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앉아 있거나 집중할 때 무심코 떨게 되는 다리. 일종의 버릇처럼 자리 잡은 이 행동은 대부분 가볍게 넘기기 쉽다. 하지만 똑같은 행동이라도 혈전증을 앓고 있는 사람이나 신경질환 병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예사로운 움직임이 아니다. 자칫하면 이 사소한 습관이 폐색전증 같은 치명적인 혈관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왜 다리를 떠는 행동이 특정 환자에게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지금부터 자세히 알아보자.

혈전이 흔들려 혈관을 막는 ‘기계적 자극’이 된다
혈전증은 정맥이나 동맥 안에 혈액이 응고되어 덩어리진 상태를 말한다. 이 혈전은 평소에는 고정된 상태로 있으나, 외부 자극이나 신체 진동, 압박 등이 반복될 경우 움직여 혈류를 따라 이동하게 된다. 다리를 지속적으로 떨게 되면, 다리 정맥 내부에 고여 있던 혈전이 떨어져 나와 심장이나 폐로 이동할 수 있다.

특히 이 혈전이 폐동맥에 걸리게 되면 ‘폐색전증’이 발생하는데, 이는 혈액이 폐로 가지 못하면서 호흡곤란, 흉통, 심한 경우 돌연사까지 초래할 수 있는 응급질환이다. 다리 떨기는 혈전에 지속적인 미세 충격을 주는 행동이기 때문에, 혈전이 있는 환자라면 위험을 가중시키는 촉매가 될 수 있다.

정맥혈류 역류와 ‘하지정맥류’ 악화 가능성도 있다
다리를 흔들면 마치 순환이 잘 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실제로는 비정상적인 압박과 반복 자극이 정맥 내 혈류 흐름을 방해할 수 있다. 특히 오래 앉아서 다리를 떠는 행동은 정맥 판막에 불규칙한 압력을 가하면서, 하지정맥류나 정맥염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정맥 내압이 올라가고, 정맥혈이 심장으로 제대로 펌핑되지 못하면 하지에 혈액이 고이게 된다. 이로 인해 다리가 붓고, 통증이 생기며, 시간이 지나면 피부 색소침착과 궤양 같은 증상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단순한 다리 떨기가 이런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건 결코 과장이 아니다.

신경계 질환 환자에겐 증상 악화나 경련 유발 요인이 된다
다리 떨기는 일부에선 스트레스 해소의 일환일 수 있지만, 말초신경 이상이 있는 사람이나 파킨슨병, 말초신경염 등을 앓고 있는 경우에는 상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 떨림이 신경 반응을 과도하게 자극해 감각 이상, 근육 경련, 통증 등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속적인 떨림이 신경 말단에 불필요한 전기 신호를 보낼 경우, 자율신경계 교란과 함께 하지에 과민반응을 유도할 수 있으며, 통증 과민, 감각 저하 같은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단순히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신경계 자체에 부담을 주는 불필요한 동작이 될 수 있다.

혈액 순환보다 ‘근육 긴장’이 먼저 유발된다
일반적으로 다리를 떨면 혈액 순환이 촉진된다고 믿는 사람이 많지만, 이는 오해다. 오히려 다리 떨기는 비자연적인 근육 수축과 미세한 진동을 반복해, 근육 긴장 상태를 유지시키는 원인이 된다. 이는 장시간 이어질수록 말초혈관의 유연성을 떨어뜨리고, 혈류를 일시적으로 압박하는 결과를 낳는다.
게다가 떨림이 반복되면 신경과 근육 모두 피로도가 쌓이게 되고, 심한 경우엔 다리 저림, 감각 이상, 심지어 무릎 통증이나 고관절 부담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특히 고혈압 환자나 심장질환 병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이처럼 지속적인 긴장이 심박 이상을 유도할 수도 있으므로 반드시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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