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이 칼칼해서 감기인가 했는데, 며칠째 가래가 안 떨어져요.”
“아침에 일어나면 꼭 무언가가 목에 붙어 있는 느낌… 이거 왜 이러는 걸까요?”
누군가는 단순한 후비루, 누군가는 기관지염쯤으로 여기는 증상. 하지만 이 불쾌한 ‘가래 낀 느낌’의 정체가, 실제로는 폐 속에서 생기는 ‘염증 덩어리’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가래는 우리 몸의 이상 신호다. 특히 하루 종일 가래가 끼어 있는 듯한 압박감과 목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묵직한 이물감은 단순한 감기의 부산물이 아닐 수 있다. 그 정체를 깊이 파고들어 보자.
가래, 몸이 만들어낸 방어막이지만…
가래는 사실 몸이 외부의 세균이나 먼지 등 유해물질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점액질’이다. 정상적인 경우, 투명하고 묽으며 적은 양으로 유지된다. 하지만 문제는, 염증이 생기거나 자극을 계속 받을 경우. 그때부터 가래는 색이 변하고, 양이 많아지며, 끈적한 상태로 고이기 시작한다.
특히 흡연자, 미세먼지에 자주 노출되는 직업군, 비염이나 천식을 앓는 사람들에게 자주 나타난다. 이런 반복적인 자극은 폐와 기관지에 만성적인 염증을 일으켜, 그 안에 ‘염증 덩어리’가 자리 잡게 된다. 바로 이 염증이 목에 가래가 끼는 느낌을 유발한다.
그냥 가래 아니야, 만성기관지염 혹은 기관지확장증?
“가래가 계속 목에 걸려요.”라는 말을 듣고, 대부분은 일시적인 증상으로 치부한다. 하지만 이럴 경우, 이미 아래와 같은 질환으로 진행 중일 수 있다.
만성기관지염
3개월 이상 기침과 가래가 지속되는 경우를 말한다. 특히 아침에 기침과 함께 가래가 많아지며, 누렇거나 진득한 경우가 흔하다.
기관지확장증
기관지가 늘어나고 그 안에 염증이 고여있는 상태다. 가래가 끊임없이 생기고, 심할 경우 혈담이 섞이기도 한다. 반복적인 폐렴 후 생기기도 한다.
폐렴 혹은 폐결핵의 전조
가래 속에 피가 섞이거나, 심한 체중감소, 야간 발한 등이 함께 나타날 경우 반드시 정밀 검진이 필요하다.
이런 병들은 단순히 ‘가래가 끼는 느낌’이라는 애매한 증상 하나로 시작되기 때문에 조기 진단이 어렵다. 결국 병이 깊어질 때까지 방치되는 경우도 많다.
“목에 뭔가 붙어 있는 것 같아”가 반복된다면?
다음과 같은 증상이 반복된다면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가래가 2주 이상 지속된다
색이 누렇거나 초록색에 가깝다
아침에 특히 심하게 느껴진다
숨이 가쁘거나 흉통이 함께 있다
열이 동반되거나 식은땀이 잦다
이럴 경우 흉부 엑스레이, CT, 폐기능 검사 등을 통해 폐 속 염증이나 병변을 확인하게 된다.
한국인의 가래, ‘이 습관’ 때문일 수도 있다
서양과 달리 한국은 봄·가을의 미세먼지, 겨울철 온풍기 사용, 매운 음식 섭취 습관 등 기관지 자극 요소가 많다. 그중에서도 특히 문제 되는 건 다음과 같다.
따뜻한 실내공기 + 낮은 습도
건조한 실내는 기관지 점막을 자극해 가래를 더욱 끈끈하게 만든다. 가습기나 젖은 수건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맵고 짠 음식 섭취 습관
자극적인 음식은 일시적으로 코와 목 점막을 자극하고, 이를 반복할 경우 만성적인 염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잦은 연기·매연 노출
삼겹살 연기, 교통량 많은 도심의 배기가스, PC방이나 흡연실 환경 등도 작은 자극이지만 폐 건강에는 치명적일 수 있다.
폐 속 ‘찌꺼기’ 청소, 어떻게 해야 할까?
한국인에게 맞는 자연스러운 폐 정화 루틴이 있다.
뜨끈한 수건 찜질
목과 가슴 위쪽에 따뜻한 수건을 얹고 10분간 찜질하면 혈액순환을 도와 가래 배출을 촉진한다.
배에 힘주고 ‘후~’ 내뱉기
얕은 기침보다 배에 힘을 주고 깊게 숨을 들이쉰 후, ‘후~’하고 천천히 내뱉는 연습이 실제로 가래 배출에 효과적이다.
무말랭이·도라지차·유자청 활용
생강차보다는 무말랭이 우린 물이나 도라지차가 기관지 진정에 더 효과적이라는 보고도 있다. 특히 유자청은 한국인의 입맛에도 잘 맞고 비타민C 보충에도 좋다.
숨 쉴 때 콧속 습도 유지
입보다 코로 숨을 쉬도록 의식하고, 외출 시에는 일회용 미세먼지 차단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사실, 가래는 몸이 뭔가를 말하려는 신호다. 단지 목에 뭔가 걸린 느낌이 계속될 뿐인데도, 그 안에는 작지 않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아침마다 “크흠…” 하고 목을 가다듬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면, ‘내 안의 먼지 청소’를 한 번쯤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때다. 마음은 묵직해도, 폐는 가볍게 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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