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장암은 한국에서 꾸준히 상위권을 차지하는 암이다. 특히 40세 이후부터 발병률이 급격히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식습관의 서구화, 좌식 생활, 섬유질 섭취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장암이 조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다는 데 있다. 많은 사람들이 ‘통증이 없으니까 괜찮겠지’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통증이 생길 때는 이미 진행 단계인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장암을 초기에 의심할 수 있을까? 일반적인 복통이나 변비가 아닌, 전문가들이 경계하는 실질적인 경고 신호 4가지를 정리해본다. 이 신호들을 빠르게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변 모양이 평소와 확연히 달라졌다면
대장암 초기의 가장 특징적인 증상 중 하나가 ‘변의 형태 변화’다. 단순히 변이 가늘어진 정도를 넘어서, 형태가 불규칙하거나 끊어진 흔적이 있거나, 변이 지나치게 얇고 긴 모양을 지속적으로 보인다면 결코 무시해선 안 된다. 이는 대장 내에서 공간을 차지하는 병변, 즉 종양이나 폴립이 통로를 좁히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물론 일시적으로 변이 가늘어지는 건 흔한 일이지만, 이런 변화가 일주일 이상 반복되거나, 평소와 전혀 다른 형태로 고착된다면 반드시 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한다. 많은 환자들이 이런 변화가 우연이겠거니 넘기고 병원을 찾지 않지만, 대장암 진단 후 회고해보면 이 신호가 가장 먼저 나타났다는 사례가 많다.

빈혈인데 원인을 모르겠다면
대장암은 외부에서 출혈이 보이지 않더라도 내부에서 지속적인 미세출혈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대장의 우측에 생긴 종양은 출혈이 소화과정을 거치며 분해되기 때문에 대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전신적으로 빈혈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만약 특별한 이유 없이 피곤함이 심해지고, 숨이 차거나 어지럼증이 생기는데 혈액검사에서 철분 결핍성 빈혈이 확인됐다면 대장을 의심해봐야 한다.
여성의 경우 생리로 인한 빈혈이라고 단정짓는 경우가 많고, 남성은 빈혈 자체를 간과하는 경우가 흔하지만, 중년 이후 원인 모를 빈혈은 대장암의 간접적인 신호일 수 있다. 특히 고기나 철분 보충제를 먹어도 회복이 느리거나, 지속적으로 헤모글로빈 수치가 낮게 유지된다면 소화기내과 검진이 필요하다.

식후 복부 팽만과 트림이 잦아졌다면
많은 사람들이 식사 후 속이 더부룩하거나 트림이 잦아지는 증상을 단순한 소화불량이나 위장 문제로 생각한다. 하지만 대장의 우측이나 횡행결장에서 발생하는 종양은 장내 가스 순환을 방해하며 복부 팽만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식사량이 줄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소화가 덜 되는 느낌이 지속된다면 단순한 위 문제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
대장암이 장의 연동운동을 방해하면 장내 가스가 한쪽에 고이게 되고, 이로 인해 불규칙한 트림, 복부 압박감, 잦은 속 더부룩함이 나타난다. 이런 증상은 위염, 과민성 대장 증후군 등과 혼동되기 쉽지만, 뚜렷한 스트레스 요인이나 식습관 변화 없이도 반복된다면 반드시 대장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

변비와 설사가 교차 반복된다면
대장암 초기에는 변비 혹은 설사 한 가지 증상만 나타나지 않는다. 오히려 설사와 변비가 교차하면서 나타나는 것이 의심해야 할 핵심 신호다. 대장 내 종양이 장 통로를 불규칙하게 막으면서 정상적인 배변 흐름이 끊기고, 이로 인해 장 내부가 과민 반응을 하며 설사와 변비가 번갈아 나타나는 것이다.
이 패턴은 일시적인 장염이나 식중독과 다르게, 특별한 원인 없이 수 주에 걸쳐 반복되는 경향이 있다. 초기에는 스트레스성 장 트러블로 오인하기 쉽지만, 나이에 따라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특히 40세 이후에는 이런 비정상적인 배변 패턴이 반복될 경우 반드시 대장 내시경 검사를 고려해야 한다. 조기에 발견만 된다면, 완치 가능성도 훨씬 높다.

가장 위험한 건 ‘무증상’이다
대장암은 조기에는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위에서 소개한 네 가지 신호는 비교적 드물지만 의미 있는 경고다. 하지만 가장 경계해야 할 건 ‘아무 증상도 없는 상태’다. 실제로 정기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발견된 조기 대장암 환자들이 많고, 이들 대부분은 “전혀 이상이 없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40세 이후에는 증상이 없더라도 일정 주기의 내시경 검사가 필수적이다. 한 번의 내시경이 생명을 바꿀 수 있고, 한 번의 놓침이 회복 불가능한 경과로 이어질 수 있다. 대장암은 증상이 없을수록, 조용히 진행될수록 더 위험하다. 위장보다도 더 침묵하는 장기이기 때문이다.
평소 장 트러블이 없던 사람에게 갑작스러운 배변 변화나 복부 불편감이 생겼다면 무조건 가볍게 넘기지 말아야 한다. 대장은 정직하다. 이상 신호를 보내지만, 우리가 무시할 뿐이다. 40세가 넘었다면, 지금부터라도 내 몸이 보내는 사인을 귀 기울여야 한다. 그 사인은 때로는 목숨을 살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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