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로운 방전 현상 레드 스프라이트(red sprites)를 우주비행사가 400㎞ 상공에서 촬영해 공개했다. 폭풍우 속에서 불과 1000분의 1초, 최대 1000분의 20초만 지속되는 레드 스프라이트는 눈으로 목격하기 어려운 것은 물론 사진을 찍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현재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머무는 미 항공우주국(NASA) 비행사 니콜 아이어스(36)는 최근 본인 X를 통해 초희귀 기상 현상 레드 스프라이트를 잡아낸 사진을 선보였다.
레드 스프라이트는 뇌운 상층부의 상공을 붉게 물들이는 방전 현상이다. 마치 판타지 영화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사우론의 탑과 닮아 천문 마니아들에게 인기가 많다. 아직 수수께끼가 많으며, 지구 폭풍이나 다른 행성의 연구에도 도움이 되기에 과학자들의 연구가 활발하다.

니콜 아이어스는 “레드 스프라이트는 번개에 수반해 상공의 대기가 전기의 영향으로 빛나면서 생긴다고 여겨진다”며 “발생하는 고도는 대략 50~90㎞로, 비행기의 순항 고도를 훨씬 웃도는 중간권 영역에서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빨간색이나 주황색 빛이 거꾸로 된 우산처럼 펼쳐지거나 길쭉한 기둥 또는 해파리처럼 보이는 것이 특징”이라며 “1989년 처음 흑백 사진으로 기록되기 전까지 오랫동안 환상처럼 생각됐다”고 덧붙였다.

레드 스프라이트의 컬러 사진은 1994년 NASA와 미국 알래스카대학교가 공동 진행한 항공기 관측 프로젝트에서 처음 얻어졌다. 당시 레드 스프라이프 연구를 목적으로 제작된 항공기의 고감도 컬러 카메라를 사용해 진귀한 기상 현상을 포착했다. 이미지 속의 붉은색은 이후 조사에서 하층부 뇌운의 낙뢰로 인해 상층부의 질소 분자가 자극돼 빛을 발한 데 따른 것으로 밝혀졌다.
ISS에 체류 중인 니콜 아이어스 비행사는 이달 초 약 400㎞ 상공에서 지구를 내려다보다 멕시코와 미국 상공의 뇌운 속에서 레드 스프라이트를 확인했다. 발달 중인 폭풍 위에 붉은빛이 거꾸로 된 우산처럼 쫙 펼쳐졌다. ISS에서 관측한 덕에 구름에 가로막히지 않은 레드 스프라이트의 전체상을 기록할 수 있었다.

레드 스프라이트 연구는 지구의 번개나 폭풍의 구조를 이해할 뿐만 아니라, 우주 탐사에 있어서도 중요하다. 이 초고층 방전 현상은 지구 특유의 것으로 여겨졌는데, NASA의 목성 탐사선 주노(JUNO)가 목성 대기 속에도 비슷한 방전 현상이 존재한다는 증거를 발견했다.
통상 레드 스프라이트는 지구에서는 질소의 영향으로 붉게 보인다. 목성에는 수소가 많기 때문에 푸르게 빛날 것으로 추측된다. 주노 탐사선의 발견은 지구 이외의 행성 대기에도 비슷한 방전 현상이 벌어짐을 시사해 학자들을 흥분시켰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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