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숨기고 꾸며내는 억지웃음을 구분하는 과학적인 방법에 관심이 쏠렸다.
영국 브리스틀대학교 해부학자 미셸 스피어 박사는 지난달 말 과학지 컨버세이션에 기고를 내고 가짜 미소를 구별하는 재미있는 방법을 소개했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예의로 미소를 보여야 하는 상황과 종종 마주한다. 이런 억지웃음을 쉽고 간단하게, 그것도 과학적으로 간파하는 방법을 사실 적잖은 학자들이 고민해 왔다.
미셸 스피어 박사는 “우리의 뇌는 사물과 마주할 때마다 의식적으로 깨닫기 전부터 이상한 점을 감지한다”며 “사람은 감각적으로 가짜 미소를 분간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부학적으로 보면 웃는 얼굴에는 적어도 두 가지 종류가 있다”며 “그중 하나가 진짜 미소, 일명 뒤센 미소(Duchenne smile)이고, 다른 하나가 사교를 위해 꾸며낸 비뒤센(non-Duchenne smile) 미소”라고 설명했다.
뒤센 미소는 19세기 프랑스 신경학자 기욤 뒤센 드 불로뉴의 이름을 땄다. 뒤센은 인간의 미소가 두 가지 주요 근육군을 활성화한다고 봤다. 첫 번째 근육군은 입꼬리, 즉 구각과 관련됐다. 입 양쪽 옆의 소근(입꼬리당김근)이 구각을 바깥쪽으로 당기거나 볼 윗부분의 대협골근(구각의 근막에서 끝나는 근육)이 구각을 들어 올려 미소를 짓게 된다.
두 번째 근육군은 눈 주위에 위치한 안륜근이다. 눈 주변의 근육이 조여지면 눈꼬리의 형상이 변화한다. 반달눈 등 다양한 눈매가 나오는데, 이때 상대방은 따뜻함이나 기쁨을 느낀다.

미셸 스피어 박사는 “가짜 미소의 대부분은 구각 근처의 근육만 쓰는 경향이 있다”며 “아무리 연습해도 안륜근은 거의 안 쓰거나 조금만 사용하기 때문에 눈은 그대로인 채 입만 기계적으로 웃는다”고 말했다.
이어 “진짜와 가짜 미소 모두 안면신경이라는 뇌신경의 명령을 통해 만들어지지만 신경학적으로는 차이가 있다”며 “진짜 미소는 감정의 핵심인 대뇌변연계, 특히 감정을 처리하는 편도체가 생성하지만 가짜 미소는 운동피질이 만드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안륜근 주변이 움직이는지 살피면 상대방 미소의 진위를 높은 확률로 파악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미셸 스피어 박사는 “현대 사회에서는 복잡한 대인관계를 이어가기 위해 사교적으로 가짜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다”며 “억지 미소가 꼭 나쁘다고 할 수 없으며, 어색한 대화를 원활하게 하거나 예의를 표하고 갈등을 완화하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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