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 암 환자에게는 생존율과 삶의 질 모두가 중대한 관심사다. 그런데 최근 국내외 의학계에서 주목한 연구가 있다. 바로 ‘삶에 대한 태도’와 생존율 사이의 상관관계를 밝힌 장기 추적 관찰 결과다. 암의 종류나 병기, 치료 방식 같은 전통적 생존 요인 외에도, 환자의 정서적 대처 방식이 생존에 실질적인 영향을 준다는 내용이다. 특히 삶에 대한 긍정적 해석과 수용적 자세가 암 환자의 생리적 회복력과 직결된다는 점은, 의료계는 물론 일반 환자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긍정적 대처란 단순한 낙관주의가 아니다
연구팀은 ‘긍정적 대처’를 단순히 현실 회피나 무조건적인 희망으로 정의하지 않는다. 오히려 ‘현실을 인정하고, 통제 가능한 부분에 집중하며, 정서적으로 수용하는 태도’를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치료 중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받아들이고, 통증 관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려는 행동 등이 포함된다.
반대로 분노, 부정, 무력감에 휩싸인 경우 치료 순응도는 급격히 떨어지고, 면역 지표 역시 악화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이 같은 정서 반응은 단순 심리 상태를 넘어 생리적 반응과 밀접히 연결된다.
신체 회복에 영향을 주는 ‘심리-면역 연계’
긍정적 대처가 생존율을 높이는 이유 중 하나는 스트레스 호르몬의 조절 능력에 있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분비되는 코르티솔은 단기적으로 염증을 억제하지만, 만성적으로 높아지면 면역 억제와 전신 염증을 유발한다. 실제 연구에서는 부정적 정서가 높은 말기 암 환자일수록 CRP(염증 수치), IL-6(면역반응 조절물질) 수치가 높고, T세포 활성도는 낮은 경향을 보였다.
반면 감정 표현과 수용이 활발하고 스트레스 관리가 된 환자군에서는 면역세포 활성이 유지되며 치료 반응도 또한 긍정적으로 나타났다. 이는 항암제 반응률이나 통증 내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생리학적 차이다.
일상 유지 여부가 예후와 연결된다
삶에 대한 태도는 환자의 생활 양식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같은 병기를 가진 환자라도 정기적으로 산책하거나 가벼운 식사를 챙기고, 가족과의 일상 대화를 이어가는 사람일수록 회복 지표가 좋게 나타났다. 특히 수면의 질과 식사량, 간단한 신체 활동 여부는 예후를 가늠하는 민감한 지표로 활용된다. 반대로 침대에만 누워 있거나 음식 섭취를 거부하는 환자의 경우 생리적 기능이 빠르게 저하되며, 합병증 발생률도 높아진다. 이 차이는 단순한 체력 문제가 아니라 ‘스스로 삶을 이어가겠다는 의지’에서 비롯된 행동적 표현이기도 하다.
치료 순응도에 미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의료진의 설명을 적극적으로 듣고,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치료 일정을 꾸준히 지키는 환자들은 실제 생존 기간이 더 길다. 긍정적 대처 태도를 가진 환자일수록 통증 조절약 복용이나 방사선 치료에도 협조적이며, 상태 변화에 대한 보고도 정확하다. 이처럼 치료 순응도가 높으면 조기 대응이 가능해지고, 예기치 못한 증상 악화로 인한 위기 상황도 줄어든다. 반면 의심과 두려움이 극단적으로 강화된 환자는 무리한 민간요법이나 치료 거부로 이어지기 쉽고, 이 경우 예후는 급격히 악화된다. 의료진의 설명을 믿고 자신의 상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회복의 기본 조건임은 많은 임상에서 입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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