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6월 말 기준 39조467억
DSR3단계 후 2300억 더 늘어
가계대출 고강도 규제 ‘풍선효과’

7월부터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전면 시행되면서 대출 한도가 줄어들 것을 우려한 차주들이 규제 시행 직전에 마이너스통장(한도대출)을 미리 개설하거나 한도를 최대한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5월 말 38조5780억 원에서 6월 말 39조467억 원으로 한 달 새 약 4687억 원 늘었다. DSR 3단계가 본격 시행된 이달 들어서도 잔액은 줄지 않고 되레 증가했다. 7일 기준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39조2773억 원으로, 일주일 만에 약 2300억 원 더 늘었다.
신용대출로 분류되는 마이너스통장은 미리 대출 한도를 약정해두고 필요할 때 꺼내 쓰는 것이 특징이다. 대출 규제 이전에 한도를 열어두면 이후에도 그 한도를 유지할 수 있어 유동성 확보 수단으로 활용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DSR 3단계가 시행되면 신용대출 한도가 연 소득 이내로 제한되는데 이미 대출이 많거나 담보대출이 있는 경우 추가 대출 여력이 사실상 사라진다”며 “그렇다 보니 규제 직전에 한도를 열어두는 흐름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정부의 ‘초강도 부동산 대출규제’이후에도 마이너스통장 잔액이 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금융권에서는 규제 전에 확보해둔 한도를 차주들이 실제 생활비나 이사자금, 사업자금 등으로 꺼내 쓰면서 잔액이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주택담보대출(주담대)등 주요 상품들이 금리 인상으로 갈수록 받기 까다로워지면서 단기 자금을 신속하게 마련하려는 수요가 마이너스통장으로 몰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 하나은행 등 일부 시중은행은 최근 고정형·혼합형 주담대 금리를 잇따라 인상하며 대출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금리 인하 기대와 달리 주담대 금리가 오르면서 차주들의 신규 대출 부담은 더 커진 상황이다.
문제는 마이너스통장이 가계부채 관리의 사각지대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가계부채 통계에는 실제 실행된 대출 잔액만 잡히기 때문에 차주가 한도를 크게 열어두었더라도 약정액은 반영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통계로 파악되는 대출 규모보다 실제 잠재적 부채가 더 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이너스통장은 일반 신용·담보대출보다 금리가 높아 차주 부담도 크다. 원금과 이자를 당장 상환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라 빚을 장기간 쌓아두면 가계부채 질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주담대 금리가 오르면서 새로 대출을 받기보다 기존에 만들어둔 마이너스통장에서 자금을 꺼내 쓰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마이너스통장은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고 매달 이자가 붙기 때문에 잔액이 많아지면 이자 부담이 빠르게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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