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우주 관측 사상 규모가 가장 큰 블랙홀 합체 흔적이 중력파 검출을 통해 확인됐다. 그 질량은 태양의 약 225배로 추측됐는데, 두 블랙홀이 결합한 사례로는 지금까지 관측 사상 가장 무겁다.
미국과 이탈리아, 일본 천문학자로 구성된 공동 연구팀은 이달 18일 막을 내린 24회 국제회의 일반상대성이론과중력(International Conference on General Relativity and Gravitation)에서 막대한 질량을 가진 두 블랙홀의 합체 흔적을 소개했다.
이번 성과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와 캘리포니아공과대학교(칼텍)가 개발한 레이저간섭중력파관측소 라이고(LIGO), 이탈리아의 중력파 검출기 버고(Virgo), 일본의 초대형 중력파 망원경 카그라(KAGRA)가 각각 잡아낸 중력파를 교차 분석해 얻어냈다.

라이고는 아인슈타인이 언급한 시공간 구조의 파문을 검출하기 위해 워싱턴주 핸포드와 루이지애나주 리빙스턴에 건설된 대규모 시설이다. 2015년 사상 처음으로 중력파 검출에 성공했으며 이탈리아의 버고, 일본의 카그라와 연계, 지금까지 300개 넘는 중력파를 잡아냈다.
조사 관계자는 “시공간 구조의 파문은 블랙홀끼리 합체하는 등 우주에서 벌어지는 극적이고 규모가 큰 천문현상이 원인으로 생각된다”며 “그중에서도 2021년 검출된 두 블랙홀 합체에 따른 중력파 신호 GW190521은 태양의 140배 질량을 가진 블랙홀이 탄생했음을 알게 해줬다”고 전했다.

이어 “2023년 11월 23일 검출된 또 다른 중력파 GW231123를 분석한 결과는 GW190521보다 놀라웠다”며 “태양 질량의 각각 103배와 137배의 블랙홀이 결합하며 발생한 블랙홀의 질량은 태양의 225배로 이전 기록을 크게 뛰어넘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합체한 블랙홀은 엄청난 질량을 갖는 데다 초고속으로 회전하는 점에 주목했다. 현존하는 중력파 검출 기술과 이론 모델의 한계를 시험하기 알맞다는 게 연구팀 입장이다. 합체한 블랙홀은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에서 정한 자전 속도의 한계 근처까지 회전할 것으로 연구팀은 전망했다.

조사 관계자는 “GW231123을 발생시킨 것은 블랙홀 합체라는 설이 현재 가장 유력하지만 좀 더 복잡한 현상이 야기했을 수도 있다”며 “이러한 대질량 블랙홀은 일반적인 항성 진화 모델로는 설명할 수 없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관계자는 “어디까지나 추측이지만 두 블랙홀은 그보다 전에 작은 블랙홀끼리 합쳐지며 형성됐을 가능성도 있다”며 “앞으로 수년이 걸릴 GW231123의 완전한 분석으로부터 어떤 우주의 진실이 밝혀질지 기대된다”고 언급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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