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퍼가 중간에서 꽉 멈춰 입고 나가야 할 옷을 포기한 경험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억지로 잡아당기면 슬라이더가 찢어지고 천이 벌어져 ‘암덩어리’처럼 손상이 커집니다.
하지만 집에 있는 연필 한 자루만 있으면 1분 안에 지퍼가 새것처럼 부드럽게 움직입니다. 연필심의 흑연이 기름 없이도 치명적 마찰을 줄여 주는 원리를 기억해 두면 급한 외출 전에 당황할 일이 없습니다.
연필심이 지퍼를 살리는 이유

흑연은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 판상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지퍼 이빨에 흑연 가루가 묻으면 판과 판이 미끄럼막을 형성해 금속·플라스틱이 맞물릴 때 발생하던 고열·마찰이 즉시 줄어듭니다.
화학 윤활유와 달리 천이나 손에 묻어도 독성이 없고, 굳어져 재오염을 만드는 염분·먼지를 거의 붙이지 않습니다.
이렇게 1분이면 미끄러집니다

1) HB 이상 연필 끝을 45도로 잘라 넓적하게 만듭니다.
2) 지퍼를 가능한 한 아래로 내리고 양쪽 이빨을 따라 위·아래로 여러 번 문질러 흑연을 고르게 묻힙니다.
3) 슬라이더를 천천히 올렸다 내리면 뻑뻑하던 구간이 사라집니다. 첫 움직임에 무리한 힘을 주면 이빨이 부러져 되레 ‘지퍼 사망’으로 이어지므로 손끝 압력을 최소화합니다.
주의하지 않으면 망가뜨립니다

흑연 대신 립밤·로션을 바르면 유분이 천 섬유 틈에 스며들어 먼지를 끌어당기고, 시간이 지나면 윤활 효과가 떨어집니다. 또한 샤프심이나 색연필 흑연에는 접착제가 섞여 있어 지퍼 홈에 굳어붙을 수 있으므로 일반 목재 연필을 사용해야 합니다.
흑연 처리가 끝난 뒤에는 마른 수건으로 표면을 가볍게 닦아 잔여 가루를 털어내야 옷에 검은 자국이 남지 않습니다.
비상 대처, 볼펜심·촛농도 대체됩니다

연필이 없다면 볼펜 금속심을 지퍼 홈에 슬쩍 긁어도 얇은 금속 가루가 임시 윤활 역할을 합니다. 들고 있던 초를 살짝 문질러 촛농을 얇게 바른 뒤 휴지로 광을 내면 흑연만큼은 아니지만 당장 잠기지 않는 위급 상황을 넘길 수 있습니다.
다만 초는 고온에서 녹아내릴 수 있으므로 외출 후 집에 돌아오면 반드시 세탁 전에 제거해야 합니다.
지퍼는 외출 직전에 고장 나면 옷과 시간을 동시에 잃어버리는 ‘작은 재앙’입니다. 연필심 흑연 한 자루만 챙겨 두면 1분 만에 고착을 풀어내고 슬라이더 수명까지 연장할 수 있습니다.
오늘 가방 속에 연필 하나를 넣어 두고, 지퍼가 멈추는 순간 이 간단한 법칙을 적용해 보십시오. 작은 준비가 불필요한 옷 수선비와 스트레스를 막아 주는 가장 확실한 보험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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