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2월 23일 닛산과 혼다는 각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공동 지주 회사 설립을 위한 기본 합의서 체결을 발표하였다. 그전까지 두 회사는 공동 연구 계약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으나, 보다 구체적인 협업을 위해 집중적인 논의를 진행해 왔다. 그러나 그들의 원대한 계획이 두 달 만에 수포가 된 것이다.
두 기업은 내연기관 차 시장에서는 여전히 일정한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전기차 등 친환경차 시장에서의 경쟁력 저하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BYD, 테슬라 등 전기차 전문 기업들이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면서 빠른 시장 변화에 따라가지 못했고, 이에 전기차 라인업 부족과 중국 시장 내 판매량 하락 등으로 심각한 판매 부진을 겪어야 했다.

이에 더해 대만의 전자기기 제조업체, ‘폭스콘(Foxconn)’이 전기차 시장으로의 진출을 위해 닛산의 지분 인수를 시도한 것도 두 기업 합병 추진의 큰 영향을 주었다. 닛산의 경우 폭스콘이 경영에 참여하게 되면 과감한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을 것이고, 혼다는 폭스콘의 제조 역량과 닛산의 기술력이 합해져 전기차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어, 합병을 통해 폭스콘의 위협에 대응하기로 한 것이다.
그 외에도 두 기업이 합병할 경우 연간 판매량 합계가 740만 대를 넘어, 세계 자동차 제조사 순위 3위로 오를 확률이 높다는 분석이 있었다.

어이없는 합병 무산, 이유는?
공공의 적, 높은 시장 점유율 획득이라는 목표를 두었으나, 두 기업을 합병 논의를 발표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올해 초부터 마찰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조정을 중심으로 동등한 주도권을 쥐기 위한 기싸움이 가장 큰 원인으로 나타났다. 혼다는 2024년 닛산의 실적 부진과 상대적으로 낮은 시가총액을 이유로 닛산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요구했으나, 닛산이 이를 거부한 것이다. 닛산은 이미 지난해 이미 전 세계 직원의 약 7%에 해당하는 9,000명을 감원했고, 지난달에는 미국 생산량의 약 25%를 삭감하는 등 대책을 내놨으나, 혼다는 닛산을 자회사로 편입하고, 몇몇 공장을 폐쇄하는 등 과격한 방안을 제안했다.

또한 양사 통합의 효과가 크지 않을 거라는 의문도 합병 무산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닛산과 혼다는 주요 시장이 유사한 데다, 두 기업 모두 하이브리드 기술에 강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닛산이 전기차 분야의 선구자이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으나, 이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다. 이에 대해 전 자동차융합기술원장 이항구 아인스(AINs) 연구위원은 “협상이 진행되고 양사가 정보를 공유하면서, 서로에 대한 평가를 다시 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혼다와 닛산 모두 새로운 성장 동력이 없는 상황에서 합병으로 인한 득보다는 실이 클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심각한 경영 위기를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닛산이 혼다의 도움 없이도 회생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는 의견도 있다. 로이터 통신은 “닛산이 경각심을 느끼지 못하고 자존심을 앞세워 ‘생명줄’을 내밀었던 혼다를 거절해, 합병 철회로 이어졌다.”라고 보도했다. 닛산은 지난 13일 협상 결렬을 알리며, 경영 통합은 이루어지지 않았으나, 전기차∙자율주행 시대를 대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유지하기로 했다고발표했다.
두 기업이 다시 협상 시도를 할지는 알 수 없으나, 협상 결렬 후 닛산이 폭스콘과의 협업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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