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2 전차, 20년 만에 완전 국산화…‘심장’ 변속기까지 국산 기술로
한국의 방위산업 대표작 중 하나인 K2 흑표 전차가 드디어 ‘완전한 국산 심장’을 달게 됐다. 그동안 독일산에 의존하던 변속기를 국산 기술로 대체하는 데 성공하면서, 파워팩의 완전 국산화가 실현됐고, 국내 방산 자주화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마련됐다.
방위사업청은 오는 2028년까지 생산 예정인 K2 전차 4차 양산 물량부터 500마력급 국산 변속기를 채택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한국은 세계적으로 드문 ‘파워팩 독자 기술 보유국’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수출과 성능, 두 마리 토끼를 잡은 K2 전차
K2 전차는 지난 몇 년간 폴란드와의 수출 계약 체결로 주목받으며, K방산의 상징적인 플랫폼으로 떠올랐다. 특히 폴란드를 시작으로 노르웨이, 체코, 슬로바키아, 중동 국가들까지 수출 논의가 이어지면서 K2는 단순한 전차를 넘어 ‘한국형 무기체계 수출 모델’의 대표주자가 되었다.
그럼에도 K2 전차의 변속기만큼은 독일산 RENK 제품에 의존해왔다는 점은 국산화의 완성도 측면에서 늘 아쉬움으로 지적되었다. 그러나 이번 결정으로 K2는 엔진과 변속기 모두 국내 기술로 운용 가능한 세계적 플랫폼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국산 변속기, 37시간 연속 가동으로 신뢰성 입증
이번에 K2에 채택된 국산 변속기는 경남 창원의 대표 방산기업 SNT 다이내믹스가 개발한 제품이다. 해당 변속기는 2022년 33시간, 2023년에는 37시간 연속 가동 시험을 통과하며 방위사업청의 3시간 규격을 크게 웃돌았다. 변속기는 단순한 속도 조절 장치를 넘어서, 엔진과 냉각, 제어 기능을 복합적으로 통합하는 핵심 부품이다.
따라서 내구성뿐 아니라 열처리, 진동, 오염 저항성 등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번 시험을 통해 성능 신뢰성과 기술 안정성이 모두 입증되면서, 본격적인 실전 배치 단계에 돌입하게 된 것이다.
튀르키예 알타이 전차 수출로 기술력 입증
국산 변속기의 기술력은 이미 해외에서도 주목받았다. 지난해 한국은 튀르키예의 차세대 주력 전차인 ‘알타이’ 100대에 국산 변속기 수출 계약을 성사시키며, 단순한 내수 기술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도 입증했다. 당시 튀르키예 측은 독일과의 기술 이전 협상이 결렬된 상황에서 한국산 변속기의 성능과 내구성에 주목했고, SNT 다이내믹스와의 계약 체결로 이어졌다.
이 같은 선례는 향후 중동, 동유럽 국가들과의 K2 수출 협상에서 기술 자립도와 국산 부품 비중을 어필할 수 있는 유리한 포인트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방위산업 구조 혁신과 군수지원 체계 정비
방위사업청은 이번 결정이 단순히 변속기 한 부품의 국산화를 넘어, 방위산업 전반의 구조 혁신과 군수 지원 체계 안정화에 큰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했다. 기존에는 외산 부품 도입에 따른 공급 지연과 기술 의존이 문제였지만, 국산 부품을 적용하면서 군 운용체계의 일관성과 예비 부품 수급 안정성이 확보되었다.
아울러 국산 부품 비중이 늘어남에 따라 수출 시 기술이전 조건, 부품 수급 조건 등에서 훨씬 유리한 협상력을 확보하게 된다. 특히 일부 국가에서는 국산 비중이 높은 제품에 대해 선호도가 높은 만큼, 실질적인 수출 경쟁력 강화 효과도 기대된다.
‘파워팩 독립’은 K전차의 진화 신호탄
국내 방산 전문가들은 이번 국산 변속기 적용 결정을 ‘K2 전차의 진화 신호탄’으로 해석한다. 파워팩은 전차의 심장이라 불릴 만큼 가장 정교하고 핵심적인 시스템이기 때문에, 그 자체의 국산화는 기술적 성취뿐 아니라 전력 독립성, 수출 자율성, 군수 경제성에서 큰 가치를 지닌다.
앞으로 방위사업청은 국산 파워팩의 성능을 지속적으로 개량하고, 1500마력 이상의 차세대 파워팩 개발도 병행 추진할 계획이다. 궁극적으로는 K2를 뛰어넘는 차세대 국산 전차 개발의 토대를 마련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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