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고양이의 대략 60%는 몸의 왼쪽을 바닥에 대고 잔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동물행동학자들은 고양이가 진화 과정에서 체득한 생존전략이라고 추측했다.
이탈리아 바리대학교와 독일 보훔대학교 등이 참여한 공동 연구팀은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 최신호에 이런 내용의 조사 보고서를 냈다.
집고양이를 담은 유튜브 동영상 408편을 들여다본 연구팀은 60% 이상이 몸의 왼쪽을 바닥에 향하도록 누워 자는 것을 알아냈다. 인간의 경우 왼쪽으로 자면 심장박동이 원활해져 숙면에 좋고, 위의 소화력도 올라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야생동물은 깨는 순간 우뇌가 먼저 활동해 주변 상황을 빠르게 파악하고 천적 또는 사냥감에 대한 반응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리대학교 동물행동학자 세빔 이스파르타 연구원은 “고양이는 포식자인 동시에 더 큰 동물에게는 먹잇감”이라며 “하루 12~16시간을 자는 고양이는 생애의 60~65%가 무방비 상태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잠이 많은 고양이는 만약의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높은 곳에 올라가 자는 경향이 있다”며 “이는 관찰 조사를 통해 이미 알려진 사실인데, 몸의 왼쪽을 바닥에 대고 자는 경향은 이번에 처음 파악됐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이 조사한 동영상 속 집고양이 중 266마리(65.1%)는 왼쪽으로 누워 잤다. 오른쪽을 바닥을 향한 채 잠을 청한 고양이는 142마리(34.8%)였다. 연구팀은 이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다고 봤다.

세빔 이스파르타 연구원은 “고양이가 왼쪽으로 잠들면 일어났을 때 왼쪽 시야가 효과적으로 확보된다”며 “좌측 시각정보를 처리하는 우뇌는 위험을 감지하거나 공간을 파악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고양이만의 생존전략으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연구원은 “인간을 포함한 동물의 대뇌는 반구간 비대칭성 구조로, 좌우 뇌가 각각 다른 역할을 분담한다”며 “이러한 차이가 고양이가 잘 때의 자세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이번 조사의 대상이 적의 습격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집고양이에 한정된 점에서 향후 야생고양이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관찰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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