싹텄다.
결국 나는 이번 제사상을 준비하는 시어머니의 뒤를 몰래 밟아 전통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시장에 들어선 시어머니는 익숙한 야채 가게와 생선 가게를 돌며 가장 좋은 식재료만을 꼼꼼히 고르셨다.
가게 주인들은 어르신 오셨냐며 반갑게 인사를 건넸고 시어머니는 정가보다 훨씬 비싼 금액을 주저 없이 지불하셨다.
멀찍이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계산 방식이 이상하다는 생각에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시어머니가 다른 가게로 이동한 사이 나는 방금 전 상인을 찾아가 왜 이렇게 값을 비싸게 받는지 물었다.
상인은 손사래를 치며 시어머니가 어려운 이웃 상인들을 돕기 위해 일부러 덤을 받지 않고 제값을 더 얹어 주신다고 설명했다.
오랫동안 시장에서 장사하며 홀로 자식들을 키워낸 시어머니의 깊은 속정을 듣는 순간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집으로 돌아온 시어머니는 역시나 지갑 속 영수증을 내 눈을 피해 서랍 깊숙이 밀어 넣으셨다.
나는 구겨진 영수증을 빼앗는 대신 시어머니의 따뜻한 손을 두 손으로 조용히 감싸 잡았다.
내 둥근 눈길을 바라보던 시어머니는 멋쩍은 듯 옅은 미소를 지으시며 굳은살 배긴 손을 쑥스러워하셨다.

그동안 지출 내역을 의심하며 계산기를 두드리려 했던 내 옹졸했던 마음이 너무나 부끄러워 얼굴이 화끈거렸다.
나는 영수증 대신 장바구니를 가득 채운 온정을 가슴 깊이 새기며 제사상에 올릴 밤을 정성껏 까기 시작했다.
부엌에 감도는 고소한 나물 냄새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그 어느 때보다 환한 웃음을 나누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