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전처럼 실험한다: 진짜 군함을 무기 테스트장으로
세계 각국 해군은 신형 무기 체계의 효과를 평가할 때 종종 구형 함정을 실험용 표적으로 활용한다. 이 과정에서 퇴역 군함은 지상에서 볼 수 없는 극한 환경에 놓이고, 심지어 강력한 어뢰나 폭탄의 실전 폭발 테스트 대상으로 사용된다. 그중 화제가 됐던 대표적 사례는 1999년 6월 14일, 호주 왕립 해군이 공식적으로 사진과 영상을 공개한 HMAS 토런스호의 극적 침몰 실험이다.
이처럼 실전 플랫폼을 활용한 무기 시험은 단순 이론 검증을 넘어, 실제 전투력의 파괴력과 현대 해군 전술의 미래를 입증해주는 현장이다.

퇴역 군함의 마지막 임무: 실사격과 과학, 그리고 해양생태
현대 해군은 한 척의 함정이 전역(退役)한 뒤에도 다양한 용도로 이를 재활용한다. 가장 주목받는 용도는 신형 미사일, 대함 어뢰, 지뢰, 폭탄의 관통력과 폭발력을 직접 검증할 때 퇴역 군함을 표적선(Target Ship)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실험에선 함정 내 잔류 오염물질(연료, 전자기기 등)을 먼저 제거하고, 일부 자동화 센서와 측정 장비를 부착한 뒤 실제 공격을 가한다. 이 과정에서 얻는 압력파, 충격, 함체 파손 데이터는 새로운 전함 설계, 방호체계, 함재 장비 표준을 정립하는데 꼭 필요한 과학적 근거로 쓰인다.
그리고 시험 후에는 종종 침몰시켜 인공 암초로 만들어 해양생태 복원과 다이빙 관광 명소로 재탄생시키는 사례도 많다.

호주 HMAS 토런스호: 실전 어뢰의 파괴력, 공개된 해군의 자신감
1999년 6월 14일, 호주 왕립 해군은 구축함 HMAS 토런스호(1971~1998년 운영)를 실험 표적으로 사용했다. 이 날 진짜 전투용 잠수함이 함체 하부(용골, 즉 선박의 척추) 지점에 어뢰를 명중시켰고, 그 순간을 수십장의 공식 사진과 영상으로 남겼다.
어뢰는 선박 바로 밑에서 폭발했는데, 이게 중요한 이유는 현대 어뢰가 ‘함선 바로 밑의 심해에서 폭발시, 직접 충격이 아니라 압력파로 함체를 밑에서 꺾어버린다’는 최신 설계 철학을 실제로 증명하기 때문이다.
토런스호는 거대한 폭음과 함께 바다 위로 들려 올려졌다가 선체 중앙이 바다 위에서 두 동강이 났고, 짧은 시간 내 침몰한다. 당시 사진들은 ‘한 발의 어뢰로 2,000톤급 군함도 쪼갤 수 있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명확히 보여줬다.

폭발의 메커니즘: 선저에서의 한 방, 그 이후의 연쇄 효과
현대 어뢰의 탄두가 표적 바로 아래서 폭발하면, 수중 폭발의 충격파는 곧바로 용골을 중심으로 선체 아래쪽을 강타한다.
첫 충격에 의해 배 전체가 물 위로 ‘점프’하듯 들려오르며, 이때 용골이 부러진다. 이후 뱃머리와 선미가 각각의 방향으로 쳐지면서, 한 번의 폭발로 전체 선박이 두 동강나는 일이 벌어진다.
이 과정에서 두 번째 폭발이 일어나는 것과 같은 추가 파편 및 충격파 현상이 발생할 수 있으며, 적어도 대형 선박이라 하더라도 상상 이상으로 심각한 손상을 입는 것이 공식적으로 입증된다.

군함 침몰 실험이 주는 전술적 함의
이처럼 실전 군함을 활용한 폭발시험은 단지 ‘멋진 장면’에 그치지 않는다. 실제 데이터는 전 함정의 장갑, 구조강도, 내진설계에 큰 영향을 줄 뿐 아니라,
- 미래 신무기 개발과 함정 방호모듈 설계 반영
- 실질적 대함전술 훈련 및 교리 발전
- 복합 손상 대응 훈련과 재난 시나리오 준비
같은 직접적인 효과를 낸다.
또 실험 후 사진·영상을 대대적으로 공개하는 건, 무력 억지와 국민 신뢰, 동맹 협력의 실질적 메시지라는 점에서 선진 해군 전략 커뮤니케이션의 한 모습이기도 하다.

다시 태어나는 퇴역함: 인공 암초와 글로벌 다이빙 명소로
군사적 임무를 마친 퇴역 군함은 해저로 가라앉혀 인공 암초, 수중 멸종 생물의 새로운 서식지, 스포츠 다이버의 명소 등 진정한 ‘두 번째 인생’을 산다.
호주뿐 아니라 미국, 영국, 일본 등 여러 국가에서 같은 방식으로 해양관광과 친환경 자원재생의 혁신적 사례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래서 군함 한 척은 최첨단 과학 시험장―해양생태계 복원―산업 및 관광 진흥의 복합 자산이 되기도 한다.

세계가 주목하는 해군의 과감한 실험정신
실제 군함, 실제 최신 무기의 결합이라는 강렬한 전장 시뮬레이션은 오직 경험에서만 얻는 교훈을 낳는다. 실험 군함 침몰 사진은 단지 화제성 소재가 아니라, 미래 해전 양상과 군사혁신의 실무적 출발점이기도 하다.
이처럼 과감하고 공개적인 전략 시험은 “실험도 실전처럼 한다”는 선진국 군사정신, 국민 보호를 위한 입체적 노하우, 국제사회 군사협력의 상징이라는 점에서,
호주 해군의 HMAS 토런스호 실험은 2025년 오늘날까지도 세계 해군 발전의 상징적 이정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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