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매는 어느 날 갑자기 오는 병이 아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실수 같고 피로 때문이라 생각하지만 이미 뇌는 서서히 변하고 있다. 뇌세포의 손상이 서서히 쌓이면서 어느 순간 눈에 띄는 증상이 드러나는 것이다.
그래서 초기 증상을 얼마나 잘 알아차리느냐가 이후 삶의 질을 좌우한다. 주위 사람들도 당사자도 놓치기 쉬운 1단계 신호가 존재한다. 여기 네 가지 증상은 그냥 넘기면 안 되는 치매의 초반 경고다. 가볍게 여기지 말고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꼭 점검해보는 게 좋다.

1. 시간 감각이 점점 무뎌진다
치매 초기에는 시간에 대한 감각부터 흐려지기 시작한다.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헷갈리거나, 낮과 밤을 구분하지 못하는 일이 생긴다. 단순히 날짜를 틀리는 게 아니라 시간의 흐름 자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약속 시간을 착각하거나 몇 년 전 일을 최근 일처럼 기억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시간 착오는 뇌의 해마나 전두엽 기능 저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주변에서 보기엔 소소한 착오로 보일 수 있지만 뇌 기능이 불안정하다는 증거다.

2. 익숙한 일상에서 실수가 잦아진다
기존에 잘하던 행동에서 실수가 늘어난다. 예를 들어 밥을 하려다 냄비를 올려놓고 불을 안 켠다든지, 외출 준비를 다 했는데 지갑이나 열쇠를 빠뜨린다든지 하는 식이다. 반복되면 스스로도 당황하게 되지만 그 순간조차 잊는 경우도 있다.
특히 복잡하지 않던 일상 루틴에서 혼란이 시작되면 단순 실수가 아니다. 이건 기억력 문제가 아니라 ‘실행 기능’의 문제로 뇌가 계획과 동작을 연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3. 감정 변화가 무심하게 찾아온다
치매가 진행되면 사람의 기분이 예고 없이 바뀌기도 한다. 평소엔 잘 웃던 사람이 사소한 일에도 짜증을 내거나, 반대로 감정 표현 자체를 하지 않게 된다. 말수가 줄고 흥미도 떨어지면서 자꾸 외부 활동을 피하려는 경향이 생긴다.
친구나 가족과 대화하던 중 갑자기 화를 내거나 아무 반응이 없는 식으로 감정 기복이 심해진다. 이건 단순히 기분이 나빠서가 아니라 뇌에서 감정을 조절하는 기능이 약해지고 있다는 신호다.

4. 말이 막히고 단어가 안 떠오른다
언어 관련 변화도 치매 초기 신호 중 하나다. 말을 하다가 중간에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머뭇거리거나 자주 쓰던 표현이 헷갈리기 시작한다. 예를 들어 ‘리모컨’을 말하고 싶지만 ‘그거’라고만 반복하는 식이다.
상황 설명을 제대로 못 하고 문장을 완성하지 못하는 일이 잦아지면 그냥 건망증이 아니다. 브로카나 베르니케 영역처럼 언어 처리 부위에 이상이 생긴 결과다. 일상 대화에서 자주 막히는 일이 반복된다면 반드시 인지 기능 검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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