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한 잔보다 가볍게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시대다. 특히 출근길, 식후, 회의 전, 잠 깨기 위한 수단으로 하루에 몇 잔씩 커피를 습관처럼 마시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커피를 아무렇게나 마시는 습관은 되려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최근 전문가들이 경고한 바로는, ‘고온에서 볶은 원두’에 포함된 아크릴아마이드라는 물질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 물질은 발암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고, 잘못된 조합이나 섭취 습관과 맞물릴 경우 그 위험성은 더 커질 수 있다.
고온에서 볶을수록 생기는 아크릴아마이드
아크릴아마이드는 가공식품이나 튀긴 음식처럼 고온 조리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화학물질이다. 커피의 경우 생두를 180~250도 이상에서 로스팅할 때, 커피 원두 속 아스파라긴이라는 아미노산과 당류가 반응해 아크릴아마이드가 만들어진다. 물론 커피 한두 잔을 마신다고 당장 큰 문제는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문제는 ‘축적’이다. 매일 반복적으로 다량의 커피를 마시는 사람일수록 이 성분이 체내에 누적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그로 인해 장기적으로 암 발생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경고다. 특히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아크릴아마이드를 인간에게 ‘잠재적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공복에 커피, 아크릴아마이드 흡수 높인다
커피를 공복에 마시는 습관은 아크릴아마이드의 흡수율을 높이는 대표적 예시다. 위가 텅 빈 상태에서는 위산 분비가 불안정한데, 이때 커피에 포함된 카페인과 아크릴아마이드가 위벽을 자극하면서 흡수가 더 빨라지고 강해질 수 있다.
여기에 산성도가 높은 커피는 위 점막까지 자극해 속쓰림을 유발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위장 점막의 손상과 염증을 유도할 수 있다. 따라서 공복에는 커피를 피하고, 꼭 마셔야 한다면 견과류나 바나나, 삶은 달걀 같은 간단한 음식을 먼저 먹은 후 마시는 것이 바람직하다.
튀김류, 스낵과 함께 먹을 경우 위험 배가
커피를 마시며 즐기는 대표적인 간식 중 하나가 감자튀김이나 스낵류다. 하지만 이러한 식품 역시 고온에서 조리되며 아크릴아마이드가 다량 생성되는 대표적인 음식이다.
감자튀김, 고로케, 과자류 등에는 커피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아크릴아마이드가 들어 있을 수 있고, 여기에 커피까지 곁들이면 몸에 들어오는 총량이 상당히 증가하게 된다. 실제로 유럽식품안전청(EFSA)은 고온 조리된 탄수화물 식품이 아크릴아마이드의 주 공급원이라고 지적했다. 커피와 고온 튀김 음식의 조합은 가장 피해야 할 궁합이다.
어린이와 임산부는 특히 주의해야 한다
성인보다 체중이 가볍고 대사 기능이 예민한 어린이, 청소년, 그리고 태아의 발달에 민감한 임산부는 아크릴아마이드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성장기에는 세포 분열과 장기 발달이 활발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발암 가능 물질의 영향력이 더 클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아동이나 청소년에게 커피를 습관화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으며, 임산부 역시 하루 섭취량을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 특히 임신 초기에는 뇌 신경 발달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가급적 커피 자체를 피하는 것이 안전하다.
보다 안전하게 마시는 법은 따로 있다
그렇다고 해서 커피를 무조건 끊으라는 의미는 아니다. 적당한 양의 커피는 오히려 심혈관 건강이나 대사 기능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도 있다. 중요한 건 ‘어떻게 마시느냐’이다.
첫째, 가급적 라이트 로스팅이나 미디엄 로스팅 커피를 선택하면 아크릴아마이드 함량이 비교적 낮다.
둘째, 하루 2잔 이내의 양을 유지하고 공복은 피하는 것이 좋다.
셋째, 커피를 마실 때는 함께 먹는 음식에 주의해야 하며, 특히 튀김, 과자, 햄버거류와의 조합은 피해야 한다.
넷째, 어린이와 청소년에게는 커피보다 우유나 차(茶)류로 대체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다.
커피 한 잔은 일상이지만, 그 일상이 쌓이면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아크릴아마이드라는 보이지 않는 화학물질이 우리의 식습관 속에 얼마나 깊숙이 들어와 있는지를 인식하고, 커피를 포함한 모든 고온 조리 음식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 습관은 곧 건강이고, 잘못된 습관은 조용히 몸속을 병들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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