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상공을 유유히 날아다니며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는 비행체가 있다. 바로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개발 중인 스텔스 무인전투기 ‘가오리-X’다. 이 무인기는 단순한 정찰용 드론을 넘어, 유인 전투기와 협력해 최전선에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첨단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가오리-X의 가장 큰 특징은 꼬리날개가 없는 무미익 형상이다.
이 독특한 설계는 레이더 탐지를 최소화해 스텔스 성능을 극대화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2020년 ADD 창설 50주년 행사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 이후, 가오리-X는 한국 무인기 기술의 상징으로 자리 잡으며 관심을 끌고 있다.

20년 넘는 개발의 역사와 기술 축적
가오리-X 개발의 뿌리는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ADD는 스텔스 설계와 전파흡수재료, 적외선 억제 기술 같은 핵심 기반 기술 연구를 시작하며 긴 여정에 들어섰다. 초기에는 국내 기술력만으로 무인전투기를 개발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이에 단계적 기술 축적 전략을 수립하고, 중고도 무인기 개발과 KF-X(현 KF-21) 사업을 통해 관련 노하우를 쌓았다.
이 과정에서 대한항공이 형상 연구를 맡아 KUS-X라는 전익기 형태의 무인기 설계를 도출했고, 풍동시험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최적화 작업이 이뤄졌다. 이러한 기반 위에서 가오리-X는 점차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KUS-X에서 가오리-X로의 진화와 성과
초기 명칭은 KUS-X였으나, 기술적 진화와 형상 변경을 거치며 가오리-X로 발전했다. 2015년에는 첫 기술 시범기가 초도 비행에 성공했고, 이후 2차 시범기 사업으로 이어졌다. 최신 가오리-X 형상은 미국 X-47B와 RQ-180의 설계를 연상시키며, 스텔스 성능을 한층 강화했다. 2D 배기노즐 적용, 날개 폭 확장 등으로 전방위 스텔스와 작전 효율성을 높였다.
길이 12m, 높이 3m, 날개 폭 20m 수준이며, 최대 3시간 이하 비행과 마하 0.5 이하 속도로 고도 10km 이하에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이미 비행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점점 실전 배치에 가까워지고 있다.

엔진 국산화와 독자 기술의 의미
가오리-X 완성의 열쇠 중 하나는 독자 터보팬 엔진 확보다. 무인기용 터보팬 엔진은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로 인해 수출입이 까다로워, 독자 개발이 필수적이다. 이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5,500lbf급 터보팬 엔진을 개발 중이며, 2025년까지 완전한 국산화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엔진은 해성 미사일용 SS-760K 엔진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되고 있으며, 한국 무인전투기 독자화의 핵심이다. 국산 엔진 확보는 단순 자립을 넘어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요소로 평가된다. 이를 통해 한국은 완전한 무인전투기 독립 국가로 도약할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KF-21과 유무인 복합 작전의 청사진
가오리-X는 KF-21과 유무인 복합 운용(MUM-T)을 목표로 하고 있다. KF-21이 지휘 플랫폼이 되어 후방에서 명령을 내리고, 가오리-X가 위험지역으로 침투해 공격·정찰 임무를 수행하는 방식이다. 이는 조종사 위험을 최소화하면서도 작전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혁신적 전술이다.
적 방공망 제거, 전략 시설 타격 같은 고위험 임무를 가오리-X가 맡고, KF-21은 이를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국방부는 이를 차세대 공군 작전의 표준으로 삼고, 2026년경 실전 배치를 목표로 체계를 정비하고 있다. AI 기반 자율 전투 기술도 적용돼 스스로 판단하고 전투를 수행하는 진정한 무인전투기로 진화할 예정이다.

스텔스 기술과 미래 전망
가오리-X는 국내 최초로 전파흡수구조, 전파흡수 도료, 안테나 내장 구조 등 스텔스 핵심 기술을 통합했다. 이는 단순 레이더 탐지 억제뿐 아니라 적외선 탐지 회피까지 실현 가능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무미익 형상과 결합돼 전방위 탐지 회피가 가능하며, 전세계 유사 플랫폼과 비교해도 경쟁력을 갖춘 수준이다.
가오리-X는 단순 정찰용 무인기를 넘어 공대지 미사일, 고출력 레이저 무장까지 탑재 가능한 확장성을 지녔다. 3단계 개발 완료 시 한국은 세계적 수준의 스텔스 무인전투기 기술력을 갖추게 된다. 이는 미래 전장을 혁신하는 게임 체인저이자 한국 방산 기술의 상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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