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가 인간처럼 기하학을 이해한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까마귀는 영장류에 버금가는 뛰어난 지능을 가진 동물로 잘 알려져 있다. 독일 튀빙겐대학교 동물행동학 연구팀은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최신호에 낸 조사 보고서에서 이같이 전했다. 까마귀가 영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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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가 인간처럼 기하학을 이해한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까마귀는 영장류에 버금가는 뛰어난 지능을 가진 동물로 잘 알려져 있다.
독일 튀빙겐대학교 동물행동학 연구팀은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최신호에 낸 조사 보고서에서 이같이 전했다. 까마귀가 영리하다는 것은 유명하지만 도형과 공간에 대한 이해가 깊다는 사실이 구체적으로 밝혀진 적은 없다.
연구팀은 까마귀가 기하학을 어느 정도 이해하는지 실험했다. 인간은 직선이나 직각, 평행 등 도형이나 공간이 갖춘 성질을 직감적으로 파악하는데, 이것이 가능한 동물은 인간이 거의 유일하다고 여겨져 왔다.
실험에서 까마귀는 도형 6개 중에 어색한 것을 골라냈다. 우선은 붉은색 도형들 안에서 녹색 도형을 골라내는 색깔 실험을 하다가 뾰족한 별모양 도형 중에서 매끈한 달 도형을 빼내는 식으로 수준을 높였다.
까마귀는 도구를 사용하고 해코지한 인간을 수년 동안 쫓아다니며 복수하는 등 영리한 동물로 알려져 있다. 「사진=pixabay」
여기까지 가능한 까마귀를 선별한 뒤 연구팀은 실험 난도를 더 높였다. 정사각형이나 사다리꼴 등 평행과 대칭 같은 규칙적인 도형 안에서 유일하게 불규칙한 도형을 고르게 했다.
튀빙겐대 안드레아스 니더 연구원은 “당연한 일이지만 각도나 대칭성 같은 개념을 까마귀가 학교에서 배웠을 리 없다”며 “실험에 동원된 까마귀들은 기하학적 규칙성을 직감하고 어긋난 도형을 잘도 집어냈다”고 말했다.
이어 “똑바른 선 안에 구부러진 선이 있으면 위화감을 느끼고, 평행으로 그은 선이 어긋나면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은 인간이 기하학적 성질을 직감하기 때문”이라며 “갓난아이가 좌우 대칭 얼굴을 보고 방긋 웃고, 문자를 외우기 전부터 직사각형을 그리는 것은 인간의 뛰어난 기하학적 이해를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규칙적인 도형 속에서 불규칙적인 것을 골라내는 실험에서 까마귀가 높은 확률로 정답을 맞혔다. 「사진=튀빙겐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은 인간 고유의 기능으로 생각돼 온 기하학의 이해가 조류도 가능한 것은 특별한 발견이라는 입장이다. 안드레아스 연구원은 “영장류도 기하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2021년 연구에서 개코원숭이가 이번과 비슷한 실험에 나섰지만 잘 되지 않았다”며 “아무리 똑똑해도 인간과 뇌 구조가 전혀 다른 까마귀가 기하학을 이해하는 것은 놀랍다”고 평가했다.
포유류의 추상적 사고를 담당하는 대뇌 신피질은 까마귀 등 조류에게는 없다. 그럼에도 까마귀가 기하학을 이해하는 이유는 아직 모른다. 연구팀은 까마귀가 생존을 위해 사물의 대칭성이나 불규칙성을 인식하도록 진화한 것으로 추측했다.
안드레아스 연구원은 “생물의 진화는 상상 이상으로 유연하며, 하드웨어가 다르더라도 필요하다면 같은 능력을 발전시킨다”며 “수를 셀 수 있는 꿀벌, 서로 이름을 부르는 돌고래, 거울에 비친 자신을 인식하는 물고기 등 인간의 것으로 생각된 능력이 앞으로 더 발견될지 모른다”고 내다봤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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