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기 로마시대 장인이 대리석을 깎아 만든 남성 두상이 5세기에 지은 기독교 교회당에서 발굴됐다. 이교와 기독교과 충돌하던 시기 기독교 교회에 두상을 묻은 이유는 아직 불명확하다. 이탈리아 파르코 고고학회는 로마 남부 비아 라티나 가도 부근에서 나온 대리석 두상의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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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세기 로마시대 장인이 대리석을 깎아 만든 남성 두상이 5세기에 지은 기독교 교회당에서 발굴됐다. 이교와 기독교과 충돌하던 시기 기독교 교회에 두상을 묻은 이유는 아직 불명확하다.
이탈리아 파르코 고고학회는 로마 남부 비아 라티나 가도 부근에서 나온 대리석 두상의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25일 발표했다. 이 조각상은 초기 기독교회 산토 스테파노 교회당의 토대에 묻힌 상태로 발견됐다.
지금까지 분석을 통해 학자들은 이 두상이 2세기 무렵 제작됐고, 5세기에 산토 스테파노 교회당을 지을 때 누군가 의도를 갖고 묻었을 가능성을 떠올렸다.
이탈리아 5세기 기독교 예배당 토대에서 나온 대리석 두상 「사진=문화재복원중앙연구소(ICR) 공식 페이스북」
산토 스테파노 교회당은 로마의 유명한 관광지 아피아 가도 공원 내 비아 라티나를 따라 분포하는 묘지 부근에 자리한다. 지난달 말 교회당 발굴조사를 하던 고고학자들은 몰탈 층이 생성된 채 흙에 매몰된 대리석 두상을 확인했다.
조사 관계자는 “두상은 상당한 실력을 가진 장인이 깎은 듯 섬세하고 아름답다”며 “예술적·역사적 가치가 상당해 보이는 두상은 수세기 세월에도 거의 손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대리석 두상을 분석하는 연구원들 「사진=ICR 공식 페이스북」
이어 “두상은 등신대를 웃도는 대형 전신상의 일부로 생각된다”며 “고대 로마제국 장인이 신 또는 황제를 조각했을 가능성이 있으나 아직 모델이 누군지는 파악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대리석 두상은 이탈리아 남부 마테라에 자리한 문화재복원중앙연구소(Istituto Centrale per il Restauro, ICR)에 옮겨져 조사 작업이 한창이다. 두상 표면의 퇴적물을 조심스럽게 제거한 ICR 전문가들은 두상의 크기가 상당한 만큼 신상일 가능성이 있고, 유력한 모델로 로마신화의 최고신 유피테르(주피터)를 꼽았다.
몰탈 층이 두껍게 자리를 잡은 대리석 두상. ICR 연구팀은 이를 벗겨내 조사 중이다. 「사진=ICR 공식 페이스북」
조사 관계자는 “주목할 것은 이 두상이 왜 교회의 토대 부분에 박혀 있었는가 하는 점”이라며 “로마제국이 기독교 국가로 변모하는 시기에 만들어진 조각을 장인들이 몰래 지키기 위해 성역에 묻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두상은 로마가 이교로부터 기독교 중심 사회로 이행한 고대 말기 문화의 변천을 전한다”며 “산토 스테파노 교회당이 건립되던 시기는 종교적 대립과 융합이 동시에 진행된 만큼 이 대리석 조각은 당시의 복잡한 시대상을 그대로 반영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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